대구 간 의사 쓴소리 "총리 왜 와있나, 마스크 줄 보니 피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0.03.04 06:00

업데이트 2020.03.04 21:10

3일 대구 수성구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대구 수성구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선별진료소에 오면서 피눈물이 확 솟구쳤어요. 여기 농협하나로마트에 마스크 판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그거 보니까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구요. 확진자 많은 대구인데 마스크조차…."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다. 방상혁 부회장은 이날 대구 서구구민운동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일했다.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임시 마련된 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맡는다. 그는 "대구는 전쟁터"라거나 "답답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숨도 여러 번 쉬었다.

방상혁 의협 부회장 "총리 있어도 바뀐 게 없다"
지난주 내려간 현장서 문제 체감, 쓴소리 쏟아내

원래라면 방 부회장은 서울 의협 사무실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대구ㆍ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지난달 27일 가운을 챙겨 대구로 내려갔다. 의협이 꾸린 ’코로나19 대구 의료지원단‘ 파견단장을 맡은 것이다. 그는 "의협이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서서 코로나19 극복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연합뉴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연합뉴스

그 뒤로 대구 현장에 상주하면서 의료진 지원, 현장 진료 자원봉사 등을 맡고 있다. 다시 서울로 올라갈 기약은 없다. 코로나19의 최일선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피부로 겪고 있다. 그래선지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총리가 있다고 여기는 바뀐 게 없어요. 이럴거면 왜 총리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적어도 총리가 있다면 상황 실태를 파악하고 어떤 데 문제가 있는 지 봐야할텐데요. 현장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총리가 (현장에) 자율권을 주라고 하면 모두 움직이게 될텐데요."

방 부회장은 작심하고 '방역 컨트롤타워‘에 쓴소리를 했다. 정세균 총리가 대구에 머무르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있는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총리가 결정할 건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몰려드는 의료 현장은 지휘 체계가 혼란하다고 했다. 각 병원, 선별진료소마다 상황이 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운용 방식은 획일적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의 능률이 더 떨어진다고 봤다. 방 부회장은 "검체 채취도 보기엔 간단해보이지만 피로가 쌓여 집중도 떨어지면 바이러스 검출 제대로 못 한다. 획일적인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시 근무)만 지키려 하지 말고 현장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하도 답답해서 내일도 개선이 안 되면 현장 중대본이 차려진 대구시청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할까 생각할 정도"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선 2일 오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의료진의 등이 땀에 흠뻑 젖어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선 2일 오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의료진의 등이 땀에 흠뻑 젖어있다. 뉴스1

선별진료소에 일하는 공중보건의ㆍ간호사 등 의료진의 피로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방 부회장이나 여타 의료진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계속 바깥에 머무르면서 일을 하니 추위와 싸워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난방 시설은 하나도 없다. 거기에다 늘 긴장한 상태로 근무해야 한다. 방 부회장은 일이 끝나면 "파김치가 아니라 쇠몽둥이로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의료 인력 자체가 무조건 모자란 건 아니라고 했다. 모든 팀이 한꺼번에 일하기보단 환자 수에 맞춰서 분할 근무하는 게 능률적이라고 봤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번갈아 일하면 집중도가 높아진다. 여기 일하러 온 분 중에서 놀거나 쉬러 온 사람이 누가 있나. 다들 조금이라도 일을 더 하러 온 거다. 저도 오전이나 오후에 시간 비면 다른 곳 가서 또 진료할 수 있다. 같이 근무하는 공보의 선생이 이야기하더라. 본인은 더 열심히 진료하고 싶은데, 40분 동안 환자 하나 없이 바깥에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게 더 고통스럽다고…."

근무시간표 편성, 식비 처리, 출결 확인까지 잡다한 것 하나하나가 다 ’전시‘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환자 진료 프로토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방 부회장은 "시설에서 (경증) 환자 관리하는 것도 의료인력이 잘 투입돼 거기 있는 사람들이 보호받고 케어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뒤늦게 환자 진료 지침이 바뀐 건 다행이지만, 실무적인 준비를 미리 잘 했어야 한다. 지침부터 먼저 발표하고 시스템 마련이나 실무 준비는 나중에 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앞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운전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앞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운전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할 말이 많지만 시민들이 기다린다고 했다. 통화를 마친 뒤 곧바로 선별진료소로 돌아갔다. "이제 가야합니다. 방호복 입을 시간이네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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