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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장갑부터 '셀프 격리'까지…시민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방법

중앙일보

입력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이마트 분당점에서 만난 A씨가 자신의 손을 펼쳐보였다(왼쪽). 2일 강원도 강릉시청을 찾은 민원인이 승강기 안에서 볼펜 끝으로 버튼을 누르고 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이마트 분당점에서 만난 A씨가 자신의 손을 펼쳐보였다(왼쪽). 2일 강원도 강릉시청을 찾은 민원인이 승강기 안에서 볼펜 끝으로 버튼을 누르고 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데는 가라고 하지 말라고 하면서 마스크는 구할 수 없으니 안 나올 수가 있나요. 손이 닿는 게 너무 불안해서 비닐장갑이라도 끼고 나왔어요.”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이마트 분당점에서 만난 80대 여성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있는 자신의 두 손을 펼쳐 보였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마트에서 판매한 마스크를 사기 위해 2시간 전부터 나와 줄을 섰다고 했다. 챙이 넓은 모자와 알이 큰 선글라스,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그는 “집에 들어가기 전 현관문 앞에서 이 비닐장갑은 바로 버릴 것”이라며 “비닐장갑을 버릴 비닐봉지도 따로 챙겨왔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안해서 비닐장갑 끼고 장 보는 시민들  

60대 여성 B씨가 비닐장갑을 끼고 장을 보고 있다. 채혜선 기자

60대 여성 B씨가 비닐장갑을 끼고 장을 보고 있다. 채혜선 기자

이날 이마트 분당점에는 A씨처럼 손에 일회용 비닐장갑이나 라텍스 장갑을 낀 채 장을 보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지하 1층 식품 매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B씨는 “여러 사람 손이 닿았던 마트 카트에 손이 닿는 게 불안해서 비닐장갑을 끼고 왔다”고 말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오는 고객이 좀 있다”며 “고객들이 장갑을 달라고 먼저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다. ‘접촉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스스로 조심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는가 하면 긍정적인 자세로 사태를 극복하자고 다짐하는 이들도 있다.

2일 강원 강릉 시내 한 건물 입구에 열쇠나 필기도구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일 강원 강릉 시내 한 건물 입구에 열쇠나 필기도구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가락 대신 필기도구 등으로 누르자는 제안도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코로나19의 확산 통로가 될 수 있어서다. 강원도 강릉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 말고 열쇠나 필기도구를 사용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지침은 관내 전체 다중이용시설에 전달됐다고 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선제적 조치를 했다. 엘리베이터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감염을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며 “시민 호응은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골든타임”…셀프 격리 캠페인 

[사진 서울시 페이스북]

[사진 서울시 페이스북]

온라인에서는 외출을 자제하고 “2주간 잠시 멈춤에 들어가자”는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를 멈추게 하기 위해 시민들도 외부활동을 멈추고 ‘셀프 격리’를 해보자는 것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차적 방역 책임은 국민 등 개개인에게 있다. 무엇이 나와 이웃을 보호할 수단인지 이해하고 협조해달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달라 호소하며 “지금은 대규모 확산의 갈림길에서 (확산을) 줄일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큰 눈 오는 날처럼 가급적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에 머물러달라”고 권고했다.

서울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언하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엔 “함께합니다” “#대구힘내세요” “#대한민국힘내세요” 등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는 ‘#2주간’ ‘#2주간자발격리’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앞으로 2주간 격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글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셀프 격리에 나선 시민들은 이 시간에 독서·운동 등을 하며 생산적으로 보내고자 했다. 대구에 산다는 한 네티즌은 역사책 사진을 찍어 올리며 “셀프격리에 들어가겠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현장에 있는 지금 셀프 자가격리하며 역사를 돌아보겠다”고 적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사진 대한의사협회]

[사진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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