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밥에 흰우유 하나···대구 간호사가 올린 분노의 '저녁 식탁'

중앙일보

입력 2020.03.04 05:00

업데이트 2020.03.04 21:54

즉석 컵밥 등 부실한 식사가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동 간호사 식단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은 "감염 우려 때문에 포장식으로 대체됐고 별도 간식이 제공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일 간호사 A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대구 모 병원 코로나 병동 '컵밥 식단' 사진. 트위터 캡쳐

지난 2일 간호사 A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대구 모 병원 코로나 병동 '컵밥 식단' 사진. 트위터 캡쳐

간호사 A씨 자신의 SNS에 즉석 컵밥 등 식단 사진 올려
"대구 모 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사 식단, 지원금 어딨나"
병원 측 "저녁만 컵밥 일부 대체, 하루 2회 간식도 제공"

지난 2일 자신의 직업을 간호사라고 밝힌 A씨의 SNS에 즉석 컵밥과 우동, 흰 우유를 찍은 한장의 사진이 게시됐다. A씨는 사진과 함께 "대구 모 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먹으라고 주는 도시락이다"며 "각종 후원금과 지원금은 어디로 흘러가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너무 화가 난다. 격리복 입고 땀 뻘뻘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걸 밥이라고 준다"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밥이라도 든든히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진이 공개되자 "열악한 의료진 처우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반응과 진위를 따져 묻는 질문이 엇갈려 제기됐다. A씨는 이 사진의 출처를 "대구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부터 직접 전달받았다"고 했다.

A씨는 해당 병원의 부실한 식사가 여러 차례 계속됐다고 한다. A씨는 "사진은 간식이 아니라 식사용 도시락이다"며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코로나 사태 이후 며칠에 걸쳐 부실한 식단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고, 그중에는 작은 시래깃국이나 우동 등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노동조합에서 항의해서 병원이 이번 주 중으로 식단을 개선해주기로 했다고 한다"며 "만약 개선된 식단도 형편없으면 다시 알리고 항의하겠다. 간호사도 사람"이라고 했다.

해당 병원 측은 컵밥이 식사로 일부 제공된 것은 맞지만, 간식도 함께 제공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병동이 운영되면서 의료진들이나 환자 감염문제 때문에 식당에서 배식 되던 식사를 포장식으로 바꿨다"며 "코로나19 병동의 경우 식사 외에 하루 2번의 간식이 추가 제공되고 있다"고 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점심과 저녁 식사가 도시락 등 포장식이 제공되고 있다. 코로나19 병동은 식사 외에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등 매일 2차례 병원이 준비한 간식 혹은 시민들이 보내온 간식이 반입된다.

병원 관계자는 "A씨 사진에 등장한 식단은 점심이 아닌 저녁에 제공된 식단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점심은 모두 도시락으로 제공하고 저녁의 경우에만 도시락 식단이 컵밥으로 일부 대체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컵밥 논란에 대해 "해당 병원에서 확인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은 3일 브리핑에서 의료진 식사 부실을 묻는 질문에 "코로나 사태 초창기 의료진 편의 문제에 일부 미진한 점이 있었다"며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이 의료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호텔에서 숙박하는 외부 의료진은 호텔 조식을 제공하고 병원 외 식당 혹은 도시락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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