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하나 못 구해, 새벽마다 줄 서는 내 신세가 화난다"

중앙일보

입력 2020.03.03 19:00

업데이트 2020.03.03 22:10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일광우체국에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일광우체국에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전국 읍·면 우체국 1406곳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지 사흘째인 3일에도 공급 물량 부족과 선착순 판매로 인한 시민 불편이 반복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전 3시50분에 줄을 서서 7시간 넘게 기다렸다 마스크 5장을 받아갔고, 판매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10시경에 600명이 넘는 인파가 장사진을 친 우체국도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3일 전국 읍·면 우체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 70만매를 판매했다. 1인당 5매들이 1세트씩만 구매할 수 있고, 1세트 가격은 5000원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대구와 청도 지역에만 공급 물량을 늘렸고, 나머지 지역에는 우체국당 85세트(425매)씩 공급했다.

선착순 85명만 구매 가능…새벽 4시부터 줄서기도 

대다수 우체국에서 선착순 85명만 마스크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이른 시간부터 우체국 앞에 줄을 섰다. 대구의 한 우체국에서는 80대 노인이 오전 3시50분에 줄을 서 7시간만에 번호표 1번을 받아 마스크 5장을 사갔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거의 모든 우체국에는 오전 9시경부터 정문 앞에 S자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우체국에서 번호표 배부를 시작하면 새치기를 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고성이 오가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마스크 하나 구하지 못해 날마다 줄 서는 신세가 속상하고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을 가정주부라고 밝힌 한 시민은 "어린 아기를 돌봐야해서 마스크 구하러 나갈 수 없는 탓에 남편이 반차를 써서 우체국 앞에 줄을 섰는데 대기번호가 87번이라 빈손으로 돌아왔다"면서 "마스크 한장 구하기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나 자신이 처량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3일 오전 대구수성우체국 앞에서 마스크 구입을 위해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5시 30분부터 줄을 선 시민들도 있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대구수성우체국 앞에서 마스크 구입을 위해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5시 30분부터 줄을 선 시민들도 있었다. 연합뉴스

"주먹구구식 판매에 선착순 경쟁…주민 불편 심해져"

선착순 판매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판매 시각 2시간 전인 오전 9시에 우체국 앞을 찾았는데 "내일 다시 오시라"는 안내를 받았다는 한 시민은 "마스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이런 주먹구구식 배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선착순 경쟁을 붙이면 사람들이 점점 더 일찍 나오게 된다"며 "마스크 5장 구하겠다고 새벽부터 줄을 서라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일광우체국에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일광우체국에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우정사업본부는 공적 마스크 공급 혼란을 막기 위해 매일 오후 6시에 홈페이지(www.koresapost.go.kr)를 통해 다음날 마스크 공급 물량과 가격, 판매 시간을 공지하고 있다. 공적 마스크 공급 물량이 확대돼 수급이 안정되면 우체국 쇼핑 온라인 판매도 병행할 계획이다. 판매 우체국 등 자세한 사항은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나 인터넷 우체국(www.epost.go.kr), 우체국 콜센터(1588-1300)에서 확인하면 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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