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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대 과잉인데 2000대만 줄여…15년째 헛돈 쓰고 헛바퀴 도는 택시총량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택시 면허권을 놓고 사회적 이슈가 커진 택시 업계.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1

택시 면허권을 놓고 사회적 이슈가 커진 택시 업계.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올해 4차 택시총량제 목표를 세우는 데 10억원이 넘는 연구 용역비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부터 시행된 택시총량제는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눈 뒤 인구와 택시 대수 등을 고려한 적정대수를 설정해 이를 넘지 않도록 택시 대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택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자체(156곳)는 5년마다 국토교부가 제시한 총량제 기준에 맞춰 택시 감축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택시총량제 연구용역비 11억원 #2121대 감차, 초과공급 4%해결 #정부 보상금은 1300만원 불과해 #정부는 관리만, 지자체 자율감차 #“하나마나한 총량제 새기준 필요”

중앙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가 올해 총량제 산정을 위해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맡긴 연구 용역비가 11억2135만원(인구 20만 이상인 48개 도시 기준, 국토부 용역 포함)에 이른다. 5년 전 택시 총량을 산정할 때도 10억원 넘는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15년째 감량 목표만 세울 뿐 실적은 부진하다. 국토부의 ‘제4차 택시 총량제 수립기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2018년 7월까지 감차 된 택시 대수는 전국적으로 2121대에 그쳤다. 전체 감차 대상인 5만2813대의 4%다.

주요 지역별 택시감차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지역별 택시감차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택시 5만여대 공급과잉

전국에 공급된 택시는 지난해 말 기준 25만1793대로 여전히 5만여대가 공급과잉 됐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1990년(15만5981대)과 비교해 60%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택시 대당 하루 수송 실적은 79명에서 40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영업환경이 나빠지면서 택시 운전자의 급여가 운송업계에서 가장 낮다. 법인택시 운전사의 평균 월급은 158만원(2017년)으로 시내버스 급여(32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택시 공급이 많이 늘어난 데는 정부가 1960년대 노후 퇴직금이 없는 택시 기사를 위해 택시 면허를 사고파는 것을 허용해준 영향이 크다. 이후 한번 발급된 면허는 대부분 사라지지 않고 매매되거나 상속됐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서야 신규 발급된 면허에 대해 매매와 상속을 금지했다. 또 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총량제를 대폭 강화하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해 적극적으로 택시 감차 사업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택시 공급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택시 공급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감차, 왜 안 되나

최근 택시 감차 지역을 살펴보면 7만2000대 정도가 운행되는 서울은 지난 3차 택시총량제(2018년 7월 기준)에서 74대 줄이는 데 그쳤다. 부산과 대구광역시가 300대 이상을 감차했을 뿐 대부분 지역은 20~30대 감차하는 수준이다. 광주광역시는 실적이 아예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감차 사업에도 성과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정부가 택시 면허를 사들이는 데 지원하는 금액이 대당 13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출연금에서 쓰도록 했다. 예컨대 2016년 서울에서 개인택시 운전자가 면허권을 반납하면 시장가인 8100만원을 지급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지원한 1300만원을 제외한 6800만원을 택시 조합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2016년 25억~26억원가량을 쏟아 50대를 줄였지만, 이후에는 재원 부족으로 포기한 상태"라며 "정부의 턱없이 낮은 보상금으로는 감차 사업을 지속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택시 면허는 지역에 따라 8000만원에서 2억원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정부보상체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더욱이 구속력없는 자율감차 방식이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경우 한양대 건설교통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총량제 산정에 따라 감차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는 양수권 완화나 여객자동차 운수법 개정안은 택시 프리미엄(가격)을 올릴 수 있어 면허권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했다.

타다 금지법과 택시 프리미엄  

타다금지법을 놓고 택시와 타다간의 논쟁이 뜨겁다. 서울 도심에서 운행 중인 택시(아래)와 ‘타다’ 차량. 뉴스1

타다금지법을 놓고 택시와 타다간의 논쟁이 뜨겁다. 서울 도심에서 운행 중인 택시(아래)와 ‘타다’ 차량. 뉴스1

올해 국토부의 업무보고에 따르면 올 4월부터 개인택시 양수조건을 ‘5년 무사고’로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를 넘겨받으려면 법인 택시에서 6년 이상 근무한 운전경력이 필요한데 앞으로는 무사고 이력만 보겠다는 얘기다. 규제 완화로 젊은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지만, 택시면허 거래는 더 활발해질 수 있다.

국회 통과 가능성이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감차사업과 상충한다는 의견이 있다.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 택시 감차 실적만큼 플랫폼 택시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전체 택시 수를 줄이긴 어려울 수 있다. 현재 타다금지법은 5일 예정된 본회의에 앞서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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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택시총량제 목표와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 위원은 “감차 대상 지역을 현재 공급과잉 5% 이상 전국 단위에서 20% 이상 공급과잉이 심각한 대도시로 바꿔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은 이미 단순한 총량 관리보다 문제가 심각한 적색 지역, 주의 경보가 필요한 황색 지역 등 지역별 차별화된 정책으로 감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기술의 발전으로 택시 영업환경이 빠르게 바뀐 만큼 과거 공급자 중심의 감차 사업 기준을 이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다시 세워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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