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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가 찬 ‘박근혜 시계’ 논란…박 전 대통령측 “금장은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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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에 차고 나온 시계(왼쪽 사진). 오른쪽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서 만든 시계. 최정동 기자, [중앙포토]

2일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에 차고 나온 시계(왼쪽 사진). 오른쪽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서 만든 시계. 최정동 기자, [중앙포토]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총회장이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정말 죄송하다. 뭐라고 사죄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큰 절을 두 번 올렸다. 이때 금장 손목시계가 포착됐는데, 여기엔 대통령 상징인 봉황 휘장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 있었다. 이른바 ‘박근혜 시계’로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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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을 본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인사들은 일제히 “이 총회장이 차고 온 시계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 만든 시계는 은장시계 한 종류뿐이었다. 그나마도 청와대를 직접 방문한 사람에게만 주는 걸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기념품 제작을 담당했던 총무비서관실 관계자도 “박근혜 정부에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련된 법률’에 의해서 한 종류의 시계만을 납품받았고 다른 디자인은 없었다”며 “조달청 관계자에게도 확인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선 대통령 기념 시계를 많이 제작하지 않아 대통령 핵심 지지그룹 인사들도 시계 선물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시계업자들이 가짜 기념 시계를 제작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총회장이 찬 시계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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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관계자는 “6~7년 전 정치활동을 했던 성도로부터 받은 시계”라며 “당시 총회장이 몇만원짜리 시계를 차고 있는 것을 보고 성도가 자신이 가진 ‘박근혜 시계’를 선물했다”고 설명했다. 성도는 과거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장로급 남성으로, 이 총회장에게 정세균 국회의장(현 국무총리)의 이름이 적힌 시계도 선물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 총회장이 ‘박근혜 시계’를 찬 데 대해선 “어떤 시계를 찰지 고민했지만 별생각 없이 ‘박근혜 시계’를 고른 것”이라며 “이 총회장은 평소에도 정치권과 엮이는 것을 경계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긴급 논평을 통해 “나 이렇게 박근혜와 가깝고 야당과 유착돼 있다는 걸 알렸으니 나 좀 잘 봐달라는 메시지 아니었을까”라면서 “이만희 교주는 이 시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명확히 밝혀라. 그러지 않으면 온 국민을 상대로 저열한 정치공작을 시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박해리·편광현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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