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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돈 푼다” 미·일 코로나 선전포고, 아시아 증시 일단 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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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제롬 파월 미 Fed 의장(左),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右)

제롬 파월 미 Fed 의장(左),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右)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경제 처방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끼치고 있는 악영향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코로나19 여파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4%로 0.5%포인트나 낮췄다. 중국은 5.7%에서 4.9%로, 한국은 2.3%에서 2.0%로 내렸다.

미 Fed, 일본은행 잇단 긴급성명 #OECD 세계성장률 2.9→2.4% 낮춰 #“코로나 미·유럽 확산시 1.5%될 수도” #시장선 “미 금리 0.5%P 내릴 것” #ECB·영국 연쇄 금리인하도 예상 #이탈리아 “4조8000억원 돈 풀겠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날 미국에 이어 ‘구두 개입’에 나섰다. 2일 오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적절한 금융시장 조정, 자산 매입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충분한 자금 공급, 금융시장 안정 확보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긴급 성명을 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2016년 6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함께 브렉시트 관련한 공동 성명을 낸 이후 4년 만이다.

한숨 돌린 아시아 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숨 돌린 아시아 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코로나19 관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적절한 도구와 조치를 앞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시장은 이달 Fed의 정책금리 인하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Fed가 몇 번에 걸쳐, 얼마나 금리를 내릴 것인가로 시장의 관심이 옮아갔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Fed가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스, 씨티 등 주요 투자은행은 두세 차례에 걸쳐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연 1.5~1.75%인 현 금리가 0%대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숨 돌린 아시아 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숨 돌린 아시아 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불 끄기에 나섰다. 이탈리아 당국은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6억 유로(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책을 발표했다. 매출이 25% 이상 줄어든 기업을 대상으로 세액 공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지원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영국·호주·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연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공조 분위기에 아시아 증시는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2일 한국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15.50포인트(0.78%) 상승한 2002.51로 거래를 마치며 2000선을 회복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15%)와 중국 선전종합지수(3.77%)는 나란히 3%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홍콩 항생(0.62%), 일본 닛케이225(0.95%)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주요국 정부의 재정정책 및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같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OECD도 비상벨 “올 성장률 한국 2.3→2.0%, 중국 5.7→4.9% 대폭 하향”

한숨 돌린 아시아 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숨 돌린 아시아 증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고공비행하던 달러 가치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달러당 1193.7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하락 폭은 2017년 1월 5일(20.1원) 이후 3년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자들의 구두 개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셈이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긴급 성명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에 증시는 단기적으로 유동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인 유동성 효과 후에는, 국내 확진자 수 증감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재정 당국이 앞다퉈 경제 처방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OECD는 이날 발표한 중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5.7%에서 4.9%로 대폭 낮췄다. 미국은 기존 2%에서 1.9%로, 유로존은 1.1%에서 0.8%로 각각 낮췄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2.3%에서 2%로 0.3%포인트 내려 잡았다. OECD는 일본(0.6→0.2%)과 호주(2.3→1.8%)도 같은 이유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글로벌 밸류체인, 관광업, 금융시장, 경제심리 등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 북미 등으로 확산·장기화할 경우 올해 세계 성장률은 1.5%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는 이어  “한국과 호주 등은 예방적 정책금리 인하가 경제 심리 회복과 부채조달 비용 인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책 담당자와 투자자의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코로나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는 “코로나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 속도는 느리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앞으로 코로나19에 따른 파장이 얼마나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현숙·하남현·배정원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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