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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광클'할 때, 2시간 줄섰다···코로나에 두번 운 노년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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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 광주에 사는 주부 허모(62)씨는 요즘 집에서 온종일 TV 공영홈쇼핑 채널을 틀어 놓는다.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고 싶지만 집근처 대형 마트에는 재고가 없고, 온라인 쇼핑은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홈쇼핑에 마스크가 언제 판매될지도 알 수 없어 하루 종일 TV 앞을 지키다시피 한다.

#2.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모(35)씨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입해 배송한다. 야채 등 신선 식품은 늘 배송 마감 상태여서 고기와 인스턴트, 냉동식품 위주로 주문해 보낸다. 김 씨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게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 주문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 장을 봐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줄 서서 사는 마스크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오후 서울역 내 중소기업명품 마루매장 브랜드K 코너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3.2  pdj6635@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줄 서서 사는 마스크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오후 서울역 내 중소기업명품 마루매장 브랜드K 코너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3.2 pdj6635@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또 다른 계층 격차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디지털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사회ㆍ경제적인 격차를 의미하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회ㆍ경제적인 격차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젊은층 마스크 ‘광클’ 할 때 고령층은 2시간 줄  

대표적인 예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필수품으로 떠오른 마스크 구입이다. 청장년층은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 사이트 정보를 공유한다. ‘광클릭’을 통해 마스크 구매에 성공하는 것도 청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이에비해 고령층은 우체국 등 정부가 지정한 공적 마스크 판매점에서 새벽부터 2시간 이상씩 긴 줄을 서지만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

마스크뿐 아니라 생필품을 구매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가 ‘새벽 배송’ 등 신선식품까지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는데 비해 고령층은 온라인 쇼핑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오프라인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한다. 요즘 같은 상황에선 그만큼 감염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사진 중앙포토]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사진 중앙포토]

70대 이상 온라인 쇼핑 이용률 15% 불과   

이같은 상황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9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는 20.8% 70세 이상의 경우 15.4%만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다. 20대(96.9%)와 30대(92.4%)의 높은 이용률과는 대조적이다. 이용한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포용기획팀 수석은 “고령층의 경우 유튜브 등 동영상은 쉽게 활용하는 반면, 결제 등 사용 절차가 까다로운 온라인 쇼핑은 이용률이 저조한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시간 마스크 재고와 입고 계획을 알려주는 사이트.

실시간 마스크 재고와 입고 계획을 알려주는 사이트.

자세한 상황은 SNS로 확인?  

고령층은 마스크ㆍ생필품 조달 외에도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데도 취약하다. 현재 지자체에서 보내는 문자 서비스는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글자 수가 90자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선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확진자 이동 동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홈페이지나 SNS를 방문해야 하는데, 고령층엔 이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젊은 세대의 경우 ‘코로나 맵’, ‘신천지 위치 알림 앱’ 등을 통해 이동 경로가 겹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민들이 디지털의 중요성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원격 의료ㆍ원격 교육 등 사회 전체의 디지털화가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가능성이 점차 커질수 밖에 없는 만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활용 교육 등 실질적인 교육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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