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채팅으로 만나는 변호사·수의사, 비대면 상담 시장 뜬다

중앙일보

입력 2020.02.29 08:00

업데이트 2020.04.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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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목·어깨 통증은 오래 앉아서 일하는 자세로 인한 연부조직의 손상 및 관절 통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50분마다 자세를 바꿔주시고 팔은 책상에 올려두시는 게 좋아요!"

문턱 낮아진 법률 상담 서비스
반려동물 상태도 맞춤형 진단
미국 쿼라, 중국 즈후 등 관심
유튜브·블로그와 차별화 관건

지난 20일 오후 1시. 예약 시간에 맞춰 네이버 '지식인(in) 엑스퍼트' 모바일 피트니스 상담에 접속했다. '노트북으로 일하는데 목·어깨가 뻐근해요', 'PT할 때 배웠던 스트레칭, 도움 될까요?', '다리 부종 빼는 습관도 있을까요?'…. 스포츠과학 대학원을 졸업한 재활운동 전문가에게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1시간 가까이 실시간 채팅 상담을 마치고 낸 금액은 1만원.

채팅이나 전화로 전문지식 기반의 상담을 해주는 '비대면(언택트)' 온라인 전문가 플랫폼이 확산하고 있다. 변호사·수의사·세무사 등 전문직들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모바일 시장에 합류하면서다. 맥킨지는 이런 온라인 전문가 플랫폼이 2025년까지 연간 5억4000만명이 찾는 거래액 2조7000억 달러(약 3240조원)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 지식in 엑스퍼트에서 1만원(이벤트가)을 내고 피트니스 상담을 받아봤다. 김정민 기자

네이버 지식in 엑스퍼트에서 1만원(이벤트가)을 내고 피트니스 상담을 받아봤다. 김정민 기자

전문가와 친구처럼 채팅

기자가 체험해본 '지식인 엑스퍼트'는 네이버가 2008년부터 운영해온 '지식인 전문가 답변'이 유료로 진화한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운세·세무·운동·펫 등 10개 분야에서 채팅 상담이 이뤄진다. 지난 3개월간 누적 유료 상담 건 수는 약 4만 건. 운세 상담은 월평균 거래액이 1000만원으로 예상되는 전문가가 나올 만큼 인기다. 결제는 네이버페이로만 된다. 총 결제액 중 네이버가 페이수수료 5.5%를 갖고,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돌아간다.

온라인 전문가 플랫폼은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 만나 탄력이 붙었다. 네이버 측은 "디지털에 친숙하고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1020의 구매력이 높아질 수록 플랫폼도 더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 사용자 문효식(24)씨는 "채팅 방식이라 통화·대면하는 것보다 생각하면서 구체적으로 묻기 좋았고, 초면에 말하기 껄끄러운 것도 편하게 질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턱 낮아진 변호사 상담

로톡 홈페이지 [사진 로톡 홈페이지 캡처]

로톡 홈페이지 [사진 로톡 홈페이지 캡처]

2014년 출시된 '로톡'은 변호사 1790여 명이 활동하는 상담 플랫폼이다. 27일 기준 약 27만 건의 상담이 오갔다. 주력 상품은 2만~5만원 선의 '15분 전화상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에게 광고비를 받아 수익을 낸다. 가령, 소비자가 로톡에서 '이혼 변호사'를 검색하면 검색결과 상단에 특정 변호사를 우선 노출해주고 광고료를 받는 모델이다. 변호사법상 대가를 받고 의뢰인을 중개·알선하면 위법이어서다.

정재성(36) 로톡 부대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2012년부터 대거 배출되면서, 사건 수임만 하기에도 벅찼던 '공급 부족' 상태가 '공급 과잉'이 됐다"며 "대면·사후 해결 위주의 기존 시장이 치열해지자 분쟁 예방을 위한 '비대면 법률서비스' 시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전 예방 차원의 법률서비스는 계약서나 내용 증명만 있으면 비대면 자문이 가능해 모바일과의 합이 좋다"고 덧붙였다.

상담에서 데이터 비즈니스까지

반려동물 상담 서비스인 '펫닥'은 수의사와의 1:1 채팅 상담으로 시작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 중이다. 반려동물에 맞는 맞춤형 사료 제조, 제품 추천 등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매출을 2018년 대비 500% 끌어올렸다.

모바일 보험 솔루션 스타트업 '보맵'은 2017년부터 약 1년 3개월간 제공했던 '보장 분석 상담'을 오는 4월 자동화 서비스로 출시한다. 전문 상담사가 직접 작성하던 맞춤형 리포트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항목을 추출해 설문조사로 만들었다. 사용자가 '목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등의 항목에 체크하면 현재 가입된 보험의 보장 범위나 가격이 적절한지 자동으로 알려준다.

펫닥의 1:1 수의사 상담 서비스 [사진 펫닥]

펫닥의 1:1 수의사 상담 서비스 [사진 펫닥]

유튜브·블로그와 차별화하려면

이 시장은 '얼마나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관건이다. 실제 지식인 엑스퍼트를 사용해본 남모(27)씨는 "유튜브·블로그 검색만 해도 유용한 전문가 콘텐트가 많은데, 비용을 내라고 하니 솔직히 손이 잘 안 간다"고 평했다.

상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문성'과 '맞춤형'을 강조하는 이유다. 네이버·로톡 등은 전문가 경력 등 상세 프로필과 상담 횟수, 사용자 후기를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펫닥 측은 "수의사에게 직접 반려동물의 디테일한 증상을 설명할 수 있고, 1차 답변 후에도 채팅하듯 계속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콰라·즈후·벤고시…해외서도 인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의 지식공유 SNS '쿼라', 일본 최대 변호사 중개 사이트 '벤고시닷컴', 일본 의료상담 플랫폼 '라인 헬스케어', 중국의 유료 지식공유 서비스 '즈후' [사진 각 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의 지식공유 SNS '쿼라', 일본 최대 변호사 중개 사이트 '벤고시닷컴', 일본 의료상담 플랫폼 '라인 헬스케어', 중국의 유료 지식공유 서비스 '즈후' [사진 각 사]

해외에서도 전문가들의 온라인 무대는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지식공유 SNS '쿼라'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애덤 단젤로가 2010년 선보였다. 현재 쿼라의 월 사용자는 2만명, 기업가치는 2조원이다. 중국에는 '중국판 쿼라'로 불리는 즈후(知乎)가 있다. 정기결제 모델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 즈후는 지난해 콰이·바이두 등으로부터 약 5260억원을 투자받았다. 알리바바의 알리헬스에선 2000여 명의 의사가 매일 원격으로 환자 10만명을 진료한다.

일본에는 변호사 중개 사이트 '벤고시(변호사)닷컴'이 있다. 월 1600만명이 방문한다. 일본 변호사 4만명 중 42.5%(1만7000명)가 쓴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은 벤고시닷컴과 제휴를 맺고 지난해 11월 '라인 변호사 상담'을 출시했다. 라인은 의료시장도 노린다. 일본 의료 플랫폼 M3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지난해 12월 '라인 헬스케어'를 내놨다. 30분간 환자의 증상을 듣고 의료인이 상담해주는 '바로 상담'과 건강 고민을 적고 답을 기다리는 '나중에 답변' 서비스가 있다. M3의 의사 27만명과 약사 16만명이 대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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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산 

최승용 펫닥 대표 [사진 펫닥]

최승용 펫닥 대표 [사진 펫닥]

과제는 남아있다. 기존 시장과의 충돌이다. 실제 펫닥은 사업 초 수의사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최승용(34) 대표가 일일이 병원을 찾아 "비전문가의 가짜 정보를 막고, 아픈 동물을 주변 병원으로 연결하려는 것"이라 설득한 후에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펫닥은 현재 한국동물병원협회·서울시수의사회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전국 3000곳의 동물병원과 제휴 중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등 기존 전문가들의 반대로 원격 의료가 막혀있다"며 "비대면 전문가 플랫폼은 기존 시장을 '혁신'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가 하락을 우려하는 보수적인 전문가 집단의 방어 논리를 잘 이겨내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팩트로 FLEX, 팩플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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