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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이삿날도 산 날이다"는 집주인, 하루치 월세 달라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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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가지고 들어오는 날이나, 이삿짐을 빼서 나가는 날도 월세 계산에 포함해야 하는 걸까요? 혹시 집주인이나 부동산으로부터 “들어오는 날도, 나가는 날도 월세 내는 거다”는 말을 들으셨나요? 아닙니다! 정답은 ‘들어오는 날과 나가는 날 중 하루 치만’입니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산 것도 아니고 안 산 것도 아니여

=왕세월씨는 월세 60만원짜리 집에 2019년 1월 1일 오후 2시에 이삿짐을 가지고 들어와 2020년 1월 1일 오전 10시에 이삿짐을 빼서 나갔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나간 날도 산 날이다”며 하루 치 월세 2만원을 더 내라고 합니다.

=호텔 등 숙박업소는 하루를 지내더라도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처럼 시간까지 명확하게 명시돼 있죠. 하지만 부동산 월세 계약을 할 때는 일 단위로 날짜만을 적기 때문에 혼란이 생깁니다.

#이사 온 날은 ‘노 카운트’!

=우선, “나간 날도 산 날이다”는 집주인 말은 맞습니다. 부동산 ‘점유’의 개념은, 1시간을 점유했어도 인정됩니다. 아무리 아침 일찍 나간다 해도 그 날 그 집을 점유한 것이죠.

=그렇지만 우리 민법은 ‘이사온 날’은 계산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57조는 계약 단위가 일, 주, 월, 연 단위일 때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이걸 ‘초일불산입의 원칙’, 우리말로 하면 ‘첫날은 빼’ 정도 되겠습니다.

우상조 기자/ 20171023

우상조 기자/ 20171023

=그러니까 왕세월씨는 2020년 1월 1일 입주했지만, ‘첫날은 빼’ 원칙을 적용하면 월세 계약은 1월 2일부터입니다. 그러므로 2019년 1월 2일부터 2020년 1월 1일까지는 정확히 1년이 맞습니다.

#계약서가 입주 날부터?

=‘이사 온 날’은 계산에 넣지 않고, ‘나가는 날’은 계산에 넣는 것이 원칙이라는 건 이제 아시겠죠. 그런데 이미 계약서가 ‘이사 들어온 날’부터 계산하는 걸로 돼 있다면? ‘이사 나가는 날’을 빼는 거로 하면 됩니다. 이걸 ‘초일 산입’이라고 하는데요. ‘첫날 빼고 막 날 넣나, 첫날 넣고 막 날 빼나’ 똑같겠죠.

=주의할 것은 민법상 원칙이 이러하더라도, 당사자 간의 계약이 민법에 우선한다는 점입니다. ‘이사 온 날’부터 ‘나가는 날’까지 월세를 내기로 계약서를 써 버렸다면 임차인이 주장하기 곤란해집니다. 그러니 도장 찍기 전에 날짜를 잘 확인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삿짐을 가지고 들어오는 시간이나 나가는 시간도 미리 정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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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놀리지 않으려는 임대인

=전 세입자가 나가는 날과 동일한 날 입주할 것을 요구하는 집주인들이 많죠. 하루라도 방이 비는 만큼 월세를 손해 보니까요. 그러다 보니 통상적으로 이사가 ‘오전-헌 세입자OUT’, ‘오후-새 세입자IN’으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사실 임대인 입장에서도 ‘들어오는 날’과 ‘나가는 날’도 모두 월세를 받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같은 날 두 사람(헌 세입자, 새 세입자)에게 받으면 임대소득을 신고하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세입자가 잘 모른다고 은근슬쩍 양쪽 모두를 노리는 임대인을 만난다면 사실 확인을 꼭 해보시길.

#하루를 손해 보지 마세요!

=이삿날은 정신이 없습니다. ‘셀프 이사’라도 했다면 자장면으론 채워지지 않는 체력 손실이 있을 것이고, 포장 이사를 했다면 이사 비용이 너무 커 하루 치 월세는 적은 돈으로 보이는 기이한 효과도 맛보실 겁니다. 관리비 정산이니 엘리베이터 사용료니 하다 보면 이것저것 달라는 대로 줘야 할 것 같고요.

=이사 나갈 땐 ‘장기수선충당금’도 꼭 챙기세요. 공동 주택의 시설이 낡아서 수리할 경우에 대비해 조금씩 모으는 돈인데요. 원래 집주인이 납부해야 하지만 편의상 세입자에게 부과합니다. 그러니 떠날 때는 그동안 낸 걸 돌려받아야 하죠. 알아서 챙겨주는 임대인이나 중개업자를 만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불산입해아 하는 걸 산입했을 때는 불이익을 주게 하거나 중개소에서 계약 시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임대인-임차인 관계에서 임대인이 우위에 있게 되고 임차인 입장에서도 하루 치 월세 때문에 싸우기 싫으니까 잘못된 관행임에도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문현경 기자

장기수선충당금도 꼭 챙기세요!

 10년 넘은 오피스텔의 장기수선충당금입니다. 1년 2개월여동안 7만2900원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월세 세입자가 우선 매 달 내지만, 퇴실 시 한꺼번에 돌려받는 돈입니다. 문현경 기자

10년 넘은 오피스텔의 장기수선충당금입니다. 1년 2개월여동안 7만2900원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월세 세입자가 우선 매 달 내지만, 퇴실 시 한꺼번에 돌려받는 돈입니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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