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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잘 잊으면 삶이 달라진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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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호 20면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부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은 아무리 지워봐도 조금만 방심하면 불쑥 고개를 내민다. 가장 치명적인 순간은 잠들기 직전. 눈을 감고 회사에서 했던 실수나 연인과의 말다툼을 떠올리다 보면 괜히 이불만 걷어차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영화 ‘박하사탕’처럼 “나 다시 돌아갈래!” 외쳐봐도 현실은 듣는 이 없는 방구석일 뿐. 이렇게 밤마다 ‘이불킥’하는 이들을 위해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해답을 내놨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삶이 달라질 수 있다. 나쁜 기억을 지울 ‘용기’만 있다면.

기억을 지우는 데는 최면도, 신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달리’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같은 경험도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심리학’이 바탕이 됐다. 아들러는 경험에 어떤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모든 이에게 자신의 삶을 결정할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심리학이 ‘용기의 심리학’으로 불리는 이유다.

저자는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전작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속에 이 심리학을 녹여냈다. 이번에도 철학자가 해주는 상담이 주된 형식이다. 이번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철학자를 찾았다. ‘건축학개론’, ‘수상한 그녀’ 등 유명 한국영화 19편의 인물들이 각자의 ‘나쁜 기억’을 털어놓는다. 철학자는 듣기 좋은 말로 그들을 위로하기보다 현실을 바로 보라며 일침을 놓는다. 이 역시 과거를 외면하지 말고 현실 속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한 것이다.

이번 신간은 한국 독자를 위해 우선 쓰였다. 전작 『미움받을 용기』는 국내에서만 150만 부 넘게 판매됐다. 저자는 전작의 인기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웠다. 이 책의 옮긴이가 한국어 선생님이다. 이번 신작에 대한 영감도 한국어 수업에서 얻은 것이다. 저자는 책 속 철학자처럼 정신과 상담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이 ‘기시미 이치로가 해주는 방구석 1열 상담’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김여진 인턴기자 kim.yeo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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