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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인간 의식의 비밀에 도전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5호 21면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김재익 지음
한길사

하루 종일 우리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누구일까. 나 자신 아닐까. 끊임없이 뭔가 느끼고 생각하는 한편 그런 자신을 계속해서 의식하게 되지 않나. 이런 과정 자체를 대화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나’라는 존재, 내가 나라고 느끼는 이 의식의 정체는 뭘까. 윤회를 거듭하는 불멸의 영혼인가. 아니면 육체의 소멸, 두뇌 신경 세포의 붕괴와 더불어 영영 사라지는 유한한 생체 현상인가.

만학도 김재익(73·사진)씨가 이 책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를 쓴 동기도 비슷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사후 세계, 정확하게는 육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 의식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했다. 25일 기자간담회에서다. 티베트 등지의 사례를 탐사한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 같은 과학책을 읽은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김재익

김재익

독서의 힘은 세다. 서울 공대 졸업 후 평생 패션업계에서 일한 한 사람의 인생 후반 행로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으니 말이다. 김씨는 예순 무렵 서울대 뇌과학 협동 석박사 과정을 시작했다고 했다. 칠순에 학위를 땄다. 뇌 가소성과 노화에 관한 연구논문이 세계적인 SCI 저널에 실렸다.

책은 김씨가 10년 공부 공력을 모아 최초의 궁금증을 해소하려 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후 세계는 과연 존재하나. 실존적인 궁금증에서 비롯돼선지 비슷한 국내 저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종합적이다. 인간 의식에 관한 과학의 연구 갈래들을 총결산한 느낌이다. 각 챕터의 내용을 훑는 것만으로 책의 관심 범위를 짐작할 수 있다. 최초의 궁금증, 그러니까 윤회를 견디는 영혼은 존재하는지(제2부 육체 밖의 의식에 대한 논란), 의식에 대한 과학의 관심은 어떤 경로를 밟아왔는지(제4부 의식과학의 역사), 인간 의식과 동물의 의식은 어떻게 다른지(제6부 의식의 기원과 동물의 의식, 제7부 인간의 의식은 무엇이 특별한가) 등을 파고든다.

그러니 책 성격을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겠다. ‘명민한 만학도의 인간의식 탐사 오디세이’.

찬사만 늘어놓았지만 교과서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역시 인간 의식 연구 ‘A to Z’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CI 논문 등재 저자답게 최신 연구를 망라한 것 같다. 전문적인 대목들이 평균 독자에게 버거울 수 있지만 의식과학 영역 가운데 특별히 관심 가는 대목을 골라 펼치면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려는 인간 노력이 어디까지 당도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뒤에 붙인 목록을 세어 보니 참고문헌(도서·논문)이 235건이나 된다. 한 건만 빼고 모두 영문 자료다.

그러니까 인간의식은 무어란 말인가. 용어해설까지 포함해 700쪽에 가까운 책은 이 질문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할 수 있다. 곳곳에 현대과학이 제출한 그에 대한 해답이 소개돼 있다. 책을 펼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참고로, 김씨는 인간의식 수준의 인공지능(AI) 제작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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