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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바이러스 막는 방파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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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호 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확산이 '3차 파도(third wave)'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지역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확진 환자가 29일 오전 현재 2900명이 넘었습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합니다. 제2, 제3의 대구 위기가 몰려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집니다. 과연 국내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지 긴장이 고조됩니다.

지난 26일 대구시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대구시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의 신천지 신도 환자는 병상 부족으로 자기 집에 격리돼 있다가 사망했습니다. 27일 오전 기준으로 대구 시내 코로나 19 확진자 1017명 가운데 447명만 입원하고 나머지는 자기 집 등에 머무는 실정입니다. 대구의 800병상과 의료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고육지책으로 청도, 부산, 창원의 일부 병원은 아예 ‘코호트 격리’했습니다.

보건 당국의 코호트 격리는 위험을 내부에서 해결하고 외부로 전파하지 말라는 극단적인 처방입니다. 내부에서 치료가 안 되면 사실상 탈출구가 없어집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입니다. 위기 때 약자들이 먼저 쓰러지는 현실입니다.

왜 이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지 못할까요. 병상의 문제이자, 의료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이들을 민간 병원으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다른 환자가 급감합니다. 병원은 경영상 애로를 겪게 됩니다. 민간 병원에 경영상의 위기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민간 병원을 비인도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보건 당국은 민간 의료 인력의 지원을 촉구하고, 공공 연수원을 비워 병실로 활용하는 등 긴급히 민간-공공 협력 시스템을 가동하려고 합니다. 서울의 일부 대형 병원이 대구의 코로나 19 환자를 받기로 했습니다만 이런 방식은 긴급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일회용 대책일 뿐입니다. 이번 위기를 넘기고 우리는 본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 26일 창원시 성산구 한마음창원병원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자 발열체크 등을 하며 통제하고 있다.한마음창원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22일 폐쇄 했다가 25일 외래진료를 재개한후 26일 확진자 추가 발생으로 다시 폐쇄됐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창원시 성산구 한마음창원병원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자 발열체크 등을 하며 통제하고 있다.한마음창원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22일 폐쇄 했다가 25일 외래진료를 재개한후 26일 확진자 추가 발생으로 다시 폐쇄됐다. 연합뉴스

그 해법의 하나가 공공 의료시스템의 확충입니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국내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은 5.8%입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1.8%보다 낮습니다. 노인전문병원, 요양원, 정신병원 등 특수 목적 치료를 위한 병원을 제외하면 비중은 더 낮아집니다. 공공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닙니다. 납세자의 세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생적으로 비효율과 방만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노조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공공병원이 필요한 건 지금과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는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공병원 병상을 전체 병상의 최소 30% 이상 확보하고 의료 인력을 충원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공공병원을 전염병 대응 전문 의료기관으로 전환해 위기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요. 공공병원에 입원한 일반 환자를 민간 병원 등으로 옮기고 공공병원을 바이러스 전쟁의 교두보로 삼는 대응책입니다. 이미 이런 필요성을 느낀 보건 당국은 국군대구병원을 대구 지역 감염병 병원으로 전환하고 300병상으로 확대해 대구ㆍ경북의 코로나 19 환자 치료에 투입하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빌 게이츠의 한 마디가 머리에 박힙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이다.”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재난은 핵전쟁이 아닌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코로나 19 위기는 진정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은 분명하게 남을 겁니다.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방파제를 쌓아야 합니다. 공공 의료시스템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민간 의료시스템과 공공 의료시스템이 적절히 균형을 맞춘 의료 체계가 국민의 건강을 보장합니다. 약하다는 이유로, 취약 계층이라는 이유로 위험에 노출되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게 구조화한 사회에서 양심과 정의를 찾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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