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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 금리 내리면 집값이 오른다고?

중앙일보

입력

27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동결' 발언에 가슴을 쓸어내린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무주택자죠. 금리를 내리면 가뜩이나 비싼 집값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일단 한숨 돌렸지만, 우려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당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질 조짐을 보이는 만큼, 4월엔 금리를 내리지 않겠느냔 전망이 많으니까요. 한데 금리를 내리면 정말 집값이 오를까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리와 집값이 역관계?

=굳이 따지면 금리와 집값은 역관계를 갖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집값은 하락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금리가 떨어질 때마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이는 국내외를 막론한다.

#왜 그럴까

=논리는 간단하다. 금리 인하는 대출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종전보다 낮은 이자 비용을 내고 돈을 빌릴 수 있단 얘기다. 물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대출 이자가 그만큼 내려가는 건 아니다.

=통상 은행 대출 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에 조달금리를 얹은 '은행별 기준금리'에다, 영업비용·마진 등을 고려한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면 시중은행의 대출 이자는 0.11~0.12%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출 이자 감소. 셔터스톡

대출 이자 감소. 셔터스톡

=또 하나는 유동성 증가다. 금리 인하로 은행 예·적금 상품의 매력이 시들해진 데 따른 반작용이다. 다시 말해 은행의 초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시중 부동 자금이 고수익을 좇아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단 얘기다. 최근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단순화는 금물

=그렇다고 '금리 인하→집값 상승' 공식을 들이대는 건 지나친 단순화다. 금리가 내려가면 집 살 여건이 좋아지는 건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집값이 오르진 않는다. 집값엔 금리 외에도 경기 흐름, 수요·공급, 정책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2013년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2.5%까지 내렸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서울 집값은 2011년 0.7%(한국감정원 조사) 오르는 데 그쳤다. 2012~2013년은 오히려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금리를 올렸는데도 집값이 고공 행진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아파트 밀집지역. 뉴스1

경기도 수원시의 아파트 밀집지역. 뉴스1

#올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4월 금리 인하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대출 규제 때문이다. 현재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은행이 집값의 40%밖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집값이 9억원을 넘으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대출이 아예 막힌 상태다.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집을 사야만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대출 한도를 늘리지 않는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가 이자 몇 푼 싸진다고 집을 살까. 게다가 이미 비싼 집값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큰 상황이다.

=오히려 그보단 다른 요인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주택 매수 심리 위축은 물론, 경기 침체로 이어져 집값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주장이 있다. 서울의 경우 매물 잠김(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 집값이 버틸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 상황을 보면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가 일부 약세를 보이지만, 9억원 이하 아파트 호가(부르는 값)는 그대로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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