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난 우리술 마셔봤나···전통주 전문가들이 딱 8개 뽑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0.02.28 05:00

업데이트 2020.02.28 10:09

전통주

전통주

전통주라고 불리는 ‘우리술’이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아재들이나 마시는 고리타분한 술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쿨하고 트렌디한 술로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딴 모던 레스토랑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도 다양한 우리술을 주류 리스트에 두고 한식 또는 서양 요리와 어울리도록 페어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방 소도시에서 어렵게 가족경영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양조업체의 면모도 크게 달라져 새로운 맛과 소재를 연구하는 젊은 양조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젊은 소비자들 역시 전통주는 저렴한 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전통을 잇는 동시에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진일보하고 있음을 알고 그 ‘노력’과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전통주 전문가들이 꼽는 ‘2019년의 눈여겨 볼 술’을 모아봤다. 더불어 이들이 전망하는 2020년의 우리술 시장의 트렌드를 함께 전한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우리술은 너무 많다! 당신의 취향을 테스트해보길 바란다.

이승훈(백곰 막걸리 대표)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삼해소주
‘서울의 술’로 역사 속 한 부분을 차지하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전통소주다. 깔끔하고 가벼운 소주가 각광받는 요즘, 45도의 높은 알코올도수와 전통방식인 상압식 증류소주 특유의 묵직한 맛의 진수를 보여주며 화제가 되고 있다. 71.2도의 프리미엄 버전으로 출시된 ‘삼해귀주’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맛과 향을 갖고 있어 전 세계 어떤 증류주와도 겨뤄볼 만한 술이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생산자·소비자 모두 전통주의 가치와 시장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온라인 통신판매와 함께 외식업장에 어필할 수 있는 지역 특산주, 소규모 주류제조 창업의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며 적정수준 가격의 준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민(대동여주도 대표)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서울의 밤
최근 전통주 전문점 협의회와 함께 2019년 한 해 동안 가장 사랑 받은 우리술 순위를 발표했는데, 증류주 부문에서 ‘서울의 밤’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무려 12개 주점에서 1위를 차지했고, 2등과의 점수 차이도 30점 이상 날 만큼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품 콘셉트, 디자인, 가성비 등이 어우러져 큰 시너지를 낸 결과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이 사는 건 디자인. 전통주가 갖고 있는 약점 중 하나인 패키지 디자인을 젊은층 취향에 맞게 세련되게 잘 만들었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2019년은 신생 양조장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고 더불어 다양한 신제품들이 출시되며 이목을 끌었다. 콘셉트와 재료의 다양성과 함께 패키지 디자인도 개선돼 SNS에서 꾸준히 이슈가 되면서 업장들의 반응도 좋아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이런 현상이 가속화돼서 좋은 제품들이 더욱 많이 출시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김보성(부국상사 대표)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별산 막걸리
현재 유통되는 제품들 중 ‘별산 막걸리’처럼 새콤달콤한, 맛과 개성이 뚜렷한 제품이 많지 않다. 덕분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식주점 뿐 아니라 호텔을 비롯한 대형 외식 채널에 빠르게 입점, 소비되고 있다. 무감미료 프리미엄 탁주 그룹의 타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2019년도엔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는 동시에 일본식 주점인 이자카야 등에서 사케 대체용으로 약·청주 계열의 술들이 많이 소비되면서 채널의 다변화가 이루어졌다. 올해도 온라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 저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새로운 카테고리의 술들이 꾸준히 출시되며 재미요소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패키지 디자인과 맛·향 등을 젊은층에 맞게 변화를 준 전통주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증류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쌀은 기본이고 매실·복분자·사과 등 다양한 재료를 기본으로 한 증류주가 출시되면서 경쟁할 것이다.

문선희(막걸리학교 사무국장)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술공방9.0 생막걸리
충남 청양의 아리랑주조에서 2019년 출시한 제품이다. 곡물 대비 물의 비율을 낮춘 ‘농담금’ 기법으로 빚어 14일 숙성시킨 원주에 가까운 막걸리다. 알코올 도수는 9도로 묵직한 바디감에 적당한 산미가 있다. 과일향의 여운이 길게 남고 단맛이 강하게 돌아 온더락으로 즐기기에도 좋다. 기존 막걸리에 비해 용량이 적은 500ml 병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20~30대 젊은층에 잘 어필한 제품이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뉴트로(New-tro)’ 현상이 주류 분야에서도 나타나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우리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주세법 개정과 소규모 양조장 증가로 개성 있고 다양한 증류식 소주가 선보이면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알코올 도수와 가격·종류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박사)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천비향
최근 전통주들이 다양한 국내외 정부 행사의 만찬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비향’은 다섯 번이나 선택을 받았다. 청와대 만찬뿐 아니라 아세안정상회의에서도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전통주의 맛과 향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 ‘2018 우리술품평회’ 약주부분에서 대상을 받을 만큼 품질도 우수하고 다양한 제품을 가진 것이 이 양조장의 큰 장점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커져 지금보다 미래가 궁금한 전통주 생산업체가 됐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첫째, 전통주의 저도수화가 확대될 것이다. 막걸리 5도, 약주 10도, 증류주 20도 내외의 지금보다 도수를 낮춘 술들이 많이 출시될 것이다. 둘째, 중저가 제품의 출시가 증가할 것이다. 기존 우리술의 가격대는 저가 1000〜2000원선, 프리미엄 1만〜2만원선으로 중간 가격대가 많지 않았다. 올해는 중간 가격대의 제품이 많아질 것이다. 셋째, 약주시장의 활성화다. 저도수 문화와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시장 상황을 보면 약주 시장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거와 다르게 첨가물이 최소화되고 달지 않은 약주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이지혜(전통주 국가대표 소믈리에)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나루 생막걸리
2019년 6월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끈 신예. ‘진짜 서울 막걸리’라는 콘셉트로 서울 성수동에서 ‘서울 경복궁 쌀’ 100%를 이용한 무감미료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층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맛을 기본으로 제품 제조부터 유통, 병 디자인, 브랜딩 모두를 직접 하며 ‘한강주조다움’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전통주 브랜딩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제조를 비롯해 유통·마케팅 등 전통주 시장 내 젊은층의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차별화되고 도전적인 술들이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규모 주류 제조 창업이 증가하며 ‘도심 속 양조장’이 서울을 비롯해 주요 도심 곳곳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류인수(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진맥소주
증류식 소주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증류주가 생산되고 있다. 쌀로 시작해 보리·메밀 등을 이용한 증류주가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밀과노닐다’ 양조장의 진맥(밀)소주는 증류주의 다양성을 한층 넓혀준 동시에, 1670년대 『음식디미방』에 기록된 전통 소주를 발굴함으로써 전통의 가치를 높인 술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올해는 탁주의 종량세 전환과 소규모 주류제조의 과실주가 추가로 허용되면서 주류제조업체의 제품 출시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특히 탁주의 종량세 전환으로 지역 원료, 무감미료 등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 생산이 가속화 될 것이다. 또한 전통주 전문점도 다양한 전통주를 음식과 함께 판매하는 방식에서, 주종(약주』증류주 등)을 특성화 시킨 바(BAR)형태의 전문점이나 소매 형태의 전문 판매점으로 변화돼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한국식품연구원 산업지원연구본부장)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전통주 전문가가 꼽은 '2019년의 술'

지평막걸리
4대째 이어진 지평주조의 대표 제품으로 단기간 매출이 2000% 이상 급성장한 술이다. 막걸리를 처음 접하는 젊은층이 주 고객이며, 향후 이들이 다른 우리술을 접하는데 있어 거부감을 줄여줄 교두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2020년 전통주 시장 전망
일반 식품에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건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루텐 프리, 클린 라벨 같은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우리술에도 이 같은 트렌드가 요구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무감미료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한층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대동여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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