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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보고 장사하는데…“하루 100명 찾던 PC방 1명도 안 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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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26일 오후 4시쯤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일동버스터미널. 터미널은 물론 주변 거리에서도 군인과 가족·연인·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택시 승차장에도 택시 10여대만 줄지어 늘어서 대기 중일 뿐 군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도로 위에는 ‘장병 여러분 코로나19 예방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군 생활하세요’라고 쓴 일동면 소상공인연합회가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코로나19에 장병 외출·외박 금지 #군부대 주변 음식점·군인용품점 #손님 없어 매출 급감…일부 문 닫아 #지자체, 지역상인 지원 대책 골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모든 군인의 외출·외박 등이 금지된 접경지역 버스터미널 주변의 모습이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일동버스터미널 주변 승차장에 길게 늘어선 채 대기 중인 택시 행렬. 전익진 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일동버스터미널 주변 승차장에 길게 늘어선 채 대기 중인 택시 행렬. 전익진 기자

택시기사 이모(57)씨는 “평소 군인 손님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터라 지난 22일부터는 승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한 뒤 요즘은 승객이 예전의 2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 상가도 일부는 문을 닫았고, 연 곳도 대부분 텅 비다시피 썰렁했다. 터미널 맞은편 2층의 한 PC방은 아예 문이 잠겨져 있었다.

옆 건물 2층의 PC방도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온 PC방 주인 권모(50)씨는 “지난 15일부터 이 지역 군인의 외출·외박 등이 대부분 중단되기 시작해 22일부터는 완전히 금지되면서 평소 주말이면 100여 명이 찾던 군인 손님이 지난 주말부터는 단 1명도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PC방을 주말 위주로 군인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군인의 외출·외박 등이 중단됐으니 막막하다”고 했다.

상인 “위수지역 폐지에다 외출·외박 금지까지 덮쳐 3중고”

근처 한 군인 전문용품점도 상황은 같았다. 주인 최모(55·여)씨는 “일동 지역 상인들은 지난해부터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부대 재배치로 지역의 군인 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군인의 외출·외박 가능 구역인 ‘위수지역’까지 폐지되면서 이전보다 절반가량 손님이 줄어든 상태에서 코로나19로 군인의 외출·외박 마저 금지돼 엎친 데 덮친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군부대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방부가 지난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외출·외박·면회를 전면 금지하면서 접경지역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강원도 접경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사실상 마비 상태다. 26일 오후 강원 화천군 사내면 중심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군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주민만 가끔 눈에 띄었다. 일부 상점은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일동버스터미널 앞의 문 닫힌 한 PC방. 전익진 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일동버스터미널 앞의 문 닫힌 한 PC방. 전익진 기자

군인 많은 강원도 접경지역 지역경제 더 어려워  

70개의 테이블을 갖춘 사내면 한 음식점은 이날 점심시간에 손님 2명만 다녀갔다. 직원 정모(30)씨는 “평소 점심시간이면 손님으로 가득했는데 군인들이 나오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반 손님까지 오지 않으면서 텅텅 빈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내면의 경우 주민 6500여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00여명이 군인과 군인 가족이어서 지역경제의 군인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일동버스터미널 앞 한 군인 용품전문점의 손님이 없는 모습. 전익진 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일동버스터미널 앞 한 군인 용품전문점의 손님이 없는 모습. 전익진 기자

인제군 북면 원통리도 비슷했다. 원통리 한 PC방은 이날 오후까지 일반인 손님 2명이 찾았다. 이곳에서 20년째 PC방을 운영해 온 김모(45)씨는 “평일 기준 매출이 5분의 1로 줄어 하루 3만~4만원을 겨우 벌고 있다”며 “메르스나 신종플루 때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천시 “지원 방안 단계적 마련, 조속히 시행 방침”  

이에 접경지역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군인 외출·외박 등 금지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지역 경기 활성화와 지역 중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단계적으로 마련, 조속히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익진·박진호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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