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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아이돌 “대구 시민과 함께 코로나 이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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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구FC 정승원은 잘 생긴 외모에 뛰어난 기량까지 갖춘 차세대 축구스타다. [사진 대구 FC]

대구FC 정승원은 잘 생긴 외모에 뛰어난 기량까지 갖춘 차세대 축구스타다. [사진 대구 FC]

“오늘 제 생일인데, 대구 클럽하우스에만 콕 박혀 있어요. 코로나 사태 터지고, 지난주부터 아예 밖에 안 나가요. 다들 좀 힘들어해요.”

외출 금지 중 생일 맞은 정승원 #운동장~숙소만 구단 버스로 오가 #지난해 9차례나 홈경기 매진 #하루 빨리 상황 나아져 팬 만나길

27일 휴대전화로 전해지는 프로축구 대구FC 미드필더 정승원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활달하지 않았다. 이날은 그의 23번째 생일이었는데, 벌써 10일째 대구 수성구 월드컵로에 위치한 ‘대구FC 클럽하우스’ 내에만 머물고 있었다.

29일이던 K리그1 개막은 무기한 연기됐다. 대구가 연고지인 대구FC 선수들은 첫 훈련 날인 17일부터 계속 외출 금지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는 21일 정부의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역(대구)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대구 구단은 외부인의 훈련장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대구스타디움 훈련장은 클럽하우스 인근이지만, 반드시 구단 버스로만 이동한다.

대구에서 훈련 중인 대구FC 미드필더 정승원. [사진 대구FC]

대구에서 훈련 중인 대구FC 미드필더 정승원. [사진 대구FC]

정승원은 “숙소에서 생일을 보냈다. 그래도 점심때 미역국은 먹었다. 고향(전북 전주) 가족들이 걱정하며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식사 후 항상 체온을 측정한다. 다들 괜찮다. 선수들 모두 밥을 먹으며 뉴스 속보도 챙겨본다. (조광래) 대표님과 (이병근) 감독(대행)님이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 잘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대구는 지난달 중국 쿤밍에서 1차 전지훈련을 했다. 상하이 2차 훈련 직전 ‘우한 폐렴’(당시엔 코로나19를 그렇게 부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조기 귀국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이 이렇게 될지, 그중에서도 대구가 이렇게 될지는 생각도 못 했다. 정승원은 “개막일에 컨디션을 100%로 맞췄는데 아쉽다. 그렇다고 훈련을 멈출 수는 없다. 우리는 하던 대로 대구스타디움에서 매일 오전·오후 2시간씩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예기치 못한 감금 생활이 답답할 텐데. 어떻게 휴식시간을 보내나 묻자 “주장 (홍)정운이 형, (최)영은이 형, (김)대원이, (김)재우, (정)치인이 등 동료와 ‘도둑 잡기’ 게임을 한다. 주사위를 던져서 하는 보드게임”이라고 소개했다.

소녀 팬을 몰고 다니는 정승원의 별명은 달구벌 아이돌이다. [사진 정승원 인스타그램]

소녀 팬을 몰고 다니는 정승원의 별명은 달구벌 아이돌이다. [사진 정승원 인스타그램]

소녀 팬을 몰고 다니는 정승원의 별명은 ‘달구벌 아이돌’이다.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당시 현지 여성 팬이 그를 보려고 먼 길을 달려오기도 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이 오세훈(상주) 몸에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정승원은 한국의 우승과 올림픽 본선행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에 기여한 정승원. [연합뉴스]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에 기여한 정승원. [연합뉴스]

대회 전까지 정승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만명이었다. 대회가 끝나자 27만명이 되어 있었다. 정승원은 “요즘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팬한테서도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온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한국어로 ‘사랑하고’, ‘응원한다’ 등의 내용을 보낸다”고 전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경기 스타일은 거칠다. 맡은 선수를 악착같이 맨마킹한다. 정승원이 좋아하는 말은 ‘생긴 것과 다르게 공을 찬다’는 말이다. 그는 “고등학교가 남고(안동고)였고, 머리도 거의 삭발이었다. 매일 웃통 벗고 뒷산을 뛰었다. 프로 첫해부상을 당했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포기’다. 도쿄올림픽 엔트리는 18명. 섀도 스트라이커, 중앙 미드필더, 윙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그는 “김학범 감독님이 ‘미친 듯이 즐겁게 뛰라’고 했는데, 더 노력하고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시 도시브랜드 홍보 모델로 발탁된 정승원.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해 대구시 도시브랜드 홍보 모델로 발탁된 정승원. [사진 유튜브 캡처]

정승원은 지난해 대구시 도시브랜드 홍보 모델로 발탁했다. 그가 나온 영상은 대구를 지나는 KTX에서 상영된다. 그는 영상에서 프리킥을 계속 실패하다가 마침내 성공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는 만큼 분명 달라질 겁니다. 대구처럼 당신도. 믿음에는 힘이 있다. 아이 빌리브 대구’라고 내레이션이 흐른다.

정승원은 “코로나 때문에 대구 시민이 아주 힘들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하다. 지난해 9차례나 홈경기가 매진될 만큼 고마운 대구 분들이다. 우리는 대구를 위해 뛴다.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 올 시즌을 위해 빠른 역습을 펼치는 재미있는 축구를 준비했다. 세징야도 남았고, 데얀도 새로 왔다. 하루빨리 대구 팬 앞에서 축구 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와 대구가 함께하면 코로나를 이겨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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