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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전쟁' 승소 양홍석 "김경록 인터뷰 징계, 언론자유 위축"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9월 11일 KBS의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인터뷰 장면. [KBS 캡처]

지난해 9월 11일 KBS의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인터뷰 장면. [KBS 캡처]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맡았던 양홍석(42) 변호사가 지난 24일 방심위의 'KBS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인터뷰' 법정 제재 결정을 비판했다.

방심위 징계에 KBS제작진 "저널리즘 단죄대상 아냐"

중징계받은 KBS 

방심위는 지난 24일 'KBS뉴스9 관계자 징계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11일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씨 인터뷰를 방송하는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 교수에 불리한 내용만 부각해 객관성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주의나 경고가 아닌 관계자 징계는 방심위가 방송사에 내릴 수 있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양 변호사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방심위의 결정으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까 우려스럽다"며 "KBS 인터뷰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제재 정도가 너무 중하다"고 말했다. KBS의 해당 뉴스 제작진도 26일 "불명확한 김씨의 의견이나 주장이 담긴 부분은 배제하고 김씨가 귀로 듣고 눈으로 본 사실관계만을 중심으로 보도했다"며 방심위의 결정에 반발했다. KBS도 공식 입장을 내고 방심위의 결정에 재심청구를 할 계획이다. 언론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했던 한 중견 변호사는 "방심위가 재심에도 제재를 강행할 경우 KBS와 방심위 결정을 처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간의 징계취소 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년전쟁 소송을 맡았던 양홍석 변호사의 모습. [중앙포토]

백년전쟁 소송을 맡았던 양홍석 변호사의 모습. [중앙포토]

백년전쟁 승소한 양홍석의 비판 

이번 방심위의 결정에서 양 변호사의 비판이 주목받는 건, 양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의 방심위로부터 "객관성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받았던 다큐 '백년전쟁'의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맡았던 경험 때문이다.

양 변호사는 2013년 방심위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다큐 '백년전쟁'을 방영한 시민방송(RTV)에 부과한 법정 제재 취소소송 변호를 맡았다. 소송을 맡은 지 6년만인 지난해 11월 법조계의 예상을 깨고 대법원으로부터 제재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1표 차 결정이란 논란 속에 "백년전쟁이 주류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객관성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방심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KBS 입장에서 다퉈볼 만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선 판례들을 살펴볼 때 KBS의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씨를 인터뷰했던 KBS 제작진도 입장문에서 "김씨 인터뷰엔 허위의 내용이 들어있지 않고, 인터뷰 설득 과정은 김씨 변호인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며 "거짓과 조작, 허위가 아닌 보도임에도 어떻게 보도 관계자를 징계하라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S의 한 현직 기자는 "인터뷰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이런 중징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서울 한 대학의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가 정 교수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내용을 함께 보도했어야 한다. 소송이 아닌 재심에서 방심위의 결정이 뒤집히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백년전쟁'. [뉴스1]

민족문제연구소 '백년전쟁'. [뉴스1]

KBS 인터뷰 어땠길래 

지난해 9월 10일 김씨를 1시간가량 인터뷰했던 KBS는 다음날 오후 9시 뉴스에서 김씨 인터뷰를 각 2분 47초 분량으로 압축해 두 꼭지를 보도했다. 1시간의 인터뷰가 약 5분 30초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KBS는 정 교수가 당시 조 전 장관의 해명과 달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제 투자처를 알았고 코링크PE의 운영자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7)씨인 사실을 인지했다는 김씨 측 주장을 부각해 보도했다.

KBS는 김씨가 인터뷰에서 밝힌 "정 교수가 많은 사람이 후회하는 일을 당한 것 같다""조 장관은 아무것도 모르시더라고요" 등과 같이 조 전 장관 부부가 조범동씨에게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왜곡 보도'라며 KBS를 비판해 논란이 일었다. KBS 제작진은 "김씨가 근거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추정과 예단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최종 기사에서 제외한 것"이란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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