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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고용 증가율 5년째 1%대…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더 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대 그룹의 고용 증가율이 최근 5년간 매년 1%대에 그치고 있다. 또 고용 인원은 4년째 130만명대에 머물러 있다. 30대 그룹이 사실상 ‘고용 정체’ 에 빠져있는 셈이다. 더욱이 올해는 일부 대기업마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거나 계획 중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발 고용 정체를 넘어 고용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10년 전 15% 달하던 고용 증가율 1%대로 뚝 

기업 자문업체인 지속성장연구소는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2010∼2019년 30대 그룹 고용 변동’을 조사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30대 대기업 집단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공시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최근 10년 새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134만9400명이다. 2010년(89만9600명)보다 약 45만명 증가했다.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11년(103만명) ‘고용 100만명’ 시대를 열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엔 전년 대비 고용 증가율이 14.7%, 2012년은 9.9%, 2013년에는 7.2%였다.

30대 그룹 고용 인원 4년째 130만명대 갇혀  

하지만 2015년부터 고용 성장세는 두드러지게 꺾였다. 그해 고용 증가율은 전년 대비 1.6%에 그쳤다. 이듬해는 1.8%에 머물렀고, 2017년(-0.7%)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8년과 지난해는 각각 1.3%, 1.5% 증가했지만, 5년 연속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용인원은 2016년(132만명) 이후 130만명대에 갇혀 있다.

국내 30대 그룹 고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30대 그룹 고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대기업 매출 둔화, 고용 정체에 직접 영향 

30대 그룹의 고용이 정체된 건 무엇보다 실적과 연관이 깊다. 앞서 지속성장연구소가 지난 1984년부터 2018년까지 35년간 매출 상위 50대 대기업의 매출액 기준 성장성을 분석한 결과, 1991년 100조원을 처음 돌파한 후 2004년엔 400조원, 2011년에는 800조원을 넘어섰다.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매출 증가율이 연평균 16.9%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매출은 2000년 390조원에서 2010년 752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 2013년 863조원으로 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3년 내리 매출이 줄어 2016년에는 772조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30대 그룹의 고용 증가율이 1%대로 진입한 2015년 상위 50대 기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5.9%가 떨어졌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한계에 도달하고 대기업의 매출이 정체하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게 고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며 "산업 구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대기업의 고용 창출력도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 없는 성장' 갈수록 뚜렷해져   

매출이 증가해도 고용은 그만큼 늘지 않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30대 그룹에 속한 상위 50대 기업의 2017년 매출은 835조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지만, 고용은 되레 0.7% 줄었다. 2018년엔 매출이 4.4% 증가했지만, 고용 증가율은 1.3%에 그쳤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8년 일자리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일자리는 7만개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새로 생긴 일자리가 24만개에 달했지만, 없어진 일자리도 17만개나 됐다.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분을 신규 채용으로 채우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 창업 종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창업 종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 의존 줄이고 중소·벤처 고용 정책 강화해야 

대기업의 고용이 정체된 건 산업 구조의 변화와 정부 정책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선 한국 주력산업의 성장 정체, 대기업의 생산 외주화, 해외로의 공장 이전, 공장 자동화 확대 등으로 고용이 늘어나기 어려운 산업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익명을 원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52시간제 확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년 연장, 환경 규제, 법인세 강화 등 대기업의 고정비용을 늘리는 정부 정책도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올해는 일부 대기업이 인력 감축에 나섰거나 계획 중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신규 채용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대기업이 인력 감소 폭이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신경수 대표는 "30대 그룹의 고용 성장이 벽에 부닥쳤다"며 "고용 창출을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중견·중소·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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