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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골키퍼·센터·감독, 장수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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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TV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포수 서영주는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라고 말했다. NC 포수 김태군이 한 말로, 포수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하지만 최근 포수 위상이 달라졌다. 다른 포지션보다 오래 뛸 수 있어서다. 프로 스포츠의 장수(長壽) 포지션을 알아봤다.

프로 스포츠 오래 가는 포지션은 #포수 3D 업종이지만 보상 확실 #골키퍼는 경험, 센터는 키가 요인 #농구는 선수보다 감독이 오래 가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포수 양의지. [뉴시스]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포수 양의지. [뉴시스]

포수가 기피 포지션이 된 건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이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에 땀을 흘리면서 쭈그려 앉은 채 강속구를 받는다. 때로는 파울 타구에 맞는다. 서영주처럼 항문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릎 통증은 다반사다. 상대 타자 특성을 잘 알아야 해서 전력분석 시간도 길다.

힘든 만큼 보상은 확실하다. 한 번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 웬만해서 뺏기지 않는다. 올 시즌 10개 구단 주전 포수 10명 중 9명이 30대다. 20대는 한화에서 롯데로 이적한 지성준(26) 하나다. 오래 할 뿐만 아니라, 리그 정상급 포수 몸값은 에이스 못지않다. 양의지(20억원), 이재원(13억원), 강민호(12억5000만원) 등 10억대 연봉자가 3명이다.

백업 선수 재취업도 수월하다. 지난해 정상호(38)는 LG에서 방출된 뒤 두산에 입단했다. 허도환(36)도 SK에서 KT로 갔다. 그의 다섯 번째 유니폼이다. SK에서 은퇴를 제안받은 이성우(39)는 지난해 LG에서 제 몫을 했다. 포수 출신 김태형 두산 감독은 “포수는 한 명 키워내기가 어렵다. 그만큼 기량만 갖추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골키퍼 김병지. [중앙포토]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골키퍼 김병지. [중앙포토]

축구에서 포수와 비슷한 자리가 골키퍼다. 필드플레이어는 30대 초반부터 기량이 떨어지지만, 골키퍼는 30대에도 전성기다. 순발력 못지않게 판단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다. 40대 골키퍼도 흔하다. 김병지는 만 46세까지 뛰며 K리그 최다인 700경기에 출장했다. 이운재도 39세까지 뛰었다. 37세 김영광도 최근 성남FC와 계약했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골키퍼의 전설’ 레프 야신(구 소련)은 41세까지 활약했다. 올리버 칸, 페테르 슈메이켈, 에드윈 판 데르 사르도 마흔 안팎까지 골키퍼를 봤다. 유벤투스는 42세 잔루이지 부폰과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센터 김세영. [뉴스1]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센터 김세영. [뉴스1]

배구에서는 센터가 오래 살아남는다. 장신선수가 귀하다 보니 세대교체가 쉽지 않다. 여자배구 1981년생 김세영(흥국생명)과 정대영(39·도로공사)은 결혼, 출산 후에도 현역으로 뛴다. 남자부 하현용과 윤봉우(38·이상 우리카드)도 여전히 기량을 뽐낸다. 한송이(36·KGC인삼공사)처럼 레프트에서 센터로 바꿔 선수 수명을 늘린 경우도 있다. 한 송이는 “40세까지 뛰는 게 목표”라고 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유재학 감독. [연합뉴스]

프로스포츠에서 종목별 장수 포지션은 야구 포수, 축구 골키퍼, 배구 센터, 농구 감독이다. 사진은 유재학 감독. [연합뉴스]

가장 흥미로운 종목은 농구다. 농구는 선수보다 감독 수명이 길다. 유재학(57) 감독은 전자랜드(1998~2004·전신 포함)를 거쳐 2005년부터 울산 현대모비스를 이끌고 있다. 전자랜드 유도훈(53) 감독도 2009년부터 같은 팀을 지휘하고 있다. KCC 전창진(57) 감독은 팀을 바꿔가며 16시즌째다. DB 이상범(51), SK 문경은(49) 감독도 10년을 채웠다. 평균 임기 2~3년의 야구, 축구와 대조적이다.

박세운 해설위원은 “농구 본고장 미국에서도 프로(NBA), 대학(NCAA) 할 것 없이 장수감독이 많다. 한 팀을 20년씩 이끌기도 한다. 농구는 감독 전술에 맞춰 팀을 구성한다. 선수 영입과 육성 등에도 감독이 많이 관여한다. 그래서 한 번 성공한 감독은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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