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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난색 "재허가 잉크 마르기 전 경기방송 폐업은 모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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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 페이스북 캡처

경기방송 페이스북 캡처

 “우리 방송사상 지상파 사업자가 스스로 사업하지 않겠다고 한 건 처음이다.”(표철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경기방송이 사상초유의 ‘자진 폐업’을 예고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통위는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사안을 논의했다.

경기방송 폐업 예고에 방송통신위원회 난색 표명

경기방송은 1997년 설립된 경기 유일의 지상파 민영 라디오(99.9MHz) 방송사다. 경기방송 측은 24일 노조에 “이사회에서 폐업을 결정했으며 3월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폐업한다”고 통보했다. 이사회는 20일 열렸으며 이사 4인 전원이 찬성해 폐업이 결정됐고 방송 사업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반납하기로 의결했다. 급격한 매출 하락, 노조의 지나친 경영간섭에 따라 존립이 위태로워진 것을 중대사유로 꼽았다.

문제는 방통위가 경기방송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의결을 한 것이 지난해 말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방통위는 소유ㆍ경영 분리, 경영 투명성을 위한 3개월 내 경영진 재구성, 사외이사와 감사·감사위원을 공모절차로 선임하는 것을 조건으로 요구했다. 또 현재 경영권 지배자의 경영 배제, 경영개선 계획 제출도 재허가 조건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3개월이 채 안돼 경기방송이 스스로 폐업을 선언한 것이다.

26일 회의에서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당시 재허가를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지역시청권을 보호하고 직원들의 갑작스런 실직을 막기 위해 조건부 허가가 나갔다. 그런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진폐업을 결정하고 방송권을 반납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행정청을 모독하고 무시하며 반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방송법은 방송사업자가 폐업할 때 신고의무만 규정하고 있으며 그밖의 조건은 명시하지 않는다. 이에따라 방통위의 고민도 깊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반납 그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방송시설 매각금지 같은 부분을 강제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했고 김석진 부위원장은 “방송은 중단없이 가야하니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논의하라”고 말했다. 허욱 방통위원도 “시청권 보호, 고용 대책 차원에서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와 의견을 모으고 법적으로도 검토해야한다. 최초의 사례이니 원칙과 절차를 명확히 하자”고 의견을 냈다.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나면서 파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했던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에 대한 나의 질문이 경기방송의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퇴직 의사를 밝혔다. 김 기자는 지난해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고 질문했다. 당시 소속과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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