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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난방·온수 다 안되는 호텔에 방치" 中격리 한국인 분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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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 검역이 강화된 모습. 이날 제주발 여객기로 도착한 한국인들은 중국 지방정부에 의해 격리됐다. [독자 제공]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 검역이 강화된 모습. 이날 제주발 여객기로 도착한 한국인들은 중국 지방정부에 의해 격리됐다. [독자 제공]

‘중국 사람은 체온도 안 재고 통과하는데 한국 사람만 잡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라가) 힘이 없음을 한탄하며 참는 수밖에 없다.’

교민들 “국적 확인해 한국인만 잡는다” #중국 정부는 "고맙다"는데…지방은 차별 #"전형적인 중국 방식, 사드 때도 그랬다" #외교부 차관보 26일 중국 대사 불러 항의 #싱하이밍 대사 "중국인도 함께 격리" 해명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이모(45)씨가 보여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톡방에는 중국 현지 교민들의 한탄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코로나19의 진앙이었던 중국 내 한국인들의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부는 “한국은 오랜 친구”라며 손을 내밀고 있지만, 지방 정부들은 방역을 이유로 한국인들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강제 격리를 하는 모양새다.

26일 중앙일보에 들어온 제보를 종합하면 25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 국제공항에서 격리 수용된 한국인들도 열악한 격리 생활을 견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이날 제주발 여객기 입국자 167명 전원을 호텔과 병원에 나눠 격리했다.

제보자 이씨는 “한국 사람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히터(난방 시설)는 물론 따뜻한 물조차 나오지 않는 방에 방치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동북부 웨이하이는 서울과 위도는 비슷하지만, 대륙의 영향으로 날씨가 더 춥고,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다. 현지 한인회와 총영사관의 자체 조달로 26일부터 각 객실에 히터와 김밥 등을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외교부는 “웨이하이에 격리된 한인들이 오늘 중으로 격리 해제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민들은 중국 내 한국인을 향한 차별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이씨는 “교민 중에 웨이하이시에서 인근 시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국적을 확인한 뒤 한국인이면 보내주지 않고 있다”며 교민들의 단톡방을 캡처해 보여줬다.

현지 교민들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에선 옌벤 조선족 자치주, 지린성 옌지, 랴오닝성 선양, 산둥성 웨이하이 등 한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지방을 위주로 한국인들을 향해 속속 장벽을 높이고 있다. 입국 시 강제 격리를 하거나, 왕래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부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온도 차’를 오히려 나서서 해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방별로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게 하나의 큰 목표여서 그렇다”며 “중앙 정부는 우리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겠으니,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대응이 별개라는 반응이다. 정부 당국자는 또 “우리 국민과 관련해서는 각급 채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민과 관의 이중적인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중앙 정부는 ‘잘 알았다’면서도 지방 정부는 정반대로 하고, 한국이 이를 문제 삼으면 정부는 ‘지방 정부 차원’이라고 답변하는 것이 전형적인 중국의 회피 방식”이라며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때도 똑같이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주한 중국대사 “일부 지방 정부의 조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26일 외교부 청사를 찾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취재진을 만나 “'중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 대해 제한 조치는 안 했다”며 “일부 '지방 정부'에서 하는 조치는 한국 국민을 상대해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격리 대상에는) 중국 국민도 많다. 양해하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또 다른 중국 정부 관계자도 “저희 국내 각지에서 각기의 상황에 따라 외국 입국자들에게 필요한 방역 검사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한국인’에 대한 조치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김건 차관보는 이날 싱 대사를 만나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위주로 퍼지던 초기 중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던 한국 내에선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지휘로 외교부가 지난달 말 중국에 마스크와 방호경 등 500만 달러 지원 계획을 밝혔고 우한대 총동문회 등 민간도 팔을 걷어붙였다.

김상진·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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