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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피디아·에어버스…여행·항공업 덮친 코로나발 실직 쇼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으로 떠날 직원이라면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했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안전한 여행을 바란다.”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 그룹은 25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의 e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냈다. 3000여 명 감원 계획을 함께 밝히면서다. 익스피디아 전 직원 가운데 12% 해당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익스피디아는 e메일에서 “일부 사업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조직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증시가 이틀째 가라앉았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

26일(현지시각) 미국 증시가 이틀째 가라앉았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

익스피디아 3000여 명 직원을 전혀 ‘안전하지 않은’ 실직의 길로 내몬 원인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익스피디아는 감원의 이유로 코로나19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익스피디아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액을 3000만~4000만 달러(약 366억~488억원)로 자체 추산하기도 했다. FT는 “익스피디아를 비롯한 여행업계는 구글의 영역 침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만큼이나 무서운 실직 공포를 몰고 오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독일과 영국·스페인·프랑스 등의 법인에서 2300여 명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규모 감원은 코로나19 유행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여행 예약, 항공 분야에서 현실화했다.

코로나발(發) 불황 공포가 세계 경제 전방위로 번질 것이란 전망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세계의 공장’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 중국이 코로나19로 흔들리면서 영향은 세계 경제 전체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언제쯤 종식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

증시가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코로나 ‘진앙’인 중국은 물론 아시아, 북미, 유럽 시장 전역이 영향권이다. 26일 오전 11시 6분 현재(한국시각)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1.85% 내린 2만2286.98에 거래 중이다. 홍콩 항셍 지수도 1.25% 하락한 2만6558.03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CSI 300지수는 하루 전과 비교해 1.08% 떨어진 4079.26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 증시도 이틀째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다우산업지수(-3.15%)와 나스닥(-2.77%),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3.03%)까지 일제히 하락했다. 24일에 연이은 3%대 지수 추락이다.

채권ㆍ통화ㆍ현물시장도 출렁이는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채권과 금 같은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면서다. 25일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1.31%로 떨어지며(채권가치 상승) 지난 2016년 기록한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중심에 있는 아시아 지역 통화가치도 빠르게 하락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셀 아시아’에 속도가 붙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공포에 한국이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증시가 추락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경제 규모의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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