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5)
브릭 아티스트는 브릭 아트 작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다른 말로 브릭 창작가 혹은 브릭 작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몇 번 언급했듯이 세계 최고의 브릭 브랜드인 레고로 인해 이 브릭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생겼기 때문에 이들을 레고 아티스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좀 무겁게 느껴져서인지 아티스트보다는 ‘레고 빌더 (lego builder)’라는 말이 더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빌더 보다 아티스트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왠지 ‘빌더’라고 하면 매뉴얼을 보고 그대로 브릭을 쌓는 작업에 그치는 느낌이고 ‘아티스트’라고 해야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세상에 없는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사진1. 미국의 브릭 아티스트 숀 케니(Sean Kenney)와 그의 작품 나비. [사진 숀 케니 페이스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26/1154040a-9756-4f4b-85a5-fee3871ac5bb.jpg)
사진1. 미국의 브릭 아티스트 숀 케니(Sean Kenney)와 그의 작품 나비. [사진 숀 케니 페이스북]
브릭 아트 작품이 전시회에 출품되어 일반인에게 관람의 대상이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브릭 아티스트의 시작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레고 브릭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취미 삼아 해오던 놀이의 연장일 뿐이었죠.
하지만 전 세계가 인터넷망으로 연결되면서부터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들의 레고 브릭 놀이(?)의 결과물이 노출되고 공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이들은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아티스트’로 불리며 추앙받게 되었죠. 그러자 브릭 작품도 사람들에게 예술적·창의적 영감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전시회에서 감상되기 충분한 콘텐츠라는 것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브릭 아트 전시의 첫 출발은 미국의 브릭 아티스트 네이선 사와야의 개인전입니다. 네이선 사와야는 2007년 미국 랭커스터 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본격적으로 레고 아티스트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그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브릭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인간 조각상을 창작하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규모 작품 위주로 구성된 ‘디 아트 오브 더 브릭’전은 2011년 호주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월드투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7년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 전시되어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렸을 만큼 그 대중성과 상업적 가치도 높게 평가됐습니다. 당시에 저도 전시장을 방문했고, 2019년에는 뉴욕에 출장을 갔다가 디스커버리 타임스퀘어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어서 또다시 관람했습니다. 네이선 사와야의 전시회는 CNN에서 선정한 ‘반드시 보아야 할 10대 전시’에 들어갈 정도로 그 명성이 높습니다.
![사진2. 뉴욕 디스커버리 타임스퀘어 전시장에서 직접 촬영한 네이선 사와야의 대표작 ‘YELLOW’. [사진 장현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26/6a27cbfa-b0c4-44be-9240-048b67bc42d1.jpg)
사진2. 뉴욕 디스커버리 타임스퀘어 전시장에서 직접 촬영한 네이선 사와야의 대표작 ‘YELLOW’. [사진 장현기]
![사진3. 뉴욕 디스커버리 타임스퀘어 전시장에서 직접 촬영한 네이선 사와야의 작품들. [사진 장현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26/9a3d62eb-7e78-46b9-9210-ec4b4f7c340c.jpg)
사진3. 뉴욕 디스커버리 타임스퀘어 전시장에서 직접 촬영한 네이선 사와야의 작품들. [사진 장현기]
네이선 사와야는 레고사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LCP’의 일원입니다. LCP란 ‘LEGO® Certified Professional’이라는 뜻으로 레고가 인정한 공인 창작가를 뜻합니다. 왕성한 활동을 하는 브릭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레고 브릭 대량 구입 요청이 끊이지 않자 레고사는 LCP라는 제도를 만들어 LCP 회원에게는 자사의 브릭을 원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LCP는 전 세계 수많은 레고 팬, 즉 브릭 마니아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레고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아티스트라는 의미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불과 열다섯 명 내외의 매우 적은 수가 이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는 무려 두 명의 LCP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성완 작가는 전업 브릭 아티스트로, 이재원 작가는 건축회사 직원이면서 동시에 브릭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두 작가는 곧 국내외 브릭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브릭 아트를 직업으로 하는 전업 브릭 아티스트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브릭은 멋진 예술 작품의 재료로도 쓰일 수 있지만 역시 세계 최고의 장난감이라는 임무를 더욱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요. 하지만 전업 작가가 아닌 일반 아티스트로 말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티스트가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50여 년 동안 세계 완구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은 레고 브릭은 세계 곳곳의 집 안에 널려 있고,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도 이미 작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을 테니까요.
![사진4. 브릭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 [사진 Brick Fest Live 페이스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26/90f9a76a-22ca-4e6d-80ce-7d180b16faf5.jpg)
사진4. 브릭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 [사진 Brick Fest Live 페이스북]
국내에도 상당수의 브릭 아티스트가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고 주로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관객이 작품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동호회를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기업 요청을 받아 마케팅 차원의 작품을 납품하는 정도의 활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품이 아쉽게도 창작가의 집이나 작업실에 놓여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여러 동호회가 하나로 뭉쳐 ‘브릭 코리아 컨벤션’이라는 행사를 2013년도부터 지금까지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1년에 한 번 서울에서 열리는데, 해마다 특정 장소에서 적게는 5일, 많게는 2주 정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작품이 관람객을 만나는 행사입니다. 최근까지 장소를 무상으로 대관해주는 업체와 레고 코리아의 협찬으로 행사가 치러지고 있고,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1년 중 한번 있는 이 행사를 위해 창작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모든 작품을 출품작으로 선정할 수 없어 브릭 코리아 컨벤션 운영진이 사전에 출품 신청을 받아 나름의 엄격한 기준의 심사를 통과한 작품만 출품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브릭 컨벤션이 존재하며 미국의 대표적인 행사는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언젠가 해외의 유명 브릭 컨벤션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사진5. 2019년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브릭코리아컨벤션’ 전경. [사진 브릭캠퍼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26/6608c163-d05f-4bae-8ac2-0074df8ede48.jpg)
사진5. 2019년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브릭코리아컨벤션’ 전경.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 아트를 전업으로 하는 작가는 대부분 자신의 작업실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브릭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상상력과 브릭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회에 브릭 작품 제작 과정을 소개하며 설명했듯이 보다 크고 정교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마다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파악한 여러 장비가 필요합니다. 작품을 가상의 3D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컴퓨터 장비는 기본이고 작품을 쌓으면서 중심을 잡아줄 도구와 난해한 부분의 조립을 위한 수많은 공구가 필요합니다. 아래 사진은 브릭 캠퍼스 내에 오픈 랩실 (관객이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실)에서 작업 중인 김학진 작가와 그의 스튜디오 사진입니다. 작가의 뒤로 보이는 것이 모두 브릭 아트 작품을 위해 필요한 각종 도구고 우측으로 보이는 것은 형태와 컬러 별로 정리해 놓은 각종 브릭입니다. 한눈에 봐도 브릭 아트 작품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지요?
자, 이제 브릭 아티스트는 어떤 사람인지, LCP는 무엇인지, 브릭 작가는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전업 작가의 작업실까지 살짝 들여다보았습니다. 다음엔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 몇 분을 선정해 개별 인터뷰와 함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칼럼까지는 브릭 아트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전달 드렸다면 이제부터는 매우 신기하고 흥미로운 작품 세계를 소개할 수 있어서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