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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몰카범 10명 중 7명, 잡히고도 또 찍었다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5)씨는 검찰 수사 결과 적발되기 이전에도 9차례에 걸쳐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집행유예 기간에 여자 화장실에 몰래 숨어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26일 법무부가 2000년 신상공개제도 도입 이후 20년간 누적된 약 7만5000명의 성범죄자와 2900여명의 재범자 특성을 분석한 ‘2020 성범죄백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성범죄자 절대다수는 과거 성범죄수법을 그대로 답습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몰카‧강제추행범 10명 중 7명 또 범죄 저질러

이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 즉 몰카를 찍어 신상 공개된 성범죄자 중 75%는 같은 범죄로 다시 신상공개 대상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제추행 재범률은 70.3%, 공중밀집 장소 추행은 61.4%로 성추행 재범 비율 역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영상 등을 유포한 통신매체 이용음란죄(48.2%)와 성매매 알선 영업(46.2%)으로 신상 공개된 이들의 재범률도 낮지 않았다. 특히 강간을 저질러 처음 신상 공개된 범죄자 중 다시 강간죄로 붙잡힌 이들은 32.3%였고, 강제추행을 저지른 이들도 50.1%에 달했다.

재범자의 36.5%는 동일한 장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철과 기차에서 처음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62.5%가 같은 곳을 범행 장소로 택했다. 목욕탕‧찜질방‧사우나 60.9%, 버스 53.1%로 공공장소에서의 재범 발생률이 가해자 주거지(37.2%)보다 높게 나타났다.

몰카 범죄 절반 이상은 벌금형에 그쳐

성범죄 발생 장소가 교통수단, 찜질방 등 대중 이용시설이 많은 건 몰카 범죄 급증과 연관된 것으로 법무부는 보고 있다. 2013년 412건에 불과했던 몰카 범죄는 2018년에는 5.8배 급증한 2388건이 등록됐다. 이 중 20~30대 범죄율이 6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벌금형(56.5%)이 절반을 넘었고, 집행유예도 30.3%에 달했다. 징역형을 산 건 8.2%에 불과했다.

이밖에 수면제나 술,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범죄를 다시 저지른 이들이 4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범행시간대는 새벽 3~6시 재범률이 28.1%로 가장 높게 나타나긴 했으나 오후 9~12시 24.6%, 오전 6~9시 24.1% 등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올해 등록 성범죄자 10만명 넘을 듯

법무부는 “많은 성범죄자가 유사한 수법으로 재범을 저지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범죄자의 정보를 등록하고 공개하는 성범죄자 관리 제도가 성범죄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선고형에 따라 10~30년 동안 신상정보를 등록‧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되며 지역의 아동·청소년 보호 세대와 학교 등에는 우편으로도 신상정보를 알린다.

최근 5년간 신규 등록된 대상자는 연평균 1만2755명이며 누적 대상자는 2019년 말 기준 8만2647명이다. 올해에는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죄유형 중 강간‧강제추행‧몰카 범죄 대상자가 약 87%를 차지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들 성범죄에 대한 예방 강화에 더욱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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