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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숙사 뚫리고, 스튜어디스도 확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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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대형 교회 부목사부터 항공사 승무원, 교도관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다양한 경로로 확산되고 있다. 면역에 취약한 장애인 시설과 요양병원 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신도 10만 명성교회 부목사 감염 #명지병원 입원 30대 몽골인 사망 #청송 교도관 감염, 교도소도 뚫려 #칠곡 장애인시설서 22명 확진 #중대본 “신천지 21만명 전수조사” #JP모건 “한국 최악 땐 1만명 감염”

2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오후 4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전날보다 144명 늘어난 977명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총 797명(대구 543명·경북 254명)이 나왔다. 이날 청도 대남병원 입원 환자 등 3명이 숨지면서 사망자는 11명으로 늘었다. 여기엔 첫 외국인 사망자인 몽골인 30대 확진자 1명도 포함돼 있다. 그는 간이식을 받으러 지난 12일 입국했다가 확진돼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원래 앓던 말기신부전 등이 악화되면서 사망했다.

신도 10만의 명성교회(서울 강동구 명일동) 부목사 A씨도 확진 판정을 받아 이곳 교인과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씨는 지난 14일 청도 대남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16일 오후 신도 등 약 2000명이 참석한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는 확진 직후 교회 시설을 폐쇄하고 당분간 예배를 열지 않기로 했다.

확진 승무원, 집단감염 성지순례객과 같은 비행기 탔다

대구·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전북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25일 전주~대구 서부 구간 전체노선 운행 중단을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대구·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전북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25일 전주~대구 서부 구간 전체노선 운행 중단을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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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성 승무원 B씨는 지난 19∼20일 인천과 LA를 오가는 항공편에 탑승했다 귀국한 뒤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자가격리를 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LA노선에 앞서 15일 인천-텔아비브 노선에도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항공편에는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했다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은 천주교 경북 안동교구 신자들도 탑승했었다. 그 때문에 B씨가 이 항공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3학년생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학교 측은 바로 학부생 기숙사 4개 동을 폐쇄했고, 3일간 방역작업 들어갔다. 확진자와 접촉한 7명은 교내 격리 중이다.

청송교도소 교도관도 24일 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인 그는 최근 수차례 예배·모임에 참석했지만 이 사실을 교정당국에 미리 알리지 않고 정상 근무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와 접촉한 동료 직원과 수감자 등 50여 명은 격리됐다.

이 교도관의 사례처럼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전체 신도 명단과 연락처를 확보해 진단 검사를 하기로 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천지의 전체 신도는 21만 명 안팎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교회 측이 1∼2월 대구교회를 방문한 고위험군 신도 명단을 먼저 제공하고, 전체 신도 명단도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하기로 했다”며 “명단이 확보되는 대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22명이 된 경북 칠곡군 가산면 ‘밀알사랑의집’ 정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뉴시스]

확진자가 22명이 된 경북 칠곡군 가산면 ‘밀알사랑의집’ 정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뉴시스]

신천지 관련 확진자는 501명(오전 9시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의 절반이 넘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재 감염원의 주된 경로는 대구 신천지교회 관계자들과 신도, 그분들의 접촉자”라며 “이분들이 2·3차 감염을 유발하는 부분이 많다. 이에 대한 통제가 방역의 주안점”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에선 신천지 교인뿐 아니라 감기 증상을 보이는 시민까지 전수조사하고 있다. 김강립 차관은 “2주간 집중적인 진단검사를 통해 혹시 있을 감염자를 적극 찾아내 격리 치료하겠다. 앞으로 약 4주 이내 안정적인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애인 시설 확진자도 잇따랐다. 경북 칠곡군 밀알사랑의 집은 확진자가 총 22명이 됐다. 23일 첫 확진자(46·장애 1급)가 나온 뒤 이틀동안 장애인 11명, 근로장애인 5명, 종사자 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곳엔 30명의 중증장애인을 포함해 직원 등 69명이 있다. 예천의 중증장애인 시설 극락마을에서도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2명은 발열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았다. 이 시설에는 거주자 52명과 종사자 36명이 있다.

병원 내 감염 우려도 커졌다. 서울 은평성모병원 확진자가 1명 추가돼 5명으로 늘어났다. 환자와 간병인, 환자의 가족까지 줄줄이 확진됐다. 병원 전 직원에겐 대중교통 이용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 병원에선 환자 이송 요원으로 일하던 남성(35)이 지난 21일 첫 확진자로 확인됐다. 한편 국제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날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가면 최대 1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정점이 3월 20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은 대구시민의 3%가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이란 전제로 중국의 사례를 적용해 이 같은 추정치를 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3%에서 2.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수연 기자, 부산·안동=황선윤·김정석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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