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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비슷한데 왜 제각각 문 닫나···‘고무줄 휴점’ 현실적 이유

중앙일보

입력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에 신세계 강남점은 지하 1층 식품관을, 롯데 영등포점은 전체 매장을 각각 폐쇄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통보에 서로 다른 대응을 한 것이다.

동선 비슷한데…지하 1층만 vs 건물 전체  

23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임시 휴점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br〉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임시 휴점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br〉 [연합뉴스]

서로 다른 인물인 이들 확진자의 방문 시각과 동선은 공교롭게도 비슷했다. 신세계 강남점을 방문한 A씨는 지난 19일 오후 2시쯤 지하 1층 식품관에서 식사한 뒤 이곳에 연결된 고속터미널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압구정역으로 이동했다. 이날 롯데 영등포점을 방문한 B씨도 이날 오후 3시쯤 지하 1층 식품관을 약 20분간 둘러본 뒤 이곳에 연결된 영등포역에서 대전행 기차를 탔다.

A씨는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다른 구역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다고 신세계백화점 측은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보건당국과 협의를 거쳐 지하 1층 식품관만 임시휴업하기로 결정했다”며 “보건당국이 판단해서 함께 진행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B씨 역시 지하 1층만 둘러봤다고 한다. 구매 내역이 없어서 기차를 타기 전 잠시 매장을 들러 둘러보기만 한 것으로 롯데백화점 측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마스크를 착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확진자 동선과는 별개로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은 모두 겹치게 돼 있기 때문에 건물 전체를 방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문 닫으면 최대 100억 날릴 수도 

이전에도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휴점한 적이 있는 롯데백화점도 지점별로 휴점 기간은 달랐다. 지난 7일과 21일 각각 휴점에 들어간 소공동 본점과 전주점의 휴점 기간은 3일이었다. 지난 23일 휴점한 영등포점은 24일 재개장했고, 같은 날 휴점한 광교점은 이틀 후인 오는 25일 재개장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소공동 본점은 3일간 방역을 11차례 했고, 영등포점은 어제 하루에만 11차례 방역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이번 강남점이 확진자 방문으로 휴점한 첫 사례다. 최근 백화점 단일 매장으로는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한 강남점은 주말 하루 매출이 1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동종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전체 매장을 휴점했다가는 하룻밤 사이에 100억원을 날릴 처지였다는 의미다. 이번에 폐쇄한 지하 1층 식품관 매출은 강남점 전체 매출의 15~20% 정도라고 신세계 측은 밝혔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경우 3일 휴점으로 약 200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매장별 상황 달라 매뉴얼로 못 정해”

21일 오전 경기 고양 이마트타운 킨텍스점 입구에서 한 주민이 임시휴점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경기 고양 이마트타운 킨텍스점 입구에서 한 주민이 임시휴점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도 매장별로 휴점 기간은 다르다. 업체별로 매뉴얼을 통해 확진자 방문을 통보받은 즉시 안내방송 후 휴점과 방역작업에 돌입하도록 했지만, 각 매장마다 상황이 달라 휴업 기간을 일괄적으로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전주 송천점과 청주 상담점의 휴점 기간이 각각 3일과 2일이었고, 22일 밤늦게 확진자 방문을 통보받은 대전 노은점의 경우 의무 휴무일인 23일 방역 후 24일 정상 영업에 나섰다.

이마트 역시 군산점과 마포점, 칠성점은 3일 휴업했지만, 부천점은 2일, 성수점은 하루만 문을 닫았다. 이마트타운 킨텍스점과 트레이더스 비산점 역시 휴업 기간은 각각 3일과 1일이었다. 신천지 본부 격인 과천 총회 본부와 같은 건물에 입점한 이마트 과천점은 과천시의 휴무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23일 하루 휴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방역 이후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하면 관계 당국 등과 협의해서 재개점 시점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영업손실 감수하고 휴점 결정 감사”

김종천 과천시장은 22일 임시휴점을 결정한 이마트 과천점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페이스북 캡처]

김종천 과천시장은 22일 임시휴점을 결정한 이마트 과천점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페이스북 캡처]

정부의 분위기도 변화 조짐을 보인다. 정부는 2월 초까지만 해도 임시휴업을 권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단 감염이 시작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사실상 임시휴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마트 과천점의 휴점 사실을 알리면서 “영업손실을 감수하고 휴점하기로 결정한 이마트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만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 하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뒷북’ 휴점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은 “확진자가 다녀간 뒤에 문을 닫는 후속 조치보다는 감염자 방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매장 출입 고객들의 체온을 재는 등 공항과 같은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 정부에 "휴업 기준 마련해달라"  

한편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회원으로 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정부에 휴점 기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확진자가 다녀갔는데도 영업을 고집하면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점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휴업 권고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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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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