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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문대통령 앞 "보호구 부족해 마스크 아껴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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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원까지 멈췄다

국회가 24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폐쇄됐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행사 참석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짐에 따라 국회 의원회관과 본관에 대한 전면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방역 관계자가 본청 앞을 소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가 24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폐쇄됐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행사 참석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짐에 따라 국회 의원회관과 본관에 대한 전면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방역 관계자가 본청 앞을 소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회가 39시간 동안 폐쇄된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24일 오후 긴급 브리핑에서 “24일 오후 6시부터 26일 오전 9시까지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국회 폐쇄 결정은 ‘감염병 병원체에 오염됐다고 인정된 장소는 폐쇄할 수 있다’는 감염병예방법(47조)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대정부질문 등 본회의 일정이 취소됐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폐쇄는 1958년 국가보안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경호권 발동 때와 1980년 계엄령 선포로 정치활동이 금지됐을 때 있었다. 하지만 두 차례 폐쇄는 외부의 진·출입을 막는 제한적 폐쇄였으며 직원 등의 출입 자체를 막는 전면 폐쇄는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여파 39시간 의사당 폐쇄 #교총 회장 확진, 심재철 등 검사 #법원행정처, 전국에 휴정 권고 #문 대통령 “추경 편성 검토해달라” #국방부 “군 야외훈련 중지 지시” #대구기지 주한미군 가족도 감염 #정부, 대구 3만7000명 검사키로

지난 19일 국회 토론회 참석차 의원회관에 머물렀던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토론회에 참석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같은 당 전희경·곽상도 의원은 이날 오전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25일 오전 나올 예정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24일 전국 법원의 휴정을 권고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각급 법원이 위치한 지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고려해 긴급을 요하는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재판을 연기·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따라 각급 법원의 주요 재판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범위가 넓어지면서 정부와 사회 각계의 대응 상황도 급박해지고 있다.

의료진, 문 대통령 앞 “보호구 부족해 마스크 아껴 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김성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장은 이 자리에서 “의료기관조차 보호구를 구하기 어려워 마스크도 아껴 쓰는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보호장구를 생산관리해 물품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위기 경보 ‘심각’ 예방 수칙

위기 경보 ‘심각’ 예방 수칙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대구 현장에 내려간다. 여야는 당분간 선거운동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오늘부터 대면 접촉 선거운동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고 온라인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심 원내대표 등과) 접촉이 있었던 모든 주요 당직자 감염 여부를 의료기관에서 검사토록 하는 절차를 안내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농식품 수출업계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열기로 한 간담회를 참석자들의 안전을 위해 미루기로 했다. 국방부는 야외 훈련을 통제하기로 했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야외 훈련을 중지하라는 지침을 보냈으며, 주둔지 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국내 확진자는 전날보다 231명 늘어난 833명이 됐다. 대구 확진자가 498명으로 늘었다. 이날 청도대남병원 입원환자 2명이 숨지면서 사망자는 8명이 됐다. 이 병원 입원환자만 6명이 숨졌다. 이날 주한미군 부대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대구에 거주하는 주한미군 가족 A씨(61·여)다. A씨는 지난 12일과 15일 대구 미군기지 면세점(PX)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천지 교인들의 감염 규모가 크고, 이들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 전파가 시작돼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확진자 발생 규모가 커서, 이곳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지 못하면 향후 전국적 확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녀간 신도가 다른 지역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도 제한적 현상이라며 지역 전파를 인정하지 않다가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정부는 대구 지역 전파가 확산하자 감염원 추적 작업을 잠정 포기하고 확진자의 접촉자를 신속하게 찾아내 격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대구 시민 3만7000여 명을 진단검사한다. 김 차관은 “2주간 신천지 교인 이외의 대구 시내 지역사회 주민 가운데 유증상자에 대해 전수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신천지 교인 9334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대구 시민 중 감기 증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만8000명까지 더해 검사한다.

부산시 동래구의 온천교회와 경북의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감염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1일 온천교회 교인 A씨(19)가 부산 첫 환자로 확인된 이후 사흘 새 21명의 교인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15~16일 150여 명이 참석한 교회 수련회에 참석해 감염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8~16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단체여행객 39명 중 3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성·안동 등 경북 북부 지역 천주교 신자 29명과 서울에 사는 가이드 1명이다. 귀국 뒤 이들은 일주일간 식당과 경로당, 병원은 물론 온천이나 수영장, 장례식장 등을 오가며 일상생활을 해왔다. 여성가족부 아이 돌보미로 며칠간 아이를 돌본 사람도 있다.

박해리·이에스더 기자
부산·안동=황선윤·김정석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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