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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코스피 -3.87%…외국인 하루 7800억 셀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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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두려움이 순식간에 금융시장을 뒤덮었다. 최근 일주일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128조원 넘게 줄었다.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주의 하락 폭이 유난히 컸다. 원화값은 달러당 1220원 선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휘청이는 모습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코로나, 금융·실물 동시 강타 #진원지 중국은 주가 하락 진정

24일 증시가 열리자마자 외국인은 대규모 ‘셀코리아’(한국 주식 팔자)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3.80포인트(3.87%) 내린 2079.04로 마감했다. 코스피 21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하루 지수 하락 폭은 2018년 10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건 확진자 급증만이 아니다. 한국 경제와 기업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급속히 차가워졌다. 현재로선 떠나는 외국인을 붙잡을 ‘묘수’가 안 보인다. 외국인은 24일 하루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7800억원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 10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1조4500억원에 이른다.

한국 경제 코로나 직격탄

한국 경제 코로나 직격탄

최근 증시만 놓고 보면 한국의 상황은 중국보다 나쁘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은 오히려 주가 하락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다. 24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3031.23에 마감했다. 춘절 연휴 직후인 지난 3일(2746.61)과 비교하면 280포인트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의 코스피는 40포인트가량 내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2라운드로 진입하는 데 확진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한국이 중심 국가가 됐다”며 “당분간 투자심리 악화와 수급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동향에 ‘트라우마’가 있다.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특성상 외국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원화값은 급락(환율은 급등)하고 경제 전체에 비상이 걸린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지난달 말 기준)를 넘었지만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위기를 넘기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된 것은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였지만 현재 한국에는 이만한 방어책이 없다.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처럼 필요할 때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계약이다.

외국인 동향에 민감한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1원 내린 달러당 1220.2원으로 마감했다. 이로써 원화값은 지난해 8월 13일(달러당 1222.2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한국은행이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원화값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 시중에 원화 공급을 늘리면 원화값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외환시장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말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2차관은 24일 “외환시장 상황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는 준비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코로나19로 인한 ‘코리아 포비아’와 연결돼 있다. 국내외 부품 공급망 체인이 타격을 받고 여행·관광을 비롯한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시장의 불안감을 씻어주고 신뢰를 심어주는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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