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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300만원 안받은 건물주···'코로나 악몽' 대구는 따뜻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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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대구 북구 이마트 침산점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 독자제공]

24일 오전 대구 북구 이마트 침산점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 독자제공]

24일 오전 10시 대구시 북구 이마트 칠성점. 개점 전부터 인파가 몰려 인근 아파트 안까지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들은 이마트 측이 대구·경북지역에서 마스크 141만장을 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북구 시민 김영은(31)씨는 "마스크가 다 떨어져서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를 내고 가족 몫까지 사러 왔다"며 "30장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2시간째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건물주 "함께 어려움 헤쳐 나가자" #월세 한 달치 안받는 등 자영업 도움 손길 #SNS상엔 음식점 돕기 위한 글도 올라와 #마스크 판매 마트엔 시민들 침착하게 줄서

인근 이마트 경산점 상황도 비슷했다. 시민들은 주차장까지 빼곡하게 줄을 섰다.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대기했지만, 싸우거나 고성이 오가는 일은 없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차분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이마트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마스크가 도착하면서 이날 대구 지역 마스크 품절 대란은 풀리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매점매석으로 적발된 보건용 마스크 중 유통이 가능한 221만개를 대구로 보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시민들은 서로 도우며 침착하게 대처하는 중이다.

대구 수성구의 3층 건물의 건물주가 2월 한달 월세 1300만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왼쪽) 한 대구시민은 배달원을 위해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대구 수성구의 3층 건물의 건물주가 2월 한달 월세 1300만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왼쪽) 한 대구시민은 배달원을 위해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대구 시민의 서로 돕기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의 한 3층 건물주는 2월 한 달 월세 1300만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해당 건물 3층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의 딸은 "주말이면 하루 매출이 200만원가량 됐는데 손님이 아예 없다. 건물 1층 식당은 주말 하루 매출액이 600만원이었는데 지난 주말에는 12만원으로 곤두박질했다고 하더라. 이 소식을 듣고 건물주가 1~3층 월세를 전부 면제해 줬는데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해당 건물 주인은 윤성원(42) 반올림 피자 샵 대표다. 그는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나도 25살 때부터 자영업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힘든 점을 안다"며 "대구 자영업자가 코로나19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글도 올라오고 있다. 시민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는 식재료가 많이 남아 도움이 필요한 대구 음식점을 돕기 위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닭고기가 많이 남은 음식점이 재료를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해 할인된 가격에 팔면, 이를 SNS에서 홍보한다.

함태호 함씨네포차 대표는 "시민 여러분의 의리 덕분에 3시간 만에 모든 닭이 완판됐다"며 "힘내라고 잔돈도 안 받고 가신 손님도 계셨다. 가게 운영한 8년 동안 가장 많은 전화를 받았다. (닭 완판으로) 내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가게 됐다. 감사하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SNS에서 대구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실시간대구 계정 캡처]

SNS에서 대구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실시간대구 계정 캡처]

온정의 손길도 쏟아지고 있다. 익명의 독지가는 대구소방안전본부에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써달라"며 마스크 4000장을 기부했다. ㈜금복주는 금복복지재단을 통해 이날 대한적십자사 대구광역시지사에 "구호 물품 구비를 위해 쓰라"며 10억원을 기부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혜미(33)씨는 "택배 기사들이 마스크를 쓰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집 앞에 마스크를 준비해 걸어뒀다"고 했다.

대구시는 24일부터 시민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역 구·군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으면 시민 누구나 코로나19와 관련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배울 수 있다. 또 심리 안정을 위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대구의 확진자는 전날보다 155명이 더 늘어 457명이 됐다. 전국적으로는 76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7명이 사망했다.

대구=백경서·김윤호·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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