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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외롭다, 그러나 경영엔 예스맨 보단 Mr. 쓴소리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13)

리더는 외롭다. 회사 다니기 힘들어도 친한 동료가 있으면 견딜 만한데, 리더에겐 친구가 없다. 직원은 사장과 같이 밥 한 끼, 커피 한잔하는 것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일상적인 외로움도 있지만, 리더에겐 무겁고 고독한 책임감이 따른다. 사장은 결국 회사 전체의 성과, 성장 등을 오롯이 책임지는 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리더는 ‘예스맨’을 좋아한다. 사장 의견에 항상 동의하고, 사장이 시킨 것은 무조건 ‘Yes’라고 대답하는 직원이 리더의 입장에선 큰 위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운명이 달린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혹은 매출 감소로 인한 위기 상황이라면 ‘예스맨’, ‘위안이 되는 직원’이 도움될까?

G사의 Y과장은 사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사장의 의견은 항상 옳고, 사장의 지시 사항은 무조건 따라야 하며, 회사에서는 사장이 시키는 일만 해내면 된다는 원칙을 갖고 일한다. Y과장은 사장의 ‘예스맨’이다. 사장은 자신의 의견을 100% 수용하고 따르는 Y과장을 특별한 직원으로 여겼고, Y과장은 사내에서 사장과 업무 외적으로 독대하는 유일한 직원이 되었다.

한편 Y과장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N과장은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것은 사장과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직원 모두라고 생각한다. N과장은 G사를 자신의 회사처럼 여기고 종종 사장이 시키는 일 이상을 했고, 모든 업무에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임했다. N과장은 사장의 의견이 시장 트랜드와 맞지 않거나 매출 신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사장에게도 소신 있게 ‘No’를 외쳤다. 사장 입장에서는 N과장이 편하지 않았다. 가끔 사장의 업무 제안에 여러 근거를 들어 이견을 제시하거나, 본인이 확신하는 일에는 100%만 하면 될 일을 200%, 300%까지 해오기 때문이다.

Y과장은 사장의 ‘예스맨’이다. 사장은 자신의 의견을 100% 수용하고 따르는 Y과장을 특별한 직원으로 여겼고, Y과장은 사내에서 사장과 업무 외적으로 독대하는 유일한 직원이 되었다. [사진 pxhere]

Y과장은 사장의 ‘예스맨’이다. 사장은 자신의 의견을 100% 수용하고 따르는 Y과장을 특별한 직원으로 여겼고, Y과장은 사내에서 사장과 업무 외적으로 독대하는 유일한 직원이 되었다. [사진 pxhere]

“N과장, 그래서 이번 제품을 밀지 않겠다는 거야?”
“네. 말씀하신 제품은 요즘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작년에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경쟁사에서도 이미 주요 라인업에서 제외했습니다. 최근 분석한 소비자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대안으로….”

사장은 N과장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Y과장을 회의에 불렀다. “Y과장, 내가 저번에 말한 주력 상품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Y과장은 회의 분위기를 짧게 살피더니 예스맨답게 사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자신의 팀에서 주력상품으로 진행해보겠다고 했다.

G사의 연말 인사고과 결과가 나왔다. Y과장과 N과장이 같은 점수를 받았다. 직원들 사이에선 Y과장이 업무역량, 성과보다 더 좋은 인사평가를 받았지만, N과장은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Y과장은 사장의 의견에 따라 추진한 프로젝트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 한 해 사장과 가장 많은 출장에 동행했고 각종 세미나, 컨퍼런스, 강연, 교육 등의 기회를 독보적으로 누렸다.

한편 N과장은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갖은 고생을 했다. 전반적인 회사의 실적 부진 상황에서 N과장은 최선을 다해 어느 정도 실적을 냈지만, Y과장만큼 사장에게 인정받지는 못했다.

실적은 나빴지만 고가는 후하게, 왜? 

‘실적이 더 높은 사람에게 더 높은 인사고과 점수를 준다.’ 사장도 이성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다. 냉정하게 실적만 평가한다면 Y과장이 더 낮은 점수를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사장의 감정이 먼저 동하면서 Y과장과 N과장은 같은 점수를 받았다. 성과는 부진했으나 충실했고, 시키는 일은 열심히 했던 친구 같은 Y과장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예스맨’을 잃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N과장은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갖은 고생을 다 했다. 회사의 실적 부진에도 N과장은 최선을 다해서 실적을 냈지만, 예스맨인 Y과장만큼 사장에게 인정받지는 못했다. [사진 pixabay]

N과장은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갖은 고생을 다 했다. 회사의 실적 부진에도 N과장은 최선을 다해서 실적을 냈지만, 예스맨인 Y과장만큼 사장에게 인정받지는 못했다. [사진 pixabay]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회사가 급격한 매출 감소 등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면? 사장에게 필요한 사람은 언제나 내 편인 Y과장일까, 가끔은 ‘No’를 외치는 N과장일까? 아마 대다수는 N과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외로운 리더에겐 예스맨이 필요한데, N과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는 감정적인 위로보다 효율성, 합리성, 수치와 근거에 의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곳이다. 따라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겐 위안이 되는 직원보다 회사의 매출 성장에 더 기여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사장이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하는 Y과장보다, 사장의 결정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수치·분석·리서치 등을 근거로 합리적인 반대 의견을 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N과장이 더 도움이 된다.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누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지 예상할 수 있다. Y과장은 회사의 주인을 사장으로 생각하고, N과장은 자신과 사장을 포함한 직원 모두라고 생각한다. 판이하게 다른 둘의 마인드는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다르게 만든다. Y과장은 회사의 위기를 ‘사장님의 위기’로 여기고, N과장은 ‘우리 모두의 위기’로 여길 것이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직원이 누구일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장의 시야를 넓히고, 성장시키는 직원은 가끔 ‘No’를 외치는 N과장이다. 사장 주위에 ‘예스맨’만 가득하다면, 회사의 시야는 곧 사장 한 사람이 보는 것으로 한정된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숲을 보는 사람이며, 나무에 관해선 ‘나무를 보는’ 중간관리자, 실무진의 시야가 때로 더 정확하거나 깊을 수 있다. 설령 어느 직원의 분석과 판단이 사장 입장에서 옳지 않다고 보이더라도 ‘직원의 의견이 어떤 근거로 틀렸는지’, ‘직원은 왜 이런 분석과 판단을 내렸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장의 역량은 강화될 수 있다.

리더는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매 순간 조직 전체의 방향성을 좌우하거나 프로젝트의 성공, 매출과 이익에 직결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도 사람인지라 직원과의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사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주는 중압감과 고독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리더의 모든 결정은 개인적이거나 감정적이어선 안된다. 본인의 역할·업무·리더십에 초점을 맞추고, 내가 아닌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나를 위한 직원이 아닌 ‘회사에 기여하는 직원인가’를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여러 사람을 이끄는 자리다.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롭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장의 결정을 믿고 묵묵히 따라와 주는 직원들이 있다. 알고 보면 참 고마운 ‘친구’다. 이중엔 ‘No’라고 외치거나, ‘사장님의 판단은 옳지 않다’고 얘기하는 직원도 있다. 진짜 친구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진정한 리더 곁엔 예스맨보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진짜 친구’ 같은 직원이 모이는 법이다.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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