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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뒤 대학자금 8천만원…빚꾸러기 자녀 안 되게 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8)  

국가적으로 저출산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정작 가정 안에서는 자녀 한명 키우는 교육비 걱정이 많다. 자녀 한명을 키워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데까지 양육과 교육비가 2억6000만 원이 든다는 통계가 있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불안감을 준다는 반론도 있던 이 통계는 또 다른 허점이 있기도 하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총액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연령대별 교육비의 단순합계를 평균한 것이다. 물가상승을 고려한다면 더 큰 금액이 들어갈 거라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실제로 대학을 입학할 즈음에 대학자금은 얼마나 들까? 일단 현재 상황을 봐도 한 학기 등록금만 450만원씩 일 년에 두 번, 한 달 용돈 25만원씩만 잡아도 연간 1200만원이고 4년이면 5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 지난 10년간 대학자금 인상률은 연평균 5%에 육박했지만, 다행히 현재는 대학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게 제한되어있다. 자녀가 5세인 젊은 가정의 경우, 미래 대학자금 인상률을 3% 정도로 잡으면 대학을 들어가는 15년 뒤엔 8000만 원이다.

자녀 한명을 키워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데까지 양육과 교육비가 2억6000만 원이 든다는 통계가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자녀들이 실제로 대학을 입학할 즈음에 대학자금은 얼마나 들까? [사진 Pixabay]

자녀 한명을 키워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데까지 양육과 교육비가 2억6000만 원이 든다는 통계가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자녀들이 실제로 대학을 입학할 즈음에 대학자금은 얼마나 들까? [사진 Pixabay]

15년 뒤 대학학자금 8천만원  

그러나, 또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볼 것은 대학자금 8000만원은 15년 뒤의 ‘미래가치’지만 그 돈은 현재가치로는 5000만 원이다. 과연 이 돈은 ‘현재’에 어떤 돈일까? 월급 200만 원씩 맞벌이하는 부부의 1년 연봉이거나 또 누구에게는 한 사람의 연봉이나 차 한 대 값일 테고, 어떤 가정에서 넓은 평형의 집으로 옮기는 전세금이나, 빚내어 집 사는 조금 무리한(?) 그 돈일 수 있다.

몇 해 전 만났던 한 가정은 두 명인 어린 자녀의 미래를 위한 저축은 하나도 없었지만, 매달 차량 할부금으로 80만원이 빠져나갔다. 남편의 설명대로 ‘연비가 좋아서 샀다’는 그 외제 차량의 가격은 5000만 원이었다. 자녀대학자금과 외제차 한 대를 맞바꾼 소비행위라고 보기엔 과장일 수 있지만, 최소한 버는 소득에서 저축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소비하지 않아도 빠듯한 게 현실이다. 전세금, 월세, 집값 등주거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그러면서도 가계지출 중에서 가장 줄이기 어려워하는 것이 교육비다. 한국 사람의 교육열은 상당하다. 꿈을 먹고 자라야 할 자녀가 ‘돈을 먹고 자란다’는 말도 있다.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학원을 보내며 사교육으로 돈을 쓰고 있지만, 정작 ‘목표’인 대학자금은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때 부모 세대는 50대 초중반이 되는데, 정년이 빨라지거나 ‘임금피크제’ 대상이 돼 소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가정경제 상담에서 강조하는 꼭 한 가지 원칙은 빚내어 학원을 보내지 않더라도 자녀대학자금은 준비하자는 것이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는 아이 돌봄의 한 형태로 학원을 여러 군데 ‘돌리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 자녀는 방과 후 수업이나 지역사회의 돌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대안을 찾고, 중고생 자녀는 현실적인 대화를 통해 인터넷 강의 등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워 학원비를 적정선에서 관리해야 한다.

가정경제 상담에서 강조하는 꼭 한가지 원칙은 빚내어 학원을 보내지 않더라도 자녀대학자금은 준비하자는 것이다. [사진 Pxhere]

가정경제 상담에서 강조하는 꼭 한가지 원칙은 빚내어 학원을 보내지 않더라도 자녀대학자금은 준비하자는 것이다. [사진 Pxhere]

여윳돈이 있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정기예금이나 일시납 저축성보험에 넣어 복리이자로 굴리면 좋겠지만, 퍽퍽한 살림에 여윳돈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5년 이상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적립식펀드에 투자하기를 추천한다. 월 25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물가상승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4%의 수익을 목표로 탄력적으로 관리하면 15년 뒤 예상되는 준비자금은 6127만원(원금 4500만원)이 된다. 대학자금의 전부는 아니어도 77% 정도 준비되는 것이다.

적금 금리 3%면 실질 수익은 1.5%  

요즘은 워낙 금리가 낮아 적금이나 공시이율의 저축성보험으로는 대학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모인 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정기적금이나 저축성보험은 매달 붓는 돈에 대해 순차적으로 기간을 고려해 이자가 계산된다. 가령 적금 금리가 3%라 하더라도 실질수익은 절반 정도인 1.5%밖에 안 된다. 자녀가 3년이나 5년 안에 대학을 들어가는 경우라면 안정성을 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5년 이상의(15세 미만) 어린 자녀라면 장기적인 물가상승과 화폐가치의 하락을 대비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 만기를 길게 잡되 무조건 장기로 묵히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적정수익이 나면 이익금을 환매해 정기예금으로 예치하거나 다시 분산투자하는 등 수익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알뜰하게 돈을 모은다’는 뜻의 영어단어인 SAVE는 ‘구하다’라는 다른 뜻도 있다. 중년의 부모세대에게 어떤 변화가 생겨도 ‘준비된 미래’로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도록 하자. [사진 Flickr]

‘알뜰하게 돈을 모은다’는 뜻의 영어단어인 SAVE는 ‘구하다’라는 다른 뜻도 있다. 중년의 부모세대에게 어떤 변화가 생겨도 ‘준비된 미래’로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도록 하자. [사진 Flickr]

맞벌이하는 가정이라면 ‘첫째는 아빠가 둘째는 엄마가’ 대학자금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명씩 맡아 목표와 명분을 갖고 기쁘게 버는 소득에서 저축하는 전략이다. 현재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외벌이 상태라면 남편의 버는 소득에서 작게라도 적립식펀드 통장을 만들고, 아내가 향후 맞벌이를 하게 될 때부터 금액을 추가로 증액해 적립하는 게 좋다. 최소한의 의지를 갖고 시작한 아빠의 통장에 엄마는 ‘기름을 붓는’ 역할이다.

대출이 있어도 매달 버는 소득에서는 저축해야 한다. 우리가 빚 갚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불필요한 보험료 등 가계지출 조정을 통해 작게라도 여유를 만들어 대학자금 마련 저축을 시작한 뒤 자녀와 대화하면서 부모로서의 적극적인 의지와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작게라도 시작하고 향후 맞벌이가 가능할 때나 대출금 부담이 줄어들 때 금액을 키워 가면 된다.

학원비 부담 때문에 빚내어 생활비를 감당하거나 대학자금은 전혀 준비하지 못한 부모의 재정적인 현실 속에 대학생 학자금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에 내디딜 청년의 첫걸음이 학자금 대출로 무거워지는 현실이다. 자녀가 세상에 나갈 때 빚으로 시작하지 않도록 대학자금은 반드시 준비하도록 하자.

‘알뜰하게 돈을 모은다’는 뜻의 영어단어 ‘Save’는 ‘구하다’라는 다른 뜻도 있다. 중년의 부모세대에게 어떤 변화가 생겨도 ‘준비된 미래’로 아이의 꿈을 지켜주도록 하자.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통장, 가정경제를 기원한다.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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