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중국이 한국에 주는 코로나사태 교훈 세 가지

중앙일보

입력 2020.02.24 00:04

업데이트 2020.02.2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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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한 병원에 파견된 간호사가 동료를 식별하기 위해 방호복에 이름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우한 병원에 파견된 간호사가 동료를 식별하기 위해 방호복에 이름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3일 2442명을 기록했다. 생명을 위협받는 중증 환자는 1만968명이나 된다.

① 사람 이동 철저하게 막아라
② 잠복기 2주 아닌 최장 38일
③ 전담 의료시설 미리 확보를

중국의 비극은 17년 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교훈을 망각한 데서 비롯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야생동물을 별미로 즐기고 사태가 터져도 축소로 일관하다 화를 불렀다. 한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처지가 됐다.

중국의 경험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사람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국은 초기 부실 대응으로 이에 실패하며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 12월 초 환자가 생겼는데 1월 하순이 돼서야 본격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진앙인 우한(武漢)에서 중국 각지로 바이러스가 퍼지며 2월 한 달 중국은 거의 마비 상태가 되다시피 했다.

우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말로는 “과도하다 싶을 만큼 선제 조치에 나서라” 해놓고 실제론 중국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해 왔다. 초기 부실 대응을 만회하려면 사람 이동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공권력을 이용한 강제 조치도 불사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회의장·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팡창(方艙)의원. [신화망 캡처]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회의장·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팡창(方艙)의원.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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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코로나19의 교활함을 제대로 봐야 한다. 중국 의료진은 22일 신종 코로나가 얼마나 교활한지에 대해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먼저 잠복기다. 보통 2주 정도를 잠복기로 꼽는다. 그러나 후베이(湖北)성에선 1월 13일부터 관찰에 들어가 2월 20일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가 나왔다. 잠복기가 38일이나 됐다. 이 기간 어떤 발열이나 기침·설사 등 증상이 없었다. 두 번째는 치유된 환자를 다시 감염시킨다는 점이다. 청두(成都)의 한 환자는 지난 10일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그러나 자가 격리 중이던 지난 19일 핵산 검사에서 다시 양성 반응을 보여 입원했다.

세 번째는 어디를 검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저장(浙江)성의 한 환자는 지난 16일 코와 목을 상대로 한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으나 분변 검사에선 양성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확진 환자를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무증상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뿜어내며 지역사회를 감염시키기에 위험성은 매우 크다. 셋째, 의료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코로나19 감염자 치료를 위해 국제회의센터나 체육관 등 공공시설을 개조해 임시 야전 병원인 팡창(方艙)의원을 건설했다.

현재 우한은 13개 팡창의원을 지어 1만3348개의 병상을 마련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우한의 후야보(胡亞波) 부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19개의 팡창의원을 더 지어 모두 3만 개의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왜 그랬을까. 초기 부실 대응으로 환자가 급증할 때 우한의 가장 큰 고민은 이들을 받을 의료시설의 절대 부족이었다. 많은 환자가 아픈 몸을 누일 병원을 찾아 거리를 헤매다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 수용되지 못한 환자는 집에 머무르며 가족과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우리 상황도 마찬가지다. 환자 급증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전담 의료시설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 환자가 일반 병원에 수용될 경우 병원 내 감염 우려가 크다. 이는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겐 치명적이다. 중국의 사망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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