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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느낌 물씬…‘낭만닥터 김사부’ 흡입력 더 세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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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김사부로 활약하고 있는 한석규.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김사부로 활약하고 있는 한석규. [사진 SBS]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는 정착할 수 있을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가 시청률 23.4%(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6~2017년 방영된 시즌 1 최고 시청률(27.6%)에 근접한 기록이다. 2007년 시작해 올해 18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tvN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나 장르물에 주력해온 OCN의 ‘보이스’ 시즌 1~3(2017~2019) 등 케이블 채널에선 시즌제 드라마 성공 사례가 있지만, 지상파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3년 만에 돌아온 시즌2 인기몰이 #한석규가 신참 키우는 큰 틀 유지 #가짜뉴스·내부고발 등 이슈 더해 #“신작 부담 피한 안정적 선택”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즌 1에서 김사부로 활약한 한석규가 자리를 지키면서 빠르게 안착했다. 앞서 시즌제에 도전한 SBS ‘미세스 캅’이 시즌 1(2015) 김희애에서 시즌 2(2016) 김성령으로 주인공이 바뀌거나,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주연 박신양은 남고 시즌 1(2016)과 2(2019)의 제작진이 교체된 것과 달리 별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덕이다. 앞서 ‘미세스 캅’ 을 연출한 유인식 PD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연속성을 살리려 돌담병원 세트에 있던 모든 소품을 찾거나 제작해 그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김사부가 돌담병원으로 밀려드는 외상 환자들을 상대하며 각각의 트라우마를 가진 신참 의사들을 키워내는 이야기의 큰 틀은 유지하되 그 대상만 바뀐 것도 연착륙을 도왔다. 방송 전 유연석·서현진의 부재를 걱정하는 시선이 컸지만, 안효섭·이성경이 그 자리를 채워나가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그려갈 수 있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서우진역의 안효섭과 차은재역의 이성경. 김사부 도움으로 수술공포증 등을 이겨낸다.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서우진역의 안효섭과 차은재역의 이성경. 김사부 도움으로 수술공포증 등을 이겨낸다. [사진 SBS]

시의성도 맞아 떨어졌다. 두 시즌 사이에 약 3년간의 시차가 있지만 올 초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를 둘러싼 아주대 병원 측과 이국종 전 센터장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면서 극에 몰입감을 높였다. 김사부가 이국종 교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여서 파급력이 더 컸다. 박민국(김주헌) 교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해 본원과 분원 간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고, 가짜뉴스·내부고발 등 사회 이슈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겉보기엔 의학드라마 같지만, 그 형식을 차용한 사회극에 가깝다”며 “사람 목숨 앞에서도 돈과 자본으로 굴러가는 상황이 바뀌었다면 큰 울림이 없었겠지만, 오히려 악화한 현실이 더 큰 공감을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서 다소 괴팍하지만 믿고 의지할 만한 리더가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의 그리움을 자극하며 향수를 채워줬다”고 짚었다.

MBC와 KBS가 월화드라마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예능으로 대체 편성한 점도 시청률 상승에 기여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제작비 상승 등으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시즌제를 검토하게 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채널 시대를 맞아 유연화된 편성 정책도 다양한 사례를 낳고 있다. 당초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tvN ‘아스달 연대기’(2019)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파트 1·2와 3 사이에 ‘호텔 델루나’를 편성하기도 했고, JTBC ‘보좌관’(2019)은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시즌씩 나눠서 방영하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진정한 의미의 시즌제 드라마는 한 시즌에서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고 다음 시즌까지 기다릴 수 있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스달 연대기’나 ‘보좌관’은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발 더 나아간 사례”라고 밝혔다.

다음 달 공개되는 넷플릭스 ‘킹덤 2’나 첫 방송을 앞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조선시대와 좀비라는 색다른 조합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킹덤’(2019)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하는 궁금해하는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2012~2016)와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을 성공적으로 이끈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신작으로 목요스페셜로 편성된다.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빚어온 이들이 이번에는 어떤 신선함을 선보일지 관심을 끈다.

방송사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BS 한정환 드라마본부장은 “드라마가 구축한 세계관에 몰입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시즌제 제작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한 시즌으로 끝내기는 아깝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사부뿐만 아니라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남궁민), ‘배가본드’의 스턴트맨 차달건(이승기), ‘열혈사제’의 김해일 신부(김남길) 등을 예로 들며 “단순히 시청률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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