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투입 늘려라'… 간병인 부족한 일본 정부 해결책 보니

중앙일보

입력 2020.02.23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5)

“비에도 지지 않고, 감기와 허리통증에도 지지 않고, 불철주야 야근에도 지지 않고, 눈 내리고 더운 여름날의 송영에도 지지 않고, 힘든 인간관계에도 지지 않고, 건강한 마음과 신체를 갖고, 조금이라도 급여가 오르거나 쉬고 싶은 꿈을 꾸며, 절대 화내지 않고, 항상 정답게 웃고 있는….”

간병복지사로 일하는 여성이 쓴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다. 유명한 아동문학가 미야자와 겐지가 쓴 동일 제목의 시를 간병인의 현실에 맞춰 개작한 것이다. 이 시는 간병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고충과 간병업계의 현실을 생생하게 표현하였기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근무환경이 열악한 간병직을 원하는 사람은 적다.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고 있는 간병인력의 수요를 채우기 어렵다. 2018년 경제산업성의 발표자료를 보면 2035년 간병인력이 약 79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4만명)의 20배가 넘는다. 같은 해 후생노동성은 2020년 말 약 216만명, 2025년에는 245만명의 간병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2016년에 확보된 190만명 외에 2020년 약 26만명, 2025년까지 약 55만명(연간 6만명)의 간병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앞으로의 간병인력 부족문제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당장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66%의 간병시설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방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후생노동성의 복지·간병인재 확보 대책에 따르면 2010년부터 유효구인배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전체 산업의 유효구인배율은 1.5배이지만, 간병직원의 유효구인배율은 3.5배 이상이다. 도시의 지자체에서는 5배가 넘는다. 간병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많은 인력을 찾고 있지만, 일하려는 사람은 적은 것이다. 간병시설을 만들어도 직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간병분야의 인력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간병이 필요한 고령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불 보듯 뻔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복지·간병산업의 기반이 되는 인재가 오지 않으면 산업이 존립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갖고 2018년 일본 정부는 중·고령 인력과 외국인력 등의 활용, 근무 환경정비, 간병직업에 대한  홍보활동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지자체의 간병인재 확보사업 계획을 근거로 정책자금을 대폭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경쟁하는 간병시설은 늘어나고 있고, 취업하려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사업자는 직원 채용이 어렵다. 간병업계의 급여가 낮은 탓도 있다. 애써 채용했더라도 근무환경이 열악해 일찍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2017년 간병노동실태조사를 보면 간병직원의 전체 평균 급여는 21만1464엔(방문간병 직원은 19만8486만엔)으로 전체 산업 평균  30만4300엔보다 크게 떨어진다. 2017년 간병직원의 이직률은 16.4%로 전체 산업평균 이직률 14.9%보다 약간 높다.

간병인력의 핵심이 되는 간병복지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2016년에 149만4000명이지만, 82만8000명만 간병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자격을 등록한 사람 중에 60%가 간병업무를 하고 있다. 간병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고도 40%의 인력이 다양한 이유로 간병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간병복지사는 간병현장에서 명확한 업무영역을 갖고 있지 않다. 간병현장에서 간병 전문가의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치매 증상과 종말기 케어 서비스, 간병과정 전개에 관한 평가와 간병계획의 작성 업무는 간병 복지사와 같은 전문인력이 전문지식을 갖추고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일본 정부는 간병인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간병경험과 기능을 가진 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더 오래 근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인 개선책으로 2017년부터 간병직원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른 인사제도(승급)를 마련한 간병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간병직원의 커리어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간병인력의 능력을 개발하고자 다양한 의료케어 교육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간병직원이 일하기 쉬운 노동환경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부 전문가는 ‘유니트 케어“ 방식을 도입해 간병직원의 정착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니트 케어 방식은 고령자 10명 이하가 하나의 유니트로 구성된다. 간병을 지원하는 직원이 유니트 단위로 고정 배치되기 때문에 입소자의 동향과 신체변화를 빨리 파악하기 쉽다. 간병직원은 일하기 편한 환경에서 동료직원 또는 입소자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약 30%의 간병시설에서 유니트 케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간병직원은 기본적인 케어 외의 업무도 많다. 간병보수를 받기 위해 서류와 장표에 고령자의 체온, 맥박, 식사내용 등을 일일이 적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매일 기록작업으로 잔업이 늘어나서 기본적인 간병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

간병 로봇은 업무 부담을 줄이고, 간병 업계의 취업 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글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 pixnio]

간병 로봇은 업무 부담을 줄이고, 간병 업계의 취업 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글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 pixnio]

현재 개발되고 있는 간병 로봇은 업무 부담을 줄이고, 간병 업계의 취업 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간병 로봇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간병 사업자가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각 지자체는 간병 직원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간병 사업의 효율화에 기여하는 혁신 대책을 추진하고자 간병로봇을 사는 사업자에게 간병 로봇 한 대당 3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시설서비스는 이용자 10명당, 재택서비스는 이용자 20명당 한 대를 한도로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간병 직업의 매력을 높이는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간병 복지사 교육기관은 간병 사업자와 함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직업 체험을 하고,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직원과 제2 커리어로 일하는 중·고령 직원의 목소리를 담아 간병현장에서 일하는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면서 간병현장의 취업으로 연계해 나가기도 한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