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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쿠바의 춤과 노래는 쿠바가 흘리는 눈물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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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 카예혼 데 아멜의 룸바

쿠바를 상징하는 장면은 무엇일까요. 시가 물고 있는 체 게바라 사진? 석양 물든 말레꼰 해변? 헤밍웨이의 단골 모히또 집? 모두 쿠바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지만 ‘Esta es Cuba!(이게 쿠바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선택한 장면이 이 사진입니다. 카예혼 데 아멜. ‘아프리카 거리’라 불리는 아바나의 비좁은 골목에서 촬영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이 골목에서 룸바 공연이 열립니다. 이 열띤 현장에서 맹렬히 타악기를 두드리던 여성을 쿠바의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쿠바의 서러운 어제와 막막한 오늘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약 400년간. 쿠바 원주민 대부분은 스페인 정복자와 함께 들어온 천연두에 걸려 죽었습니다. 스페인은 담배와 사탕수수 농장에 댈 노동력이 부족하자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싣고 왔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 약 350만 명의 노예가 끌려왔습니다. 지금의 쿠바인이 그들의 후예입니다. 살사, 룸바, 맘보, 차차차 등 쿠바 음악에 흑인 정서가 밴 까닭입니다.

쿠바인은 아무 때나 아무 데서 춤을 춥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경제가 파탄 난 쿠바에서 젊은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을 잊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것밖에. 쿠바의 춤과 노래는 쿠바가 흘리는 눈물일지 모릅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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