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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曰] 코로나와 ‘스터디 코리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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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30면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못된 놈’은 모두에게 복병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7만 명인 전국의 대학가도 초비상이다. 다음주부터 5만 명이 쏟아져 들어온다. 경희대·한국외대·고려대 3각 벨트에만 8400명이 넘는다. 현장에 가보니 난리다. 기숙사 수용, 자체 격리, 지자체 시설 입소…. 빗장이 열렸는데 컨트롤이 가능한가. 이 와중에 교육부 장관은 ‘현지 시찰’ 폼을 잡는다. 대학은 하소연한다. “장관은 중국인 학생 휴학을 권고하지만, 3분의 1만 안 와도 살림이 휘청합니다.”

7만명 중국인 유학생 관리 난맥 딜레마 #출신국 다변화, 교육 질 향상 기회 삼아야

대학가는 썰렁하다. 마라탕·양꼬치 집은 물론 일반 음식점도 텅 비었다. 원룸촌. ‘중국 학생 사절’ 전단이 붙어있다. “재수 없으면 폐쇄될 수 있잖아요. 미안해도 어쩔 수 없어요.” 현실이다.

사실 못된 놈이 아니었다면 올해 ‘스터디 코리아(Study Korea)’ 프로젝트는 날개를 달았을지도 모른다.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봉준호의 ‘기생충’이 착한 한류 바이러스를 지구촌 구석구석에 퍼뜨리고 있으니 말이다. 스터디 코리아는 2004년 시동이 걸렸다. 유학 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범정부 차원에서 가동했다. 세계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해 지한파와 친한파를 키우자는 취지였다.

성과는 눈부셨다. 당시 1만6000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현재 16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7만1000명이 중국 학생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 열풍도 탔다. 유학생 1명을 유치하면 연간 1576만원의 경제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생활비·주거비·등록금을 합친 액수다. 16만 명이면 3조원에 육박한다. 외국에서 우리 유학생 22만 명이 쓰는 돈에 못지않다.

교육부는 2021년까지 20만 명을 유치하자며 대학들을 다그쳤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잘한다’는 독일 출신 스타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과 가나의 고용복지부 장관을 지낸 모세스 등을 스터디 코리아의 성공 모델로 내세웠다. 정부초청 장학금인 ‘글로벌 코리아 스칼러십(GKS)’을 받은 이들이다. GKS의 올해 예산은 600억원(870명 지원)이다.

그러다가 ‘코로나19’의 습격을 받았다. 허약 체질 스터디 코리아는 휘청거린다. 관제 칼을 휘둘러온 교육부, 그에 순치돼 자율이 마비된 대학의 딜레마다. 그간 둘은 유일하게 손발이 맞았다. 보고서 글씨체까지 깨알 간섭하던 교육부는 고삐를 풀어줬다. 학생 수 급감과 등록금 동결 악재를 만난 대학들은 고맙다며 ‘묻지 마’ 유치를 했다. 정원 외로 뽑을 수 있는 데다 한국 학생과는 달리 등록금도 매년 올릴 수 있으니 구세주였다. 브로커가 활개를 쳤다. 중국과 베트남 학생들이 몰려왔다. 출신국 다변화와 학생 실력은 안중에도 없었다.

코로나19에 강타당한 스터디 코리아는 위기다. 감염 예방이 급선무지만 차분히 징비록도 써야 한다. 세 가지만 제안한다. 첫째, 유학생 입학자격을 강화하자. 한국어능력시험(TOPIK, 1~6급으로 6급이 최고) 중 3급은 단어를 나열해 말하는 수준이다. 학습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학부 입학생 자격이 3급이다. “농담은커녕 간단한 내용도 못 알아들어요. 학점을 잘 주라니 B학점 이상은 주죠. 교수인 나도 참 한심해요.” 이게 그 좋다는 대학의 현실이다. 다니엘 같은 준비된 유학생도, 한국 학생도, 교수도 다 불만이다. 학부생은 TOPIK 5급, 대학원생은 6급이 기본 조건이어야 한다.

둘째, 학사 관리다. 더 정성껏, 더 엄격하게 하자. 교육부는 학위 남발, 불법체류, 기숙사 현황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국가 차원의 유학생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셋째, GKS를 정비해 유학생 출신국과 지원 대상을 다양화하자. 그래야 한국판 명품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될 수 있다. 스터디 코리아를 ‘러브 코리아’로 만드는 방법이다. 뜻하지 않게 못된 놈이 그걸 알려주고 있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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