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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전국 감염…어영부영하다 재앙 키웠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4호 30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돌아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국민의 불안을 달래고 강한 믿음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방역의 대원칙이 총선을 앞둔 정치 논리에 수시로 휘둘렸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감염자의 강력한 유입 차단과 지역사회 확산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줄기차게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한 박자 늦거나 대응 강도 면에서 미지근하고 부실했다.

한 달 만에 확진자 200명 돌파, 대확산 #총선 표 계산하다 방역도 경제도 망쳐 #집중 발생 대구 먼저 ‘심각’ 격상해야

국내 1호 환자 발생 한 달 만에 확진자는 어제 200명을 돌파했고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망자도 2명이나 나왔다. 19~21일 대구에서 환자가 속출하더니 이제 거의 모든 시·도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초기에 뚫린 구멍들이 이제는 둑을 무너뜨리는 형국이다. 20~21일에는 육·해·공군 부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군부대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 확진에 이어 청도 대남병원에서 간호사 15명 중 5명이 집단 감염됐다. 2015년 메르스(MERS) 사태의 악몽이 떠오른다.

상황이 제일 다급한 대구는 방역 인력과 시설 및 자원이 크게 부족해 정부의 집중적 지원이 절실하다. 전국에 음압 병상이 1027개 있지만, 환자가 일시에 폭증한 대구엔 54개뿐이다. 그런데 대통령도 총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2003년 사스(SARS) 때도 그랬듯이 장기전을 예고해왔지만,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단기전에 쏠려 있다. 위기는 위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도 미리 경고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사협회 등 전문가들의 충고와 지적을 흘려 들었다.

중국에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을 정도로 대참사가 벌어졌는데 바로 이웃 나라의 대응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안이했다. 지금도 후베이성 여행자만 입국을 제한하고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방치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진입한 사실을 인정하고도 정부는 위기경보를 현행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리는데 소극적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으니 이제 중국 관광객과 유학생 입국 금지도 검토할 때가 됐다. 기숙사 시설 부족으로 학교 밖을 떠돌아야 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서울에만 1만4000명을 넘는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1대1 밀착 관리를 지시하고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교육부는 물론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

물론 전염병 대응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의료진과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특히 시민들도 정확한 대응 수칙을 숙지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신천지 교회 신도라는 31번 환자는 입원 중에 고열이 발생해 의료진이 폐렴 검사를 권유했지만 두 번이나 거부했다고 한다. 공동체를 생각해야 할 때다.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하다. 오히려 오락가락 발언으로 국민의 경각심을 떨어뜨렸다. 뚜렷한 근거 없이 사태가 조기에 끝날 것처럼 낙관적 발언을 쏟아냈다. 대국민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 정부가 좌고우면하면서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 2, 3위 감염국이란 오명을 쓰고 말았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경제가 중요하지만, 지금은 경제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사람 생명이 먼저다. 전문가의 말을 새겨듣고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정치 논리로 국민의 경각심을 흐리게 하는 발언도 중단해야 한다. 자화자찬하는 ‘선무당’들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민심은 지금 정부와 여당에 경고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부터 지켜내라고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문재인 정부는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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