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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0명 사망자 내는데···그런 중국이 이젠 한·일 걱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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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망자가 2239명을 기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발표에서 20일 하루 11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중국은 열흘 넘게 매일 100명 내외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문재인 대통령과도 통화를 갖는 등 최근 각국 정상과 활발한 전화 외교를 통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문재인 대통령과도 통화를 갖는 등 최근 각국 정상과 활발한 전화 외교를 통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을 “인민전쟁”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의 딩샹양(丁向陽) 부비서장은 “건국 이래 비상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만큼 싸움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교회 중심으로 갑자기 퍼진 한국과 #크루즈선서 환자 속출하는 일본 보며 #이미 커다란 홍역 치르고 있는 중국이 #코로나 교활함 간과하지 말라고 호소

그런 중국이 이젠 한국과 일본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20일 오전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 상황이 엄중해졌다”는 속보를 냈다. 대구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걸 보도하면서다.

중국에선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격전지 우한으로 달려가는 의료진을 '역행자'라 부르며 칭송한다. 역행자는 남들이 탈출할 때 오히려 거꾸로 힘든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에선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격전지 우한으로 달려가는 의료진을 '역행자'라 부르며 칭송한다. 역행자는 남들이 탈출할 때 오히려 거꾸로 힘든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은 또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환자가 속출하는 일본 상황도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20일 오후엔 중국이 일본 국립 전염병연구소에 신종 코로나 환자를 검사할 핵산 진단키트를 제공했다는 기사가 떴다.

그리고 20일 밤엔 한국과 일본을 향해 신종 코로나를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을 발했다. 환구시보를 통해서다. ‘서방 전문가 논문을 볼 때 지금은 한·일이 관건’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병원 문을 나서는 중국인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병원 문을 나서는 중국인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기사는 지난달 24일 국제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지’에 실린 미국과 네덜란드 의학 전문가의 신종 코로나 논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새겨야 할 중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종 코로나의 파괴력이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약하지만 이게 오히려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억제하려는 노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얕잡아보기에 그만큼 대비가 약하다는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피하는 게 일상이 되면서 베이징의 만두 가게도 손님과 멀찌감치 떨어져 만두를 파는 방안을 연구해 영업을 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피하는 게 일상이 되면서 베이징의 만두 가게도 손님과 멀찌감치 떨어져 만두를 파는 방안을 연구해 영업을 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다른 하나는 감염자 상당수가 거의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신종 코로나가 글로벌 공공위생 시스템을 파괴할 만큼의 위력을 가졌다는 주장이다.

가볍게 보이는 바이러스가 더 무섭고 전파력이 강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논문의 골자다. 한데 일본과 한국에서 최근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신종 코로나를 너무 경시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거다.

중국 내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자 두부공장이 업종을 전환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내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자 두부공장이 업종을 전환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일본의 한 고위 관리는 신종 코로나가 “감기의 일종”이라며 경증 환자는 집에서 쉬면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크루즈 선에서 내린 승객이 음성 반응을 보이자 격리가 필요 없다며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한 귀가를 허용했다.

한국에선 교회에서 신도 10여 명 이상이 함께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에 한국 국민도 걱정하겠지만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이를 보며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고 환구시보는 말했다.

90대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 병마를 이기고 퇴원할 정도로 중국에선 건강을 회복해 병원 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90대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 병마를 이기고 퇴원할 정도로 중국에선 건강을 회복해 병원 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은 한국과 일본 등 신종 코로나 위협에 직면한 모든 국가에 이 바이러스의 교활함을 제발 낮춰 보지 말 것이며 또 경증 환자나 무증상 감염자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호소하는 바라고 말했다.

중국의 후베이(湖北)성과 우한(武漢)이 겪는 고통을 남의 일처럼 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필요하면 중국의 방역 수단과 경험을 참고해 한국과 일본의 방역 작업을 강화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유명 관광지 서호에 유람선이 다시 등장하며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점차 회복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유명 관광지 서호에 유람선이 다시 등장하며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점차 회복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한동안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한국과 일본이 이젠 중국의 걱정 어린 눈길을 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분명한 건 신종 코로나가 절대 가벼이 볼 적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큰코다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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