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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국민의당’으로 다시 시작하는 안철수의 직설(直說)

중앙일보

입력

■ “이 정권 사람들 민주화 세력일진 몰라도 민주주의자 아냐”
■ “진영 정치는 전체주의, 나아가 국가주의로 이어질 수 있어”
■ “드루킹 사건은 여론조작 게이트, 누구 지시였는지 밝혀야”
■ “보다 더 구체적으로 문제 파악하고 확실한 대안 제시할 터”

단독 인터뷰 #“文 정부는 가짜 민주주의… 중도실용 정치 투쟁력 높여나간다”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번 총선이 진보 대 보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 민주당이 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번 총선이 진보 대 보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 민주당이 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58)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예정 시각보다 30분 뒤에 시작됐다. 안 위원장이 인터뷰 직전 항의 방문 차원에서 과천에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다녀오느라 좀 늦어졌다.

선관위는 ‘안철수 신당’ 당명을 불허한 지 일주일 만인 2월 13일 ‘국민당’ 당명도 쓸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관위는 하루 전 국민당 창당준비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 “이미 등록된 정당인 ‘국민새정당’과 명칭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며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안 위원장 측은 당초 신당 당명으로 ‘안철수 신당’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2월 6일 선관위가 불허 결정을 내리자 ‘국민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에 창당준비위원회는 2월 14일 선관위 측에 ‘국민의당’ 당명 사용 가능 여부를 다시 문의했고, 선관위는 문제없다고 회신했다. 결국 안 위원장 측의 신당은 안철수 신당→국민당을 거쳐 국민의당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민의당은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안 위원장이 세운 당으로, 당시 녹색 돌풍(총 38석)을 일으킨 바 있다.

월간중앙은 2월 1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안 위원장과 만났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12시 4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안 위원장은 “선관위가 어떻게든 (나를) 깎아내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면서 “그럴수록 내가 가는 길이 바른길이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주화 세력이었을진 모르나 민주주의가 아닌 가짜 민주주의”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도실용 정치 투쟁력을 높여가려 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국민의당으로 돌아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선관위와의 악연은) 지난 정권 때(2016년) 시작됐다.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예상을 깨고 40석 가까이 얻자 실체가 없는 리베이트 조작 누명을 썼다. 그런데 그게 선관위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지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나는 당을 지키기 위해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보자. 당시 기소된 7명은 각각 10개 정도의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1·2·3심에서 7명 모두, 모든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법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 그런데도 누구 하나 사과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남은 건 나빠진 당 이미지뿐이었다. 당명도 그렇다. 국민새정당이 있으니 국민당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던 선관위가 국민의당은 된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는지 모르겠다. 이 정부가 온갖 술수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가 가는 길이 올바르다는 확신을 키워가고 있다.”

귀국 후 한 달이 다 돼가는데.

“(1월 19일 국내 복귀 후) 약 한 달 만에 창당(2월 23일)하는 셈이다. 2012년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정치 경력이 7년 5개월 정도 된다. 이 가운데 1년 4개월쯤 외국에 나가 있었으니 실제로 정치를 한 시간은 6년쯤이다.”

“국민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 살리다니”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오른쪽)가 2월 9일 국민당(당시 당명)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안철수 전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오른쪽)가 2월 9일 국민당(당시 당명)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안철수 전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유럽과 미국에서는 뭘 배우고 느꼈나.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있을 때 책이나 유튜브를 보다가 ‘이 사람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직접 찾아가서 만나곤 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많은 영감(靈感)을 얻을 수 있었다. 작년 5월쯤, 이걸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메모한 수첩이나 노트만 라면상자 3개 분량이다. 나는 책 한 권 쓰는 데 3개월쯤 걸린다. 두 권을 쓰려면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독일에서 마라톤을 하면서도 많은 걸 배웠다. 뛰다 보면 모든 고민과 잡념이 사라진다. 1년 4개월 동안 14개국을 돌아다녔는데 그중 가장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되는 5개국(스페인·핀란드·프랑스·독일·에스토니아)을 중심으로 책을 썼다. 올해 1월 출간한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가 (내가 쓴) 14번째 책이다.

집필을 마무리할 무렵이던 지난해 12월, 엘 고어 전 미 부통령이 샌디에이고 ‘솔크 인스티튜트’라는 연구소에서 강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곳으로 갔다. ‘지구 온난화’가 주제였는데 매일 1억5000만t가량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에 지구는 회복 불능 수준에 이르렀을 만큼 망가지고 있다는 게 강연의 요지였다. 고어의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상황도 이와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 우리나라는 변화해야 하는 시기에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지구처럼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른 건 아닌지 걱정됐다. 그때 결심했다. ‘지금 내 생각을 이야기하기 위해 돌아가야 한다’고. 그래서 1월 2일 정치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복귀 후 언론 등을 통해 했던 말은 대부분 내 책에 나와 있다.”

1년 4개월 동안 보고 배웠던 것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건 무엇인가?

“먼저 에스토니아 이야기를 하겠다. 이 나라는 인구 130만 정도의 소규모 국가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할 때만 해도 가진 거 하나 없는 나라였다. 그런데 미래 비전을 세우고 IT(정보통신) 분야에 사활을 걸었다. 지금은 각종 지표에서 대부분 우리나라를 앞선다. 이처럼 다들 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에서 앞다퉈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는 ‘내전(內戰)’ 중인 것 같다. 에스토니아뿐만 아니라 내가 본 나라들은 모두 국민이 행복해야 부강한 나라라는 상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나라가 부강해야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자살률 1위라는 건 현재 삶에 대한 지표이고, 출산율 꼴찌라는 건 미래 삶에 대한 지표다. 생각이 바뀌어야 운명도 바뀐다. 행복한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걸 이루는 게 정치다. 정치가 우리 삶의 틀을 만들어주고, 자원 배분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처럼 정치는 중요하다.”

유럽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진영 정치다. 국가 미래, 국민 행복보다 자기 진영이 중요하다. 국민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 살리려고 정치를 하는 것 같다. 또 공공 서비스가 아닌 생업 수단으로 정치를 하는 것도 큰 잘못이다.”

구체적으로 진영 정치의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는가?

“진영 정치는 ‘나는 항상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식의 사고를 갖는다.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적으로 돌리는 건 전체주의 사고방식이다. 진영 정치는 곧 전체주의로 이어진다. 또 전체주의는 국가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현 정부는 국민의 왕이고, 입법부의 왕이며, 사법부의 왕이다. 어디 그뿐인가? 정부는 검찰의 왕이고, 선관위의 왕이기도 하다. 유럽을 돌아다녀 보니 그런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 국가가 하나의 수레라고 하면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야 국민에게 자유가 생긴다. 국민과 기업에 자유가 생겨야 창의력이 생기고, 그래야 도전할 수 있다. 그러면 경제도 활력을 찾는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하락의 근본 원인은 국가주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까지 뺏으려 하지 않나.”

“운동권 출신들이 실용정치를 이해하려나”

안철수 전 의원(오른쪽)이 1월 21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전 의원(오른쪽)이 1월 21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철수가 말하는 새 정치와 중도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런 비판을 들으면) ‘내 설명이 부족한가 보다’라며 원인을 내게서 찾았다. 그런데 이제 그런 비판을 들으면 ‘넌 내 편이 아니야’라는 말로 이해된다. 내가 표방하는 건 ‘실용적 중도’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그 둘을 뛰어넘고자 한다. 진영 정치라는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실용정치로 바꾸고 싶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사회생활 제대로 안 해본 운동권 출신들은 실용정치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 해보고 월급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토론하고 타협하게 된다. 실용정치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일하려면 이념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념으로 해결할 문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거의 다 해결됐다고 본다. 지금의 문제는 이념으로 해결할 게 아니다. 실용정치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타협해서 일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이나 프랑스 마크롱의 실용적 중도정치가 좋은 예다. 마크롱은 대통령 당선 직후 좌파·우파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썼다. 여기저기서 헝겊을 가져다 예술품을 만드는 패치워크(조각 누비) 방식의 정치를 한 것이다. 그 결과 1년 차 때는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은 수십 년 된 프랑스병을 고쳤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에서 4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독일을 추월했다. 실용정치는 진영 정치, 전체주의, 국가주의를 거부한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 실용정치는 행복한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생각마저 아우른다. 나는 이 길을 가고자 한다.”

왜 보수 야당들과의 통합에 손사래를 치나?

“현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을 찍는 분들도 있지만, 그 중간에 합리적인 분들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만 해도 한국당(전신 새누리당 등 포함)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았다. 그런데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당에서 이탈한 분들이 생긴 것이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지자들의 이탈 조짐이 감지된다. ‘조국 사태’, ‘검찰 장악’ 등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 이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도덕 규범까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다 실망감이 커져 이탈한 분들이 한국당을 찍진 않는다. 만일(우리가) 보수 정당들과 통합해서 진보 대 보수 일대일 구도가 된다면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것이다. 우리는 실용정치 영역에서, 한국당은 보수 영역에서 파이(π)를 키워나가는 게 현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년 전 총선 때 ‘야권이 분열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야권이 분열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더라.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보는 정치인들이나 평론가들의 문제점은 유권자를 ‘생각하는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령 ‘○○구는 야권 세력이 강하니 ○○당이 이긴다’는 식이다. 매우 건방진 태도다.”

“베를린 장벽 허물듯 기득권 타파해야”

1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안철수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1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안철수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에 중도 유권자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이들의 표심은 실제 선거에서 어떻게 움직일까?

“그분들은 기준이 높고 합리적이며 까다롭다. 죽어도 민주당, 죽어도 한국당 이런 식이 아닌, 전체를 보고 자기 생각이 반영될 수 있는 정당에 표를 준다. 지난 총선에서 기호 1, 2번 정당이 아닌 기호 3번 정당(국민의당)에 표를 준 게 평생 처음이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20%대이던 무당층이 최근 30%로 증가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무당층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례적인 결과다. 무당파 중도층은 까다로운 유권자이다 보니 막판에 표심이 결정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26.7%의 득표율로 새누리당(33.5%)에 이어 2위였고 민주당(25.5%)을 앞섰다.”

한국갤럽이 1월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한 결과 무당층은 2주 전보다 6%p 늘어난 33%로 집계됐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정치가 양극화하고 좌우 이념 편향이 심해지다 보니 중도층이 증가한 것”이라며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면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월 9일 창당 발기인 대회 때 ‘기득권 세력과 맞짱을 뜨겠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투쟁하는 중도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맞짱’이라는 말을 쓰게 됐다. 유럽에 있을 때 깨달았던 것 중 하나가 ‘올바른 길이라고 믿고 가는 길은 쉽게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치열하게 투쟁하고 끊임없이 대화·토론해야 한다. 꽃과 풀이 잘 자라는 평원에 어느 날 갑자기 콘크리트 벽이 세워진다. (햇볕이 들지 않는) 벽 아랫부분이 습해지면서 벌레가 생긴다. 벽을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저항이 큰 건 습한 곳에서 살고 있는 벌레들이다. 그게 바로 기득권이다.”

거대 정당 기득권 타파가 가능할까?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라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독일 편’을 보면 베를린 장벽이 나온다. 사람들은 1989년 망치와 정으로 벽을 때리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때렸다. 기적같이 뚫려서 작은 구멍이 생겼다. 거기에 눈을 대면 건너편이 보인다. 양쪽에서 뚫다 보니 구멍은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 이렇게 해야 기득권을 타파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세 가지 바이러스 잡으러 돌아와”

지난해 9월 29일 독일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안철수 전 의원이 풀코스를 3시간46분14초 만에 완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완주 기념 메달. / 사진:미래광장(안철수 전 의원 팬 카페)

지난해 9월 29일 독일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안철수 전 의원이 풀코스를 3시간46분14초 만에 완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완주 기념 메달. / 사진:미래광장(안철수 전 의원 팬 카페)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낮다. 4년 전만 한 파괴력을 보이긴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참 어려운 상황이구나, 더 노력해야겠구나’란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그래도 차분히 비교해봤다. 4년 전 국민의당 시절에는 1월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2주 후 여론조사를 했다. 2년 전 바른미래당 때는 창당준비위원회가 아닌 창당이 공식 출발점이라, (창당) 2주 후 여론조사를 했다.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하기도 전에 여론조사를 한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당명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 아니었나. 더 노력하고 더 겸손해져야 하겠지만 (여론조사) 시점을 보면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6년 국민의당 창당 직후(1월 3주) 지지율은 13%, 2018년 2월 4주 바른미래당 창당 선언 직후 지지율은 8%였다. 창당준비위원회 발족 이틀 전인 2월 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3%로 나타났다.

창당만 네 번째다. 인내심 부족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함께 마라톤을 해보면 제가 얼마나 인내심이 강한지 알 수 있을 거다(웃음). 솔직히 말해 거대 양당에 몸담는 게 가장 편하게 정치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무조건 1등 아니면 2등은 할 테니까. 그런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게 불편할 거다. 그래서 계속 공격이 들어오는 것이다. 총선 90일을 남기고 돌아왔다. 처음에는 바른미래당을 개혁해서 다시 해보려고 했다. 근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길(창당)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더라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단 한 차례 만남 이후 곧바로 탈당을 결심한 건 창업주로서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시간이 없었다. 2월 23일 창당인데, 4년 전 국민의당 때와 비교하면 20일 늦다. 사실 (외국에 체류할 때) 손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그렇지만 직접 보고 들은 게 아니니까 반만 믿으려 했다. (그를 만났던 건) 직접 파악하려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세금 도둑 바이러스 ▷진영 정치 바이러스 ▷국가주의 바이러스, 크게 이 세 가지다. 이 세 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 정치를 고치는 게 우리의 목표이자 목적이다. 첫째, 우리는 세금 도둑질하는 정치가 아닌 공공성 회복의 정치를 하려고 한다. 둘째, 진영 정치가 아닌 실용정치의 길을 갈 것이다. 셋째,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민생을 최우선으로 두겠다. 또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사법이 공정해야 한다. 우리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문제점, (2018년) 울산시장 부정선거 관련 청문회 도입,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 등을 지적했다. 또 공정 사회를 위해 로스쿨과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고 사법시험 부활도 추진할 것이다. 독일은 30년 동안 지속했던 로스쿨을 폐지했다. 취지는 좋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로스쿨과 의전원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 ‘기회의 사다리’를 모조리 차단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나마 의전원은 전국적으로 몇 군데 안 남았지만, 로스쿨은 다르다. 민주당 의원들의 자녀들이 꽤 많이 로스쿨에 갔다고 하더라. 이래저래 우리나라 상황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 생각한다. 우리는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 이 세 가지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시행 계획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

“김경율·진중권 사회 운동가로 남을 듯”

동그라미재단 (구 안철수재단)은 지난해 9월 30일 독일 바이로이트대에서 미래 세대의 인공지능(AI) 습득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현한 인공지능 기반 교육프로그램 ‘러닝 5.0’을 개발했다. / 사진:동그라미재단

동그라미재단 (구 안철수재단)은 지난해 9월 30일 독일 바이로이트대에서 미래 세대의 인공지능(AI) 습득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현한 인공지능 기반 교육프로그램 ‘러닝 5.0’을 개발했다. / 사진:동그라미재단

거대 양당 틈바구니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이길 건가?

“선거까지 60일밖에 안 남았다. 앞서 말한 베를린 장벽 앞에서 정과 망치를 들었던 사람들의 심정으로 밤새 두드릴 것이다. 60일이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 가장 큰 현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다행히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총선 때도 3월부터 국민의당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더 낮은 자세로 우리의 지향점과 진심을 전달하면 지지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월 귀국 후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었다. 어떤 의미인가?

“(외국에 체류할 때) 한국 뉴스를 잘 보지 않았다. 현실 정치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현역 의원들이 의견을 물어올 때도 ‘미안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떠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접하는 정보에 한계가 있으니 판단이 부정확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나는 의사, IT업계 CEO, 교수를 거쳐 정치인이 됐다. 이전 분야에서 새로운 분야로 옮긴다는 건 맨땅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지나고 나면 원래 그쪽 분야 사람처럼 돼 있더라. 김경율 회계사를 보면서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넘어갈 때 밑바닥에서 새로 시작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김 회계사는) 평생 함께하던 진보 인사들과 척진 게 아닌가.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고, 용기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은 아니었지만(1월 21일) 1시간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공감할 게 많았다. 참여연대는 왜 잘못된 일에 대해 너그러운지 등을 물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조국은 적폐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고 직격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친정부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던 참여연대 핵심 관계자가 조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것이다. 이후 참여연대가 김 전 위원장의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정하자 그는 자진사퇴했다.

2월 9일 창당 발기인 대회 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도 함께했다. 진 교수와 손을 잡는 건지.

“김경율·진중권, 두 분 다 현실 정치에 들어가기보다는 사회운동가로서 객관적으로 잘못된 걸 비판하는 게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분들이다. 창당 발기인 대회 때 누군가가 진전 교수에게 ‘과거 진 전 교수는 드루킹과 민주당은 관련이 없다고 발언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 그때 진 전 교수는 ‘내가 틀렸다’며 솔직하게 사과하더라. 그런 모습에 깊이 감명받았다. 진정한 민주주의자처럼 보였다. 민주 시민의 가장 중요한 소양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줄 아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진 전 전 교수가 공개석상에서 보여준 것이다.”

2018년 드루킹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안 위원장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여론조작 게이트’라고 비판했다. 지금도 같은 입장인가?

“얼마 전 대법원 판결(드루킹 징역 3년)이 나오지 않았나. 다 밝혀진 것이다. 남은 건 누가 지시했냐는 것인데 그건 현재 진행형이다. 독일에 있을 때 지한파(知韓派) 지식인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독일은 미국과 달리 평생 친구만 집으로 초대한다. 식사 중 그분이 ‘정치는 국민 이익을 위해서 투쟁하는 것인데 한국은 반대 같다. 정치인들의 이익이 먼저고, 그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국민이 투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우리 국민 90%가 네이버라는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데 많이 본 뉴스의 대부분을 대상으로, 그 뉴스의 댓글 중 상위 댓글을 조작한 사건이 드루킹 사건이다. 2017년 1월만 해도 ‘네이버는 안철수가 장악했다’는 말이 민주당에서 나왔다. 그런데 얼마 후 나에 대한 반응이 갑자기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물증은 없었지만 ‘이건 사람이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로 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당시 대선 후보 5명 중 컴퓨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걸 안 했다.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방향만 잡을 수 있다면…”

제2의 드루킹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딥 페이크(Deep Fake)다. 지금까지는 가짜 영상이나 음성을 판별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1~2년 새 AI(인공지능)가 발달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일 직전 나에 대한 딥 페이크 영상이 퍼진다면 수습할 시간이 없다. 스포츠에서는 도핑테스트를 통해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엄격히 가려낸다. 금메달리스트라고 엄히 처벌하고, 순위 밖 선수라고 관대한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라면 누구든 자격정치 조처가 내려진다. 하물며 국가 운명을 바꾸는 선거에서 여론을 조작한 데 대해 관대해서 되겠는가.”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이 다 돼간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통령이 가진 최고의 권한은 하나다. 5000만 국민 중 최고 전문가를 공익적인 목적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국가 발전, 국민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 정부는 무능·무정의·무민주주의 3무(無) 정부의 민낯을 드러냈다.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불공정 사례가 조국 하나뿐이겠는가. 이 정부 사람들이 민주화 세력일진 몰라도 민주주의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돌아온 안철수와 이전의 안철수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같은 점이라면 8년간 일관됐다는 거다.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실용적 중도, 실용정치의 길을 걸어왔다. 나는 개인 이익에 따라 신념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도 알아주실 거라 믿는다. 그리고 난 부패하지 않았다. 나를 지지하는 분이든 아니든 그 점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돌아온 안철수가 달라진 점이라면 이전보다 더 간절해지고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각오를 밝혀 달라.

“얼마 전 유튜브에서 ‘안철수의 3대 예언’이라는 동영상을 우연히 본 적 있다. 요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가 될 것이다 ▷5년 내내 국민이 반반으로 갈려 싸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를 준비하지 못해 뒤처질 것이다’였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방향만 잡을 수 있다면 나 하나는 어떻게 돼도 좋다. 진심을 1%라도 전달하기 위해 이번 총선 불출마도 선언한 것이다. 돌아온 안철수는 이전의 안철수보다 훨씬 더 간절해졌다. 간절해졌다는 건 우리나라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저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실망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일로 평가받고 싶다. 편견 없이 봐주시라는 말씀을 간곡히 드린다.”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지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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