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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확진자는 2차 감염자" 신천지 내 수퍼전파자 따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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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와 관련, 방역당국이 31번 환자(61·여)가 2차 감염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신천지대구교회 내에 31번 환자가 아닌 다른 수퍼전파자(다수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자)가 존재한다는 추정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82명이다. 이들 중 대구·경북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를 포함해 신천지대구교회 교인이 38명이다. 31번 환자가 입원했던 한방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왔다. 이때문에 그동안 31번 환자가 신천지대구교회 내 수퍼전파자일 것이란 추측이 우세했다.

한 신천지교회의 예배 모습 [중앙포토]

한 신천지교회의 예배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신천지대구교회 확진자의 발병일 등을 감안할때 다른 수퍼전파자가 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는 것이 당국의 추론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1번 환자의 발병일을 지난 7일 아니면 지난 10일 정도로 보고 있다"며 "전체 신천지 관련 사례들의 발병일로 유행 곡선을 그려보면 지난 7일, 8일, 9일에 일부 환자가 있다. 그리고 지난 15, 16, 17일에 굉장히 큰 피크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환자를 초반 환자로 보기는 어렵다. 유사 시기에 발병한 몇 명의 환자가 더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들이 어딘가에서 공동 폭로(감염원에 노출되는 것)가 됐고, 이 사람들이 또 지난 9일과 16일 예배를 통해 2차 증폭이나 2차 감염이 일어났다고 가정을 가지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31번 환자가 주도적인 감염원이었는지 아니면 이 사람을 누군가가 또 감염시켰는지에 대한 추적조사를 하고 있지만, 현재 판단으로는 31번 환자도 2차 감염자일 가능성에 무게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 사이에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정 본부장은 "전파력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에 비해 재생산지수(R0·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추가 환자 수) 값이 2~3으로 상당히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유증상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경증으로 인지하고 예배를 보러 가고, 밀집한 예배장의 환경과 그런 공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같이 예배를 보는 환경적 요건에 노출된 상황에서 초기에 감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의 특성 자체가 전염력을 높이는 작용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진 환자 다닌 신천지 대구교회  (대구=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9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의 모습.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최근 이 교회를 방문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2020.2.19  psykims@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로나 확진 환자 다닌 신천지 대구교회 (대구=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9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의 모습.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최근 이 교회를 방문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2020.2.19 psykims@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방역당국은 전날 교회 내에서 ‘슈퍼 전파’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정 본부장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구의) 교회는 상당히 밀집된 환경 속에서 예배를 봤기 때문에 밀접접촉이 많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1번 환자를 포함해 (14명이) 교회와 관련돼 발생한 만큼 슈퍼 전파 사건이 있었다고 본다”며 “다만 누가 감염원이고 어떤 감염 경로로 확산됐는지는 조사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교회 등을 통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교회의 경우 슈퍼 전파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교회 내에서 접촉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교회는 싱가포르에서도 환자가 대거 나왔던 클러스터(무리)다. 이러한 감염 클러스터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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