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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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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참 진(眞)’을 발음할 때 악센트를 줘서 의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풀이하면 ‘진짜×진짜’와 같은 말로, 요즘 인터넷에선 ‘찐 케미’ ‘찐 연기’ ‘찐 맛집’ ‘찐 팬’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재들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는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는 말이 있다.

가짜와 가품이 만연한 시대.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진짜(real)의 진정성은 더 필요한 가치일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그들에게 진짜와 허구의 경계는 명확할까. 수십만의 팔로워가 내 말 한마디에 하트와 돈을 아낌없이 날리며 열광하지만, 이들은 언제든 버튼 하나로 끊길 수 있는 가짜 팬(친구)들이다.

양준일 책 ‘메이비’ 커버

양준일 책 ‘메이비’ 커버

지난 14일 가수 양준일이 사진 에세이 책 『양준일 MAYBE-너와 나의 암호말』(사진)을 냈다. 외로움·경험·가난·겸손·불안 등 자신의 삶을 둘러싼 여러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솔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는데, 그중 눈에 띈 건 ‘아이스크림’이라는 키워드였다. “20년 가까이 함께한 나의 팬이자 친구.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그에게 내가 붙여준 별명이다. 힘들 때 내가 해 준 말이 도움이 되었다는 아이스크림이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고 했고, 두말없이 ‘OK’ 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는 책의 판권 ‘글 양준일·아이스크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양준일에게는 ‘돌아온 시간 여행자’라는 수식어가 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우리 곁에 돌아온 가수. 아이스크림이라는 팬은 그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이 양준일을 좋아하고 응원해준 사람이다. 화려한 무대 위 스타일 때도, 미국 어느 식당의 종업원일 때도 언제나 양준일을 “오빠”라고 부르며 따뜻한 안부를 물었던 진짜 팬.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찐’의 진정성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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