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아 재수감됐다. 지난해 3월 6일 보석으로 석방된 지 350일 만이다.
징역 17년…1심보다 2년 늘어 #MB, 지지자에 “고생했어 갈게”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총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57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량은 1심의 15년보다 2년이 늘었다. 검찰이 삼성 미국법인 계좌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검프로 건너간 소송비 대납액 430만 달러(약 50억여원)를 추가로 기소했고 재판부가 이 중 27억원을 뇌물로 인정하면서다. 이로써 검찰이 삼성 뇌물로 기소한 119억원 중 89억원이 뇌물로 인정됐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건넨 뇌물 19억원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 청탁이 전달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약 2억원만 인정했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인정된 뇌물액은 전체적으로 10억원이 증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비자금·허위급여 및 승용차 구입대금, 법인카드 사용액 등으로 총 252억원을 횡령했다고 봤다. 1심이 허위급여와 승용차 구입대금 부분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봐 유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던 것과 다른 판단이다. 1심 때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실질적 소유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회삿돈 횡령을 인정함에 따라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선고가 끝난 뒤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허공을 응시했다. 변호인들도 원통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거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10여 분간 멍하니 앉아 있던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2년이 더 나왔네”라고 말했다. 이어 미소를 띤 채 “고생했어, 갈게”라며 구치감으로 들어섰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