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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빠진 민주당의 ‘나경원 대항마’ 찾기…동작을 주인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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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나경원 대항마’ 찾기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동작을 등 8개 지역을 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역에서 경합하던 허영일 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보좌관은 지난 17일 “지도부의 고뇌를 인정한다”며 전략공천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강희용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같은 날 재심을 신청했다. 민주당은 19일 재심위원회(위원장 김태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동작을은 지난해 말 총선기획단이 발족할 즈음부터 종로, 광진을과 더불어 민주당이 꼽는 서울 3대 승부처 중 하나였다.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의 전 원내대표로서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의 ‘적장’이었던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선 이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철희 의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이수진 전 판사,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 등 6~7개의 전략공천 카드가 거론됐고 일부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 여론조사도 돌려봤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공천 콘셉트도 ‘여판사 출신(이수진) 대 여판사 출신(나경원)’ ‘문재인의 입(고민정) 대 패스트트랙의 얼굴(나경원)’ ‘경제전문가(이용우) 대 법률전문가(나경원)’ 등으로 표류했다.

강희용은 누구

강희용 민주당 동작을 예비후보가 길에서 만난 유권자들과 악수한 뒤 손 세정제를 뿌려주고 있다. [강희용 캠프 제공]

강희용 민주당 동작을 예비후보가 길에서 만난 유권자들과 악수한 뒤 손 세정제를 뿌려주고 있다. [강희용 캠프 제공]

강 위원장은 2004년 전병헌 전 의원(동작갑)의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동작구에서 서울시의원(2010년~2014년)을 지내 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의정 경험과 지역연고가 있다고 볼만한 이력이다. 이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과 추미애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등을 거치며 당명 개정(더불어민주당)과 50년사 편찬 등을 기획하는 등의 공로로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에게 표창을 받는 등 4명의 당 대표로부터 5번의 표창을 받아 당 기여도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지녀 전문성을 갖춘 데다 1970년생(만 48세)이어서 ‘포스트 86그룹’에 속해 세대교체 카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가 나 의원에 비해 인지도와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본다. “동작을은 이미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지역구가 돼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한 수도권 초선 의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 필패와 카드 부재

중앙대ㆍ숭실대 등 대학이 있고 서울 평균에 비해 2030 세대 비율이 높은 동작을은 민주당에겐 “밭이 좋은 지역”(민주당 핵심당직자)이다. 2004년 이계안 후보가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밭’은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보수진영이 거물 공천을 시작한 18대 총선 이후 민주당은 4번 연속 패했다. 무리한 전략공천이 최근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금도 되새김질 되고 있다. 2014년 재보궐 선거 당시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현 민주당 의원)의 전략공천 수락연설 때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강하게 항의하며 아수라장이 된 사건은 동작구 민주당 지지층에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민주당을 더욱 망설이게 만드는 건 강 위원장을 대체할 카드의 경쟁력에 확신이 없어서다. 민주당은 애초 “신선한 영입 인재들을 지역 후보 경선에 투입해 드라마를 만들겠다”(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해찬 대표의 공천관리 기조가 ‘안정’으로 잡히면서 지역 기반이 없는 영입인사들의 경선 경쟁력에 회의론이 확산됐다. ‘하위 20%’ 명단 비공개 등 현역 기득권 방어에 유리한 결정들이 내려지면서 생긴 일이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경선 드라마로 인한 컨벤션 효과도 없이 무혈 입성한 신인들이 본선에서 나 의원을 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7월8일 동작을에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공천 수락연설을 하던 여의도 국회 정론관은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의 강한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2014년 7월8일 동작을에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공천 수락연설을 하던 여의도 국회 정론관은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의 강한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동작을 전략공천 재심의 쟁점은   

민주당 재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민주당 재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민주당이 공정성 논란 없이 강 위원장을 내치고 새 얼굴을 전략공천하려면 당규 13조가 정한 전략지역 선정기준 6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동작을은 ‘공천배제 대상자 포함 지역’(1호)도, 현역 의원의 불출마 지역(3호)도 아니어서 방법은 ‘해당 선거구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경우’(5호)라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도 “전략공천 추가 요청 지역들은 모두 평가에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이 확인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후보 측 관계자는 “누적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강 후보가 나 의원을 이긴다는 조사 결과가 더 많았다”며 “제3의 기관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등 해볼만한 승부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재심위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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