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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로리 덮치자 불길 치솟아···CCTV로 본 30여대 추돌 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고의 원인을 파악 중인 경찰이 연쇄 추돌의 시작점이 된 최초 접촉사고 운전자를 조사했다. 1차 접촉사고 직후 10여 대의 차량이 터널에 멈춰섰고 1만8000L의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 화물차가 덮치면서 참사로 번졌다.

사고원인 운전자 "차량 미끄러져 방향조절 불가능" #질산·곡물 화물차 주변으로 사망자 5명 집중 발견 #연쇄 추돌 '사매2터널 상행선'은 안전점검 뒤 개방

30여 대 연쇄 추돌 시작점은 군용 차량-25t 화물차 접촉사고 

전북지방경찰청은 18일 "최초 사고 원인제공 차량 운전자 A씨를 대상으로 사고 발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낮 12시 23분쯤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을 녹화한 CCTV 영상에는 장갑차를 실은 군용 차량과 25t 화물차의 접촉사고가 기록됐다.

25t 차량의 앞부분이 앞선 군용 차량에 올라탄 상태로 약 10초 동안 끌려가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두 차량이 멈춰선 뒤 뒤따르던 차량들도 급히 멈춰섰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트럭과 승용차들이 접촉사고를 내면서 뒤섞였다.

이후 속도를 줄이지 못한 질산 탱크로리 화물차가 터널 내부 결빙구간에서 미끄러져 옆으로 전도되면서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 이후 PVC 수송 화물차와 곡물 수송 화물차끼리 사고가 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25t 화물차 운전자 "속도 줄이려 했지만 불가능"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연쇄추돌 사고현장에서 현장감식 조사관들이 곡물 수송 화물차량 아래를 살펴보고 있다. 남원-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연쇄추돌 사고현장에서 현장감식 조사관들이 곡물 수송 화물차량 아래를 살펴보고 있다. 남원-프리랜서 장정필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서가던 군용차량이 감속해 엔진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려 했지만,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군용 차량에 실린 차량 위로 올라탔다"며 "끌려가다가 차량이 이탈된 뒤 방향조절이 불가능해 멈춰섰다"고 진술했다.

전북 남원지역은 지난 16일 오후 8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17일 오후까지 최대 8.7㎝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사고가 있던 지난 17일 대설특보에 강풍까지 겹쳐 터널 안 도로가 결빙돼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CTV 영상에서도 터널로 진입한 차량들이 제대로 감속하지 못한 채 미끄러지는 모습이 확인된다.

경찰은 연쇄 추돌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폭설로 인한 도로 결빙을 포함해 사고 운전자의 안전운전 여부, 전방주시 태만, 과속 등을 폭넓게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질산·곡물 화물차 주변에 사망자 집중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화물차가 견인되고 있다. 남원-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화물차가 견인되고 있다. 남원-프리랜서 장정필

17일 낮 12시 23분쯤 연쇄 추돌 뒤 약 2시간 만인 오후 2시 47분께 발견된 첫 사망자는 곡물 운반 차량 운전자 박모(58)씨로 플라스틱 소재 원료를 실은 탱크로리 차량을 들이받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병원 이송 후 목숨을 잃었다.

이어 이날 오후 4시쯤 질산 탱크로리 화물차 운전자 김모(44)씨가 자신의 차량 뼈대 인근에서 발견됐다. 세 번째 사망자는 이날 오후 7시 50분쯤 질산 탱크로리 밑에 깔린 차량에서 확인됐다. 18일 오전 1시 10분쯤 네 번째로 발견된 사망자는 질산 탱크로리와 곡물 차량 사이에서 발견됐다. 마지막 사망자는 18일 오후 2시 15분께 곡물 운반 차량 밑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충격이 심했던 질산 탱크로리 화물차와 화재가 발생한 곡물 수송 화물차 인근에 사망자가 집중된 점을 두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이다. 5명의 사망자 중 3명은 화재로 인한 시신 훼손이 심해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연쇄 추돌 사매2터널도 안전점검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화물차가 견인되고 있다. 남원-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화물차가 견인되고 있다. 남원-프리랜서 장정필

30여 대 연쇄 추돌로 화재가 발생한 사매2터널 상행선은 현재 통행이 제한된 채 안전진단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매2터널 상행선 내부에는 화재로 인한 차량과 화물 잔해들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의 점검 결과를 확인해야 하고 사고 충격으로 파손된 터널 조명 보수 등까지 포함해 통행 정상화가 되려면 2~4주의 시간이 예상된다. 사고가 나지 않은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2터널 하행선은 지난 17일부터 통행이 제한됐지만 18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개방돼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

남원=최종권·진창일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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