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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검찰 모범적" 추미애 발언, 현직 평검사가 조목조목 반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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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모범적이라며 들었던 일본 검찰의 사례를 현직 평검사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본 검찰이 무죄율이 낮은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기소하는 탓이고, 이로 인해 검찰 권한이 비대해지는 등 되레 부작용만 커졌다는 것이다.

현직 검사가 秋 팩트체크 해보니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1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최근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기소 이후 무죄율이 높아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 등이 있어 팩트체크를 한번 해봤다”고 운을 뗐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검사의 무리한 기소를 방지하기 위해 검찰 내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 검찰을 모범 사례로 들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무죄율이 낮은데,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통제하는 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무죄율이 만능 아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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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검사에 따르면 우선 우리나라 무죄율은 0.58%, 일본은 0.14%(2015년 1심 전체 사건 기준)로 일본이 우리보다 무죄율이 낮다는 추 장관의 설명은 맞다. 그러나 해석은 전혀 달랐다. ‘무죄율’이 검찰의 성과를 방증하는 통계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차 검사는 일본의 무죄율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극도로 낮다고 짚었다. 미국의 무죄율(2009년)은 9.6%, 프랑스(2009년)는 9.7%, 독일(2011년)은 23.5%인데 일본만 0%대로 동떨어진 수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차 검사는 “유학 시절 각국 법조인과 만나 자랑스러운 마음에 우리나라 검찰의 무죄율이 1%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며 “그 자리에 있던 미국·유럽 등 다른 법조인들은 ‘대단하다’는 반응은커녕 뭔가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표정을 비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日 낮은 무죄율 원인…‘정밀사법’

차 검사는 그 원인을 “이른바 ‘정밀(精密) 사법’이라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검찰은 확신이 서지 않으면 기소를 하지 않는 정밀사법을 추구한 결과 합리적 의심이 드는 단계를 초월해 100% 확신이 아니면 기소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기소유예(피의사실은 인정되나 검사 재량으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가 전체 사건처리 비율의 65%에 이르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게 차 검사 설명이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전체 사건 대비 기소유예 처분 비율이 우리나라는 19%였으나 일본은 그 3배가 넘는 64%에 달한다.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중앙합동청사 제6호관에 있는 일본 검찰청 건물 [연합뉴스]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중앙합동청사 제6호관에 있는 일본 검찰청 건물 [연합뉴스]

소극적 기소로 검찰권 확대됐다?

차 검사는 “일본의 이러한 소극적 기소 관행은 법원을 ‘유죄확인 장소’로 만든다는 비판을 야기했다”며 “오히려 검찰의 과도한 재량권 행사, 사법부의 역할 약화에 대한 지적이 생겨 이를 통제하기 위한 준기소절차, 검찰심사회 등을 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 검사는 “형의 유무를 검찰이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관념하에, 법원의 판단 기회를 쉽사리 부여하지 않고 있는 일본 검찰의 현실이 우리 검찰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적었다.

차 검사는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아들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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