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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싫다, 부산으로 바꿔달라" 원전 4기 있는 서생면의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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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중앙포토]

간절곶. [중앙포토]

한반도 내륙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간절곶이 있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지난해 말 기준 인구 8531명이 사는 이 지역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중심으로 서생면을 부산 기장군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신고리 원전 있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부산 기장군으로 행정구역 변경" 요구 #주민들 "원전 세수 막대한 데도 홀대" #주변 지역에 비해 개발 이뤄지지 않아

서생면 이장단협의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서생면의 행정 구역 변경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올리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서생면 농업인대책위원회 정기총회가 열려 기타 안건으로 이 문제를 상정해 공론화하기도 했다. 기장군 편입 움직임이 전체 주민으로 확산하면서 주민자치위원회와 체육회·청년회·여성단체협의회 등 총 26개 단체가 소속돼 있는 서생면단체협의회는 조만간 전문기관에 의뢰해 주민 대상 여론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생면 농업인대책위원회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장군 편입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나왔고, 올해 1월부터 본격화됐다”며 “서생면에 원전이 있어 막대한 세수를 불러오는데도 그동안 울주군에서 서생면을 너무 홀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재 서생면에는 2007년 9월부터 착공해 2016년 준공한 신고리 원전 3호기와 지난해 8월 준공한 4호기가 있고, 5·6호기가 추가 증설되고 있다. 올해 원전으로 인한 울주군의 세수는 약 213억원이다.

신고리 3·4호기의 전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3·4호기의 전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하지만 주민들은 “서생면에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인구가 많은 주변 지역만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생면에 들어설 예정이던 영어마을은 사실상 중단돼 부지가 방치돼 있으며, 재래시장 개선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진하해수욕장도 공영주차장 부족 문제로 관광객의 발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울주군의 다른 지역인 범서읍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며, 언양읍에는 전시컨벤션센터와 복합특화단지 등 KTX역세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박모(74) 이장단협의회 부회장은 “기장군은 원자력병원 등 의료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노인복지도 울주군보다 잘 돼 있다”며 “원전으로 서생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 지원금은 언양이나 범서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가져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생면 주민들은 기장군 편입의 또 다른 이유로 행정 관리상의 편의를 들었다. 서생면 농업인대책위원회 측은 “고리원전과 신고리원전이 울산과 부산에 걸쳐 위치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2개 광역시와 2개 군을 각각 관리해야 하는데 서생면을 기장군에 편입시키면 1개 군만 관리하면 되니 행정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서생면의 기장군 편입 가능성 어느 정도일까. 울주군에 따르면 서생면이 기장군에 편입되려면 현행법상 투표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 우선 지방자치법에 따라 울주군의회·울산시의회·부산시의회·기장군의회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의견을 묻지 않으면 주민투표법에 따라 투표를 해야 하는데, 서생면 주민뿐만 아니라 울주군 전체 주민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투표하려면 울주군 내 만 19세 이상 총인구수 중 10%인 1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어야 투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을 바꾸는 게 대단히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울주군은 곧 서생면 지역 개발에 나서겠다고 한다. 울주군 관계자는 “간절곶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해양종합관광사업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원전지원금 등을 활용해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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