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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혈당 조절엔 지중해식, 체중 감량엔 플렉시테리언 식단 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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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내가 먹은 음식이 곧 나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강은 매 끼니 정성스럽게 차려지는 식탁에서 시작한다.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신체 건강, 영양 상태가 달라진다. 건강한 성인이 1년 동안 먹는 음식의 양은 무려 1t이 넘는다. 나쁜 식습관은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생활습관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제대로 잘 먹는 건강 식단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다.

내 몸에 맞는 건강한 식탁

건강 식단의 핵심은 균형 잡힌 영양소 공급이다. 여기에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우면서 건강관리에도 긍정적이어야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2020년 최고의 식단 1위로 지중해식 식단을 꼽았다. 2위는 저염식 위주의 대시(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 3위는 채식을 중심으로 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단이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식단을 바꾸면 병든 몸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식단 반영한 우리 가정식

지중해식 식단. 누가 :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고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  특징 : 탄수화물 균형 맞추기. 어떻게 : 밥을 지을 때 현미의 비율을 높이고, 소·돼지보다는 생선 먹기. 주의점 : 처음부터 무리하게 100% 현미밥에 도전하지 않기

지중해식 식단. 누가 :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고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 특징 : 탄수화물 균형 맞추기. 어떻게 : 밥을 지을 때 현미의 비율을 높이고, 소·돼지보다는 생선 먹기. 주의점 : 처음부터 무리하게 100% 현미밥에 도전하지 않기

식단은 특정 음식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를 분석한 식습관 패턴이다. 따라서 한두 번 따라 한다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장기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식단마다 강조하는 건강 효과도 조금씩 다르다.

 ‘지중해식 식단’은 탄수화물의 균형을 맞춰 주는 데 효과적이다. 알곡을 완전히 도정하지 않아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귀리·보리 등 통곡물을 주식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여기에 오메가3 등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한 올리브오일을 곁들인 채소·과일 샐러드를 끼니 때마다 먹는다. 단백질은 주로 고등어·연어·참치 등 주2회 먹는 해산물로 채운다. 소·돼지 등 붉은 고기는 월 2~3회 정도 먹는다. 이런 방식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을 5:2:3으로 영양소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는 당뇨병·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하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은 전체 식단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65%로 높은 편이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을수록 체내 소화·흡수 속도가 빨라 혈당 변동 폭이 커진다. 만일 하얀 쌀밥을 밥그릇 가득 먹어야 배가 부르다면 지중해식 식단으로 탄수화물 비중을 낮추는 것이 좋다. 강동경희대병원 영양팀 이혜옥 파트장은 “거친 통곡물은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것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식단의 다양한 건강 효과를 확인한 연구도 다수다.

 지중해식 식단은 한국적으로 바꿔도 건강 효과가 그대로다. 밥을 지을 때 잡곡을 섞고, 채소로 만든 겉절이·나물 반찬을 더 먹는다. 나물을 무칠 때 쓰는 참기름·들기름에도 올리브오일과 마찬가지로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다. 해산물은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굽거나 쪄 먹으면 된다.

나트륨 많이 든 외식·간편식 피하기

저염식 식단. 누가 : 혈관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람. 특징 : 소금 섭취량 줄이기. 어떻게 : 외식보다는 집밥을, 국물 요리는 건더기 중심으로 먹기. 주의점 : 김치·젓갈·장아찌 같은 염장 음식 빼고 골고루 먹기.

저염식 식단. 누가 : 혈관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람. 특징 : 소금 섭취량 줄이기. 어떻게 : 외식보다는 집밥을, 국물 요리는 건더기 중심으로 먹기. 주의점 : 김치·젓갈·장아찌 같은 염장 음식 빼고 골고루 먹기.

소금 섭취량을 최소화한 ‘저염식 식단’은 특히 심혈관 건강관리에 좋다. 소금 속 나트륨은 혈압을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을 활성화한다. 짭짤한 음식을 즐길수록 혈관 벽이 수축해 혈압이 슬금슬금 올라간다. 덩달아 협심증·동맥경화증 같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저염식 식단은 혈압을 직접 높이는 나트륨을 덜 사용한 요리나 식품을 먹는 식습관이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양팀 이송미 팀장은 “한국인은 나트륨 섭취량이 400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염식 식단을 1개월 동안 실천했더니 수축기 혈압이 10㎜Hg, 이완기 혈압은 4㎜Hg 정도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저염식 식단의 시작은 외식·간편식 피하기다. 집에서 직접 조리하지 않은 배달·포장한 음식이나 가정 간편식, 편의점 도시락은 소금을 많이 사용한다. 외식 빈도가 잦을수록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난다. 집에서 조리한다면 식재료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천연 조미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소금은 물에 잘 녹는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국·찌개·전골 요리를 먹을 땐 건더기 중심으로 먹으면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식 중심 식단. 누가 : 빠르게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사람. 특징 : 유연하게 채식하기. 어떻게 : 평소엔 과일·채소를 먹고, 가끔 고기·생선도 먹어주기. 주의점 : 허기가 진다고 감자·고구마 같은 탄수화물 식품으로 배를 채우지 않기.

채식 중심 식단. 누가 : 빠르게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사람. 특징 : 유연하게 채식하기. 어떻게 : 평소엔 과일·채소를 먹고, 가끔 고기·생선도 먹어주기. 주의점 : 허기가 진다고 감자·고구마 같은 탄수화물 식품으로 배를 채우지 않기.

 신선한 채소·과일을 즐기는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도 많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고기는 물론 생선·계란·우유까지 멀리하는 완전 채식은 편식이다. 체력·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이 부족해진다. 이를 보완한 것이 유연한 채식, 즉 ‘플렉시테리언 식단’이다. 기본적으로 채식을 중심으로 먹지만 모임·회식 등 채식을 고집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고기·생선도 허용한다. 육식을 자제하는 사찰 음식과 비슷하다. 석가모니도 발우로 시주받은 음식은 고기라도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을 권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채식 식단으로 인해 나타나는 영양 결핍을 막으면서 건강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식 중심 식단은 체중 감량 효과가 우수하다. 채소·과일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주고 유익균을 늘려 장내 환경을 긍정적으로 개선한다.

 건강한 채식을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첫째, 푸른 잎 채소만 고집하지 않는다. 현미·고구마·두부·표고버섯·견과류 등 주요 영양 성분을 고려해 식단을 구성한다. 둘째, 체내 영양소 흡수율이 높은 조리법으로 요리한다. 채소를 날것으로 씹어 먹으면 흡수율이 5~10%에 불과하다. 삶거나 데쳐 먹으면 체내 흡수율을 90%까지 높일 수 있다. 셋째, 색이 선명한 채소·과일을 골고루 먹는다. 식물은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빨강·노랑·초록·보라·하양 등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색이 진한 채소·과일을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먹는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건강 식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트륨 줄이려면 김치 양념 덜어내고 씻어 먹는다? 

저염식은 양념이 없는 식사가 아니다. 저염식이라고 나트륨 함량이 적은 고춧가루나 마늘·식초 같은 양념까지 제한하지는 않는다. 김치는 배추를 소금에 푹 절여 만든다. 붉은 김치를 물에 씻어도 양념만 없앨 뿐 배추 속 염분은 거의 변화가 없다. 결국 맛없는 김치만 먹을 뿐이다. 김장할 때부터 저염식으로 만들고, 먹는 양을 줄인다.

백미·밀가루를 많이 먹으면 혈당이 높아진다? 

백미로 지은 흰 쌀밥이나 분말 상태인 밀가루는 겉껍질만 벗겨낸 현미·통밀보다 체내 소화·흡수가 쉽다. 혈당이 더 빨리, 더 많이 올라 비만·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다. 식감이 거칠어 먹기 힘들다면 통곡물 배합 비율을 조금씩 늘려 익숙해지도록 한다.

다이어트 시 고기 끊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다? 

채식만으로는 단백질 섭취가 어려워 쉽게 허기진다. 빵·떡 같은 고탄수화물 간식으로 배를 채우다가 살이 찔 수 있다. 고기로 단백질 섭취 비율을 맞춰야 한다. 살이 찔까 걱정된다면 갈치·가자미 같은 흰 살 생산이나 닭가슴살, 소·돼지의 안심·뒷다릿살 부위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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