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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구리, '방랑자의 꾸러미', '미스터 리'…세계의 라면열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22)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면서 영화속에 소개됐던 짜파구리도 덩달아 인기다. 한국의 연간 1인당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은 70개가 훌쩍 넘어 부동의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 [사진 농심]

농심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 [사진 농심]

우리나라는 식량자급율이 낮은 편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도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이다 보니 간단하게 가성비 좋은 한끼 식사로 라면은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음식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라면이 맛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인기 많은 라면을 한국에서는 다양하게 응용해 먹는 문화가 생겼다. 라면은 각종 찌개나 전골의 사리로 사용하기도 하고, 각종 야채와 해산물을 넣어 해장라면으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사진 농심, 중앙포토]

[사진 농심, 중앙포토]

미국 : 쇠고기, 새우, 야채와 같은 다양한 맛들이 있지만 미국인은 닭고기 맛을 가장 좋아한다. 미국인은 국수를 휘젓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수는 짧게 자르고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하여 먹는다. 전자레인지가 널리 보급되면서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할 수 있는 라면 제품이 많이 팔린다.

멕시코 : 멕시코 사람은 살사 소스, 칠리 소스, 라임과 함께 국수를 먹는다. 새우, 쇠고기, 닭고기, 치즈 맛이 인기 있다. 멕시코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을 끓인 후 건져서 소스와 라임 등을 가볍게 뿌려 먹는다.

노르웨이 : 한국계 노르웨이인 사업가 이철호에 의해 라면이 전해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스터 리(Mr. Lee)’라는 브랜드로 한국에서 OEM 생산해 노르웨이로 수입 판매했다. 최근 노르웨이 라면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 대표 라면 브랜드이다.

맵고 짠 한국 라면의 수프를 개선하여 순하고 부드러운 북유럽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수프를 개발하여 만든 노르웨이 대표 라면. [사진 Flickr]

맵고 짠 한국 라면의 수프를 개선하여 순하고 부드러운 북유럽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수프를 개발하여 만든 노르웨이 대표 라면. [사진 Flickr]

브라질 : 브라질 사람은 강한 소금 맛과 국물 없는 라면을 선호하는 편이다. 치킨 맛 국물이 있는 라면이 인기가 좋다. 쇠고기, 토마토, 치즈, 베이컨 맛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브라질 사람도 크림수프를 좋아하고 면의 질감은 파스타와 비슷한 것을 선호한다.

러시아 : 치킨 수프는 가장 인기 있는 맛이다. 인스턴트 라면을 야외나 바비큐파티 또는 대륙을 횡단하면서 잠자는 기차에서도 먹는다. 이것은 러시아만의 독특한 라면 문화다. 종종 휴대용으로 라면을 반찬으로 먹거나, 컵에 담긴 국물에 으깨어 맛있게 먹기도 한다. 러시아인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요네즈를 곁들인 컵라면을 즐겨 먹는다. 라면은 러시아 속어로 ‘봄쉬 파 켓(러시아어: Бомж-пакет)’이라고 하는데, ‘방랑자의 꾸러미(tramp's bundle)’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팔도도시락 라면이 국민라면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독일 : 가장 흔한 라면 수프는 닭고기, 쇠고기, 새우 맛이다. 토마토 베이스의 매콤한 맛을 좋아한다. 독일에는 국수를 쓱쓱 들어올려 먹는 풍습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수는 짧게 썰어 숟가락과 포크를 이용해 먹는다. 독일의 라멘은 소수 민족의 음식으로 치부돼 전문 가게에서만 팔렸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독일 전역 슈퍼마켓 즉석 음식 코너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제품으로 네슬레의 ‘마기(maggi)’가 있다. [사진 Nestle]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제품으로 네슬레의 ‘마기(maggi)’가 있다. [사진 Nestle]


나이지리아 : 나이지리아 사람에게 치킨 맛은 가장 흔하면서 친숙하다. 나이지리아 사람은 일반적으로 소량의 국수를 요리해 국물 없이 먹는다. 아이와 학생들은 라면을 좋아하고 아침식사로, 간식으로, 그리고 학교에서 점심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케냐 : 케냐인도 치킨 맛 수프를 가장 좋아한다. 아프리카에는 뜨거운 국물이 든 국수를 먹는 풍습이 없어 국물만 조금 넣어 끓여 먹거나 국물 없이 먹는 경우가 많다. 케냐인은 일반적으로 자루에 야채와 콩을 넣어 라면을 요리해 먹는다.

사우디아라비아 : 사우디는 수 세대에 걸쳐 동남아의 베이비시터나 가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라면을 가져와 현지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 때문에 할랄 인증을 받은 라면이 판매된다. 보통 라면을 박스 단위로 구입해서 먹는다.

인도 : 인도에서는 카레(마살라)와 치킨 맛이 가장 대중적이다. 대략 인도인 60%가 종교적 이유로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야채와 토마토로 만든 수프를 많이 먹는다. 보통은 국물이 적은 국수를 먹는다. 어린이를 위한 간식으로 ‘초타팩(Chota Packs)’이라는 소량의 국수포장제품이 잘 팔린다.

어린이를 위한 간식으로 ‘초타팩(Chota Packs)’ 형태의 소포장 라면. [사진 Nissin]

어린이를 위한 간식으로 ‘초타팩(Chota Packs)’ 형태의 소포장 라면. [사진 Nissin]

네팔 : 네팔에는 양념을 곁들인 갈색 면과 맛이 없는 흰 면 두 종류가 있다. 국수를 요리하지 않고 간식으로 먹는 것이 관례인 만큼 갈색 면발이 훨씬 인기가 높다. 닭고기와 채소를 기반으로 한 수프는 마살라나 고춧가루 같은 향신료를 넣은 맛이 인기가 있다.

태국 : 태국에서는 해산물 수프인 톰양꿍이나 돼지고기 맛이 가미된 수프가 인기 있다. 일반적으로 고추를 곁들인 매운 맛을 선호하고 다양한 쌀을 이용한 국수류를 이용하고 있다.

태국 톰양꿍 라면. [사진 Thai president foods]

태국 톰양꿍 라면. [사진 Thai president foods]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인은 카레와 톰 맛을 즐긴다. 미 고렝이라고 불리는 튀긴 국수는 널리 소비되고 있으며, 고추와 케첩 마니(단간장)가 인기 있는 맛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힌두교도가 포함된 다민족 집단으로 구성돼 있어 돼지고기와 쇠고기 맛은 널리 보급되지 않고 있다.

중국 : 쇠고기를 원료로 한 수프와 중국산 오향가루(페넬, 계피, 정향, 감귤 운시우 껍질, 별아니스로 만든 향료)로 만든 원조 중국 맛이 인기다. 밀가루 국수 외에 쌀 국수 면도 라면의 국수로 이용하고 있다. 중국인은 ‘튜브 면’이라고 불리는 큰 용기의 컵라면을 선호한다.

홍콩 : 해산물을 좋아하는 홍콩인은 새우나 생선 등 수프를 좋아하며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뼈대 등 다양한 종류의 수프도 라면수프로 이용하고 있다. 홍콩 사람은 보통 해산물이나 야채 토핑이 들어간 라면을 아침과 간식으로 먹는다.

홍콩 Nissin Cup Noodles. 해산물, 소고기, 돼기고기, 게, 우유·해산물, 새우, XO소스, 카레 해산물 후추 맛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고 면발이 얇고 부드러우며 자동판매기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많음. [사진 Nissin]

홍콩 Nissin Cup Noodles. 해산물, 소고기, 돼기고기, 게, 우유·해산물, 새우, XO소스, 카레 해산물 후추 맛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고 면발이 얇고 부드러우며 자동판매기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많음. [사진 Nissin]

베트남 : 새우와 각종 해산물을 혼합한 수프 맛이 가장 인기 있다. 베트남 사람은 탄력 있는 쫄깃한 면을 선호한다. 그들은 또한 요리된 라면에 양파, 레몬, 후추를 첨가해 먹는다. 밀가루 국수 외에도 베트남 특유의 쌀 국수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다. 대부분의 베트남인은 아침과 저녁으로 라면이나 쌀국수를 먹는다.

싱가포르 : 싱가포르는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 출신이 다수인 다민족 사회인 만큼 이들 3개 민족이 흔히 먹는 치킨과 카레 맛이 인기다. 또한 싱가포르의 특산품인 ‘락사 맛(Laksa Flavo)’ 라면도 인기가 많다. 싱가포르 사람은 저녁과 간식으로 라면을 즐겨 먹는다.

인도네시아 : ‘미 고렝’이라고 불리는 볶음면은 인도네시아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종류의 면이다. 고추 조미료를 넣은 야채, 닭고기, 새우 맛이 인기다. 인구의 대다수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품들은 할랄 제품이다.

인도네시아의 볶음면 미고렝은 간편하게 맛볼 수 있는 비빔면 형태로 전세계에서 맛있는 라면으로 손꼽히는 인기있는 라면이다. [사진 Indomie]

인도네시아의 볶음면 미고렝은 간편하게 맛볼 수 있는 비빔면 형태로 전세계에서 맛있는 라면으로 손꼽히는 인기있는 라면이다. [사진 Indomie]

필리핀 : 필리핀에서는 깔라만딘이라는 새콤한 과일 맛과 매운 고추를 맛볼 수 있는 튀김면이 유행하고 있다. 해물 맛 수프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다. 필리핀 사람은 간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작은 컵에 담긴 라면을 먹는 것도 인기가 있다.

대만 : 인기 있는 수프는 돼지고기 맛의 수프다. 중국과 홍콩에서 흔한 맛도 많지만 5가지 향의 파우더 아로마가 들어간 특색 있는 제품도 있다.

일본 : 일반적으로 일본 사람은 돼지고기 뼈, 닭고기 육수, 생선 육수 국물 맛을 간장의 조합으로 즐기는 편이다. 우동, 소바, 튀김면 등 일본산 면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국수는 국내 라면가게와 유명 레스토랑과 손잡고 개발한 국수, 건강을 의식하는 소비자를 위한 저칼로리 제품 등 다양하다.

세계 최대의 라면 수출국 한국
한국의 창의적 예술 감각은 인스턴트 라면을 창의적으로 요리해 먹게 했고, 급기야 짜파구리라는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켰다. 기생충이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을 휩쓴 것처럼 이제 한국의 라면을 통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창의적이고, 우수한 음식문화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를 기대해 본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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