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 생기부 좋은학생과 일반학생의 결정적 차이 3가지는?

중앙일보

입력 2020.02.16 07:00

2019학년도 생기부를 마무리하면서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시기다. 이때만 떠올리면 교사들은 마음 한쪽이 꽉 막힌 것처럼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교과 세부능력 특기 사항 등 한 명의 교사가 다수 아이의 특성을, 그것도 개별적으로 반영해서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탄탄한 기본기에 자기주도학습

'이걸 언제 끝내나' 싶은 마음으로 하나하나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하는 안쓰러움으로 바뀌곤 한다. 생기부에 기록된 항목들 뒤에는 각자의 열심, 열망, 초조함, 짜증, 분노, 하기 싫음, 미루고 싶음, 눈치 등이 뒤엉켜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표 하나 준비하려고 모둠별로 만난다고 하면, 우선 서로의 학원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만나서 아이디어 교환하고 임무 분배하면 몇 시간이 훌쩍, 힘든 역할을 서로 미루느라 감정을 소비하다가 파워포인트나 UCC라도 제작하려면 밤늦게까지 편집 작업을 해야 한다.

수업 별로 수행평가가 몇 개씩 겹쳐오기 일쑤인데, 생기부에 몇 줄 써넣으려면 자율 동아리에다가 봉사활동도 꾸준히 시간을 채워줘야 한다. 그 와중에 학원들은 학생들이 학원 몇 개를 다니는 건 알 바 없이, 각자 자기네 '빡센' 숙제를 제대로 해오라고 조여댄다. 쉬고 싶고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참견이 덜한 새벽에나마 폰을 붙잡고 거기에 마음을 놓는다. 멍한 느낌으로 수업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시험 기간이 눈앞이라 마음이 급해진다. 생기부를 몇천 바이트로 기록한다 한들, 아이들의 이런 심정을 담아내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생기부를 살펴보면서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좋은 흐름 속에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확연하게 구분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필요한 분량을 채우고도 넘쳐서, 전공 적합성 맞는 기록만 골라야 할 정도로 교내 활동이 많다. 반면 후자는 평소에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정작 생기부를 기록하려고 보면 교내 대회나 활동 등에 기록해 줄 내용이 한참 부족하다.

물론 그만큼 과중한 부담이 요구되는 학습 환경 때문이지만, 어쨌거나 그 때문에 각자의 격차가 더 크게 드러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흐름이란, 1)  학습 기본기를 갖추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진행하며, 2) 독서량과 컴퓨터 등의 도구 활용 능력이 갖춰지고 3) 진로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학생을 말한다. 1)이 잘 되어 있으면 학원 수업에 들어갈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또는 필요한 부분만 학원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학습 대비 효율성이 높아진다. 2)가 잘 되어 있으면 수행평가, 교내 대회 및 활동에 시간 대비 효율성이 높아진다. 3) 이 잘 되어 있다면 필요한 교내 활동이나 동아리만 선택할 수 있으므로, 활동 대비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쁜 흐름은 어떤가? 1) 학원에 지나치게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공부량 대비 효과가 좋지 못하며, 교내 활동에 쓸 시간이 없어 생기부 기록 자체가 적어지며 2) 뭐 하나 준비한다고 하면 시간은 엄청 잡아먹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3) 초조한 마음에 이것저것 남들 참여하는 대회나 봉사에 참여하지만, 이후에 지원하게 되는 전공과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사람에겐 누구나 각자의 에너지 총량이 있다. 학습에서의 에너지는 공부 기본기(공부 나이), 동기부여, 체력, 심리적 안정감 등에 의해 좌우된다.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에너지의 총량이 아니라 밸런스라고 할 수 있다. 즉, 에너지 총량이 적으면 또 적은 대로 잘 분배하면, 나름의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수시로 기록하면서 넓은 시야를 갖추려고 애써야 한다.

첫째, 현재 자신의 위치와 남은 시간을 고려, 현실적으로 지원 가능한 선택 중에서 자신에게 힘과 동기부여를 줄 만한 전공을 찾는다. 이 선택은 빨리할수록 좋은데, 그 이후에는 교내 대회나 동아리, 봉사 등을 전공과 관련된 활동에 국한하도록 한다.

둘째, 현재 시점에서 과목별 공부 나이를 파악하고 어떤 과목에 얼마만큼의 학습이 분배되어야 할지를 결정한다.

셋째, 1~2주 정도의 생활을 그대로 기록해본 후, 시간과 에너지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부분을 분석하고 정리한다. 특정 학원을 오랫동안 다녔는데도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정리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과 실천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이때 중하위권 학생일수록 불안감 때문에, 또는 부모에게 핀잔을 들을까 봐 결단을 주저할 때가 많다. 따라서  이 과정은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해야 바람직한 결단이 가능해지는데, 다만 잔소리나 비난, 변명이 아닌 건설적인 작업이 되도록 부모가 노력해 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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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규칙적인 휴식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지키며 쉰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일수록 브레이크 기능이 중요한 것처럼, 해야 할 활동이 많을수록 휴식 시간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건강이 안 좋으면 공부량이 줄어들지만, 감정이 상하면 공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능동적인 휴식을 통해서 감정적 분출구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뉜다. 여기서 정성평가는 성품 성(性)자를 쓰는데, 말하자면 어떤 사람인가를 성적 외의 생기부 활동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바꾸어 이야기하면, 안정적이고 성숙한 성품의 소유자가 바람직한 생기부 기록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각자의 상황에 맞춘 에너지 조절법을 훈련하여,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학창 시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지하나 덕소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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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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